2박 3일간 노조 미래 고민한 정책대회, 어떻게 가능했나?
2박 3일간 노조 미래 고민한 정책대회, 어떻게 가능했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4.03 16:28
  • 수정 2023.04.1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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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회 준비부터 10개월 동안 현장과 밀착한 연구
중앙-현장 ‘한 선’에서 제2 산별노조 운동 고민해
정책대회 결과는 단기·중기·장기 산별노조 미래전략으로

노동조합 중앙과 지역, 각 현장에서 온 약 400명의 간부가 2박 3일간 노동조합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한 공간에 모였다. 몸집이 비교적 큰 간부에겐 비좁을 법한 빽빽한 자리, 주제당 논의되는 2시간 동안 800개의 눈이 꼼짝없이 반짝였다. 이 시간을 위해 10개월간 연구진 15명, 현장기획단 36명, 노동조합 중앙 22명(기획+실무) 총 66명(중복 인원 제외)이 준비했다. 올해 산별노조 전환 25주년을 맞은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말 치른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정책대회’ 이야기다.

의결사항도 없이 오직 노동조합의 정책과 비전에 대해 2박 3일간 토론하는 일은 노동조합 정책담당자에겐 ‘로망’ 같은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호흡은 대개 짧다. 집행부 임기는 2~3년, 매년 돌아오는 단체교섭에 방심하면 벌어지는 정부와 사용자의 일방통행까지. 오늘만 대응하기도 숨이 차다. 인적, 물적 자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긴 미래에 대해 차분히 토론하는 긴 정책대회는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속 보건의료노조의 2박 3일 정책대회는 왜 기획됐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그만큼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예상 가능한 답 뒤에 어떤 구체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짚어봤다.

ⓒ 보건의료노조
2022년 11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 보건의료노조

왜 기획됐나?

우선 정책대회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9대 집행부)의 공약이었다. 나순자 위원장은 “산별노조 전환 25주년을 앞두고 ‘보건의료노조는 지속가능한가?’,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 서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산별노조 건설 초기부터 왕성하게 활동해온 이른바 보건의료노조 1세대가 곧 정년퇴직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3만 명으로 출발한 보건의료노조가 8만 5,000명 규모로 성장했다. 25년간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한 번은 보건의료노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조직 상태는 어떤지, 앞으로 어떤 비전과 목표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책대회를 공약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① 집행부 의지

지난 25년을 돌아보면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즉 ‘제2 산별운동’의 비전을 마련할 정책대회를 개최하겠단 위원장의 의지는 공약을 현실화한 힘이 됐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노동운동 현실에서 연구 시작부터 대회 개최까지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일정을 일관되게 밀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위원장이 처음부터 확고한 의지로 어떤 상황이 와도 정책대회 날짜는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예산 등이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됐기에 흔들림 없이 대회가 추진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주호 원장은 “정책대회를 2022년 사업계획에 포함할 때 왜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공약을 내걸고 선출된 위원장이 ‘이건 공약사항이다’라고 답하니 사업을 추진하기 수월한 측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원장의 의지에서 출발한 만큼 추진 과정에서 흔들릴 때마다 위원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나순자 위원장은 “이런 정책대회를 준비해본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간 중앙에서 연구사업을 하면 연구 따로, 현장 따로였던 경험도 있어서 투입한 자원만큼 현장 수용성이 높은 연구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중간중간 있었다”면서 “어떤 간부는 연구에 예산을 이렇게 투자한 적이 없으니까 잘못했다가는 우리 조직에 큰 위기가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굉장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를 위한 연구비로만 1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자했다.

② 현장과 함께한 준비 과정

정책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연구 보고서 준비부터 대회 당일까지 ‘현장’과 밀착했다. 정책대회에서 나온 결과를 받아 제2 산별노조 운동을 하게 될 주체는 결국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주호 원장은 “우리의 모토는 박수 한 번 치고 끝나는 정책대회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연구 결과가 조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전 조직이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실천 과제를 받아야 했기에 대회 당일보다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에서 의뢰한 연구가 현장에서 봤을 땐 고담준론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연구가 끝나면 보고서가 바로 책꽂이에 꽂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나아가 실천과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자료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이야기했다.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추진 일정

현장성 높인 결정적 키, ‘현장기획단’

2022년 2월 14~15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책대회가 사업계획으로 확정되면서 정책대회는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우선 정책연구원을 전담 부서로 정했다. 정책연구원은 보건의료노조 산별운동 미래 전략을 5개 주제(△조직진단 △청년세대 △조직강화 △조직확대 △단체교섭)로 나눠 주제별로 연구자들에게 연구과제를 맡겼다. 2~3월은 5개 분과별로 연구기본 계획을 수립한 기간이었다.

특히 3월 초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 준비팀에 결합할 현장기획단을 모집했다. 배은주 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중집(중앙집행위원회)에 지역본부별로 산별 현장기획단 40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후 현장기획단이 정책대회 준비 과정에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전체 연구진은 15명, 연구진에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현장기획단 36명, 본조 기획단 10명, 본조 실무팀 11명 등 중복 인원을 제외하면 총 66명이 참여한 매머드 연구 프로젝트였다”며 “이만큼 많은 참여와 현장과 밀착된 연구는 국내 노조운동의 역사상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현장기획단은 특히 연구가 현장의 얼굴을 닮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현장기획단은 5개 분과별로 나눠 배치돼 연구자들과 소통했다.

단체교섭 분과를 담당한 이정희 연구위원은 “연구자들은 제3자 시점에서 노동조합을 들여다보니 아무리 인터뷰를 많이 해도 현장의 동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현장과 똑같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장기획단이 그런 갭(차이)을 메꿔주는 역할을 했다. 조합원들이 알고 싶어 하고, 토론하자는 내용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현장의 요구가 연구자의 고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목표를 제시할 때 중간 균형점을 어떻게 잡아갈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현장기획단이 힌트를 많이 줬다. 연구자와 현장기획단 간 상호보완 관계가 잘 작동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년세대 분과를 맡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예비 인터뷰를 하면서 대학실습 시기부터 짚어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제시됐다. 그 결과 연구 결론에도 예비노동자 교육과 노동인권 강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연구자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했다면 조합원 인터뷰만 했겠지만, 예비 인터뷰와 현장기획단의 의견 덕분에 현장 특성에 맞는 대학실습 과정부터 연구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자로서 현장의 요구가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연구를 마치고 나니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겼고 굉장히 의미 깊었다”고 했다.

나아가 현장기획단은 연구자들과 현장 조합원들 사이를 연결했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현장기획단이 정책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해 연구진에게 전달해주는 역할도 했다. 정책대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에 대한 사전 토론의 장을 현장기획단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중앙엔 정책연구원 오른쪽엔 연구자, 왼쪽엔 현장 그룹이 있어서 연구를 매개로 정책대회에서 어떤 논의를 할 건지, 왜 논의할 건지, 이를 통해서 어떤 비전을 공유할 것인지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뒤인 9월부터 현장 토론이 이어졌다. 이주호 원장은 “연구 초안이 8월 말경 나와서 노동조합의 골간회의라고 하는 중집, 상집(상임집행위원회), 전국 전임간부 연석회의 등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전 조직적 토론만 3개월간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9월에 하루, 10월에 하루 온전히 전체 지역본부별로 모아서 화상회의를 하기도 했다”며 “연구진들이 정책대회까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10번 이상 공식, 비공식 발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 보건의료노조
2022년 11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당일에도
현장과 결합력 높인 요소 돋보여

이런 과정을 거쳐 11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정책대회가 열렸다. 보건의료노조 간부 약 400명이 모인 정책대회는 경기도 양평시 블룸비스타에서 진행됐다. 현장이 공감하는 연구 결과가 준비됐기에 정책대회 당일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나순자 위원장은 “어느 정도 숙지된 주제가 정책대회에서 발표되니까 현장 수용성이 높았다”며 “또 대회 당일에 좋은 장소에서 격식을 갖춰서 논의를 하다 보니 참가한 이들이 진짜 노조의 전략을 짜는 기분도 냈다”고 이야기했다. 이주호 원장은 “사실 연구 자체가 개념적인 내용이 꽤 있어서 현장 간부에겐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대회 당일 평가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책대회 프로그램 구성도 현장과 결합력을 높였다. 당일엔 세션별로 ‘연구자 결과 발표-중앙기획단 보조 발표-현장기획단 현장토론-청중토론-전문가 총평’ 순으로 진행됐다. 좌장은 노동조합 지도부가 맡고 현장기획단도 토론자로 참석하게 했다. 이주호 원장은 “기존엔 전문가가 발제하고 외부 전문가가 토론하면 현장은 비주체적으로 듣는 식이었다. 이번엔 현장이 직접 발표에도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 첫날에 배치된 국제 컨퍼런스도 정책대회의 격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행사장 주변에도 정성이 묻어났다. 회의장 밖엔 산별노조 24년 역사를 24개의 장면으로 정리한 사진전, 스티커 설문, 정책대회 참가를 기념으로 남길 포토부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배은주 정책국장은 “세션별 과제 중 가장 먼저 해결할 이슈에 스티커를 붙이는 현장 설문, 인생네컷, 사행시 참여 등 참가자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부대행사를 곳곳에 배치해 2박 3일간 지루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부대행사로 진행된 스티커 설문 결과  ⓒ 보건의료노조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부대행사로 진행된 스티커 설문 결과  ⓒ 보건의료노조

정기대대 아닌 정책대회
폭 넓은 토론 가능케 해

정책대회가 대대(대의원대회)가 아닌 대회였던 점도 토론을 활발하게 한 요인이었다. 나순자 위원장은 “원래는 정책대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결해야 하는 구조라면 찬반이 붙고 논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더 다양하고 폭넓은 논의를 위해 대회로 준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보통 총연맹이나 산별노조 차원에서 대의원대회를 하면 의결사항이 있다. 이 경우 큰 안건이 결정되고 나면 하나둘씩 빠져나가거나, 자기 사업장 이슈가 아니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였기에 사흘 일정 어디에도 의결사항이 없었다. 조직부터 교섭, 투쟁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돈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 불평등·양극화 극복을 통한 더불어 사는 복지국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모든 보건 의료 노동자의 고용안정·생활임금·노동안전·사회보장 등 산별노조로서 보건의료노조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정체성도
정책대회를 이끈 핵심 요소

정책대회 뒤엔 지난 10개월만 있는 건 아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로서 20년 넘게 역량을 축적해온 시간은 정책대회를 꽃 피웠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보건의료노조는 다른 산별노조에 비해 내부 공감대 형성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산업 특성상 직종의 유사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노조라고 어려움이 없진 않다. 간부 재생산의 어려움이 있고 산별교섭의 안정성이 높지 않아 내부적으로 구심력보단 원심력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외부 정치환경 변화도 도전과제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는 축적된 자원과 경험으로 이런 도전과제를 돌파하기 위해 정책대회를 잘 준비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이정희 연구위원은 “노조의 정책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①정책 생산을 위한 노조의 자원(인력·재원 등) ②생산된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조 내부 민주주의 수준과 조직 동원력 ③대외적 정치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정책역량이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두 번째 요인과 결부해 보면 보건의료노조는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라는 정체성이 뚜렷했기에 정책대회는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한층 강화한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보건의료노조의 활동은 곧 의료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였다. 의료공공성이란 측면에서 사회운동적 노조라는 정체성으로 활동해온 역사가 있었다. 무에서 유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노조가 축적해온 정책 역량이 정책대회라는 장을 통해 더 확대된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보건의료노조가 정부와 맺은 ‘9.2 노정합의’도 정책대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임계점에 달했던 보건의료노동자들은 2021년 총파업을 준비하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 결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확충 약속이 담긴 이른바 9.2 노정합의를 맺었다. 이주호 원장은 “정책대회 전 해에 큰 투쟁을 하면서 산별노조로서 자신감이 커졌다”면서 “그 분위기 위에 산별노조의 비전을 세우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잘 형성됐다. 집행부 임기도 3년 중 안정적인 2년차이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도 남았다. 정책대회 이후 현장기획단은 평가회의에서 그래도 토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장기획단은 “전반적으로 토론이 부족했다”며 “2박 3일간 광범위한 주제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현장 참가자들의 질문 시간과 심도 깊은 토론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또한 “정책연구 결과 발표 중심으로 진행됐고 보건의료노조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과 과제에 대해 집중 토론해 실천 과제를 끌어내진 못했다”며 “보건의료노조가 지향하는 미래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외에 산별노조 간부 양성과 교육 강화, 진보정치와 관련한 방침 등이 주제로 다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2022년 11월 1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 보건의료노조
2022년 11월 2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2022 산별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 보건의료노조

가장 큰 의의?
“중앙과 현장 한 선에 서서 미래를 바라 봐”

이번 정책대회는 무엇보다 중앙과 현장 간부들이 노조의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전략을 함께 설계하려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순자 위원장은 “노조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중앙과 현장 간 격차가 있었다. 예전엔 중앙의 정책에 대해 현장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중앙에선 현장이 너무 현장에 매몰돼 있단 인식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책대회를 통해서 현장과 중앙이 함께 토론하며 일직선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년간 정책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이뤄낸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책대회 이후 보건의료노조에선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주호 원장은 “조합원들이 ‘연구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연구가 우리 활동에 도움이 되는구나’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그동안 대대에서 연구비를 두고 ‘왜 효용도 크지 않은 연구만 하느냐’, ‘연구자가 아니라 우리 얘길 들으라는 식’의 의견이 많았는데 정책대회 이후 간부들이 예산에 연구비를 어느 정도 책정해야 한다는 걸 느낀 점도 성과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 맞선 노동조합의 투쟁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내실을 다졌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이주호 원장은 “노동조합의 슬로건이 노동탄압 저지, 공안탄압 분쇄로만 갔을 때 산별노조의 공공적 역할, 사회적 역할을 높여가야 한다는 중요한 점을 놓치고 갈 수 있다”며 “정책적인 뒷받침 없는 노동조합의 투쟁은 결국 공허해진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산별노조는 보수정부 시대, 노동개악 저지에 그치지 않고 내부 성찰과 조직혁신을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 사회연대운동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진정한 존재감과 고유의 역할에 대한 화두를 계속 던지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향후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에서 나온 연구와 토론 결과를 모아 제2 산별운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2월 정기대대에선 ‘보건의료노조 비전 2030’ 기치하에 조직강화, 조직확대, 초기업교섭을 위한 단기 산별 미래전략 과제를 확정했다. 아울러 2024~2030년 중기, 2031~2028년 장기 전략 종합 추진도를 그렸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는 산별 미래전략 과제 토론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이후 제2의 산별노조운동 차원에서 전 조직적인 산별 교육과 토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은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에서 발표된 5개 주제(△조직진단 △청년세대 △조직강화 △조직확대 △단체교섭)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와 이후 확정된 노조의 미래전략 과제를 차례대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