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후에도 고충 여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후에도 고충 여전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0.05 01:15
  • 수정 2023.10.05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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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자회사 정규직 노동조건 증언하는 토론회 열려
모회사-자회사 간 계약조건 비공개로 인한 정보 불균형 문제도 제기돼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대부분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 이뤄진 가운데, 자회사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민간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던 때엔 계약 금액, 계약 조건 등이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됐던 반면 자회사 전환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계약이 비공개로 바뀌어 노동자들이 교섭 등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정의당 장혜영·강은미·이은주·심상정·류호정·배진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주최했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공부문 자회사 정규직 전환 당사자들은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저임금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책부장은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1년 차 역무원이나 20년 차 역장의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같다. 저임금일 뿐 아니라 숙련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로역 코레일 역무원과 구일역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은 같은 업무를 한다. 하지만 임금 차이는 거의 두 배”라며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임금차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실제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20년 경력 역장의 월 고정급은 203만 원인 반면 비슷한 연차의 코레일 소속 4급 18호봉 역무원은 405만 원을 받는다.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노동조건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상시적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박대성 지부장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승객이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아 충원이 잘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원 대비 현원이 10% 정도 부족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노동 강도가 올라가 안전사고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모회사-자회사 간 불투명한 계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종 한국마사회지부 지부장은 “모회사와 용역회사가 계약하던 시절에는 공개입찰을 통해 용역 계약이 이뤄졌다”며 “당시에는 입찰공고문, 산출내역서, 도급계약서, 과업지시서, 계약 금액 등이 전부 공공기관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 이후 모회사-자회사 간 수의계약을 통해 위수탁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김선종 지부장의 설명이다.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이 이뤄져 대부분의 공공부문 모회사는 관련 정보를 ‘비공개’ 처리한다. 노동조합이나 국회의원이 관련 자료를 요청해서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대부분 불허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며 “이런 노사 간 정보 비대칭은 노동자의 협상력을 낮추고, 이는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권리 누수로 직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이 어떤 구조에서 결정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정보에 대한 충분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남미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자회사를 통한 직고용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야 하고, 직고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계약 정보 공시를 넘어 공공부문에서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공공·민간 부문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함께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오민규 연구실장은 “공공 부문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민간 부문에서 사용자책임이 강화되지 않으면 그 권리가 금세 쪼그라들 것”이라며 “민간의 간접고용·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과 공공 부문의 노동자들이 합심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위한 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