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석 “투쟁 불가피···더 큰 단결을 위해 통합 후보로”
전규석 “투쟁 불가피···더 큰 단결을 위해 통합 후보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11.13 20:59
  • 수정 2023.11.15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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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스피커] 기호 2번 전규석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 인터뷰

‘더 큰 단결 정면 돌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기호 2번 전규석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는 참여와혁신에 “금속노조와 윤석열 정권 간 대립과 격돌은 불가피하다”며 “투쟁하려면 내부부터 단결해야 한다. 그래서 더 큰 단결을 위해 금속노조 통합 후보조 위원장 후보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450만 제조업 노동자 조직화, 사업장 중층 교섭 병행, 금속노조 1만 간부 육성 등 공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기사는 서면 답변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 2번 전규석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석열 정권과 격돌 불가피···
더 큰 단결 위해 통합 후보 추진”

-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 출마 배경은? 

현재 정세적 조건에서 민주 노조 운동의 중심이자 주력 조직인 금속노조와 친자본 윤석열 정권 간 대립과 격돌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민중의 고통을 보듬기 위해 더 크고 넓게 단결해 정면 돌파할 수 있는 기세를 만들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투쟁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쟁하려면 우리 내부부터 단결해야 한다. 그래서 더 큰 단결을 위해 금속노조 통합 후보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통합력을 발휘하기 위해 내가 위원장 후보로 나서게 됐다.

-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로서 차별화된 강점은? 

통합력을 기초로 한 금속노조의 발전과 혁신을 담보하면서, 대정부 투쟁과 산업전환 등 과제를 준비해 갈 거라는 점이다.

- 선거운동 첫날 방문한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기에 라인 타던 사람이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로 나오게 됐다고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에게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 선거운동하며 어떤 이야길 많이 듣나?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맞서 큰 공장과 작은 공장 모두 함께 모여 금속노조의 자긍심을 살릴 수 있게 단결하고, 투쟁해 달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듣고 있다.

“물러서지 않고 투쟁하는 
금속노조의 전형 만들 것”

- 기호 2번 후보조가 강조하는 공약은? 

우리 후보조는 ‘더 큰 단결! 정면돌파!’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끊임없는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투쟁하는 금속노조의 전형을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투쟁하는 금속노조에 방점을 찍고자 한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총노동 전선에 복무하고, 노동탄압에 맞서 금속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 제조업 전체 투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등장부터 노조를 죄악시해 왔다. 노조법 개악 추진, 타임오프 탄압, 노조 활동 옥죄기에 지금도 여념이 없지 않나? 이럴 때일수록 ‘한다면 한다’는 금속노조 창립 정신을 회복할 때라고 생각한다. 조직 단결의 원칙을 지키면서 투쟁하는 금속노조를 만들어 갈 것이다. 

450만 제조업 전체를 향한 
제조산별 방향으로 전략 준비

- 공약 중 ‘450만 제조업 노동자 조직화’가 있다. 구상하고 있는 금속노조의 조직확대 방안은? 

우리나라 제조업은 축소되고 있다. 금속노조도 퇴직 조합원의 증가로 신규 조직화가 되지 않는다면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 현대차지부의 경우 조합원 5만 3,000명을 정점으로 최근 4만 5,000명대로 줄었다. 전략 조직화는 향후 금속노조의 필수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은 모빌리티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즉, 이동(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독점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전략이다. 

철강부문에서 포스코도 2차전지 산업에 뛰어들었다. IT부문도 미래차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를 통해 자율주행, 로보틱스에 뛰어들었다. 전통적 산업별 구획 전략은 점점 의미를 잃어 가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에 걸맞은 조직확대와 조직재편 전략을 구성할 시기다. 450만 제조업 전체를 향한 제조산별의 방향으로 전략을 준비하고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디지털 노동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부터 진행할 금속노조 3기 전략 조직화는 이런 전망에 입각해 조직화 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호 2번 전규석 후보조 포스터 ⓒ 금속노조 선거관리위원회
기호 2번 전규석 후보조 포스터 ⓒ 금속노조 선거관리위원회

‘사업장 중층 교섭 병행’ 전략
1만 간부 육성 시스템 구축도 계획

- ‘중앙교섭 전략을 바탕으로 전국단위 사업장 중층 교섭 전략 병행’ 공약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금속노조의 교섭전략은 중앙교섭 쟁취 전략을 기본목표로 설정해 왔다.

중앙교섭을 기본으로 지부 집단교섭과 사업장 보충교섭의 3중 체계로 진행되고 있다. (완성차지부가 함께하기 전인) 4만 금속노조 시절 중앙교섭을 통해 주 40시간제 쟁취, 금속산업 최저임금, 손배 가압류 금지 등을 쟁취한 성과를 기록했으나, (2006년) 15만 금속노조 이후에는 완성차 등 재벌사를 중앙교섭에 인입시키지 못하면서, 중앙교섭 사업장 수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 9기에 중앙교섭과 별도로 현대그룹사교섭을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10기에는 산별교섭 법제화를 기본 목표로 한 투쟁을 전개했으나, 실패했다. 따라서 현재는 중앙교섭을 한편으로 완성차에 대한 대각선교섭, 지부 집단교섭, 사업장 보충교섭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현대모비스 모듈사업장처럼 무노조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조직화되면서 초기업 교섭구조가 제기됐고, 초기 단계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속노조의 교섭 전략은 당분간 중앙교섭 전략을 기본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대모비스 모듈사, 제조서비스 등 전국 사업장에 대한 교섭 전략을 중층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는 중앙교섭으로 금속노조 전체가 투쟁 전선을 모아내는 전체 동원 전략을 기본 전략으로 하면서 교섭 전략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투쟁력으로 교섭에서 자본을 강제하겠단 뜻이다. 이를 위해선 내부 단결력과 투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산업전환의 속도가 업종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산업전환의 대응 내용과 체계가 구축된다면 그에 걸맞은 교섭구조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금속노조 1만 간부 육성, 청년노동자 발굴 시스템 구축’ ‘노동자 문화 활성화로 건강한 조직문화, 계급성 강화’ 등의 공약도 눈에 띈다. 

금속노조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대부분 지회 단위 대의원과 활동가들이다. 최근 금속노조 신규 사업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신규 간부들의 ‘노동자 의식’은 떨어지는 것으로 금속노조 교육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금속노조 단양 교육연수원 사업을 지역지부 간부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1만 간부 육성을 목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교육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늘어나고 있는 20~30대 청년 조합원과 사무처 간부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도 금속노조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천민자본주의의 오아시스가 돼야 하는 노동자 문화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민주 노조운동의 진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금속노조 사무처의 경우는 운동하는 조직의 참모부 역할로 발돋움해야 한다. 사무처는 운동하는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혁신, 또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내 토론 풍토를 개선하고 단결과 단합 기풍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중심 산업전환 위한 
사회 쟁점화 투쟁 전개 필요”

-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산업전환에 개입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론 산업전환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이에 대한 후보자의 고민은? 

산업전환은 노동자에게는 일자리 위기로 다가온다. 동시에 산업전환은 노동자 내부 갈등을 유발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경제 위기 시 노조가 주장했던, ‘함께 살자’는 내용을 복기하고 구체적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본의 경쟁, 고용 이데올로기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 입장에선 자본이 자행하는 노동 내부 분열의 노림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전환은 여전히 자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것이 2021년 7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이다. 주요 내용은 기업은 선제적 사업재편 지원, 노동자는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자동차 산업 집중 지역에 유망·대체산업 유치 및 산업고용위기 선제 대응 정도에 불과하다. 

금속노조는 ‘노동중심 산업전환’을 위한 사회 쟁점화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1기 김호규 집행부 시절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국민동의 입법청원을 시작했으나, 공동결정법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미 독점 자본은 자신의 경영 전략을 관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에 자회사 방식으로 불법파견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부제소 합의’를 동반한 자회사 설립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도 정비 전문 자회사를 6곳을 설립했다. 자회사는 ‘하나로 통합된 덩치 큰 하청업체’와 다르지 않지만, 자본은 이를 통해 향후 산업전환 과정에서 있을 우려를 미연에 방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는 내부 갈등을 목도했다. 자회사를 수용하느냐 마느냐가 쟁점이었는데, 대다수가 자회사 방식을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독점 자본은 이 과정에서 노동 내부를 더욱 계층화시켰다. 

이렇게 산업전환이 노동자들을 분열·계층화하는 가운데 노조 대응의 핵심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노동 내부의 단결을 확보하느냐. 또 이는 단위 사업장의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 쟁점화를 통해 ‘노동의 개입’이  산업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산업전환 투쟁은 독점 자본의 산업전환 전략을 인식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다. 아울러 산업전환은 지자체와 지역 일자리의 문제이기에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 일자리 확보를 위한 교섭구조를 만드는 목표를 중심으로 투쟁이 전개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정부 교섭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산업전환은 부품사들부터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에 이에 대한 (자본의) 일방적인 이데올로기 대응 준비 및 투쟁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이전에 경제 위기 시 금속노조는 매뉴얼을 제작한 바 있다. 

-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완성차 기업 빅3(GM·포드·스텔란티스) 동시 파업을 이끌었다. 어떻게 봤나?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 시절 부패한 UAW 지도부와 달리 직선으로 선출된 지도부였다. 숀 페인 위원장의 주된 공약은 노동조합 내 부패 근절, 양보교섭 중단, 노동자 내부의 차별 철폐였다. 조합원을 믿고 투쟁한다면, 관료화되고 부패한 이미지의 UAW가 아니라, 국민 지지율이 75%에 달하는 UAW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UAW는 이번 투쟁으로 임금인상만이 아니라 전기차 전환 공장 폐쇄 파업권 확보와 더불어 내부 노동자 임금 격차 축소를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이 기세로 UAW가 노조 혐오의 대명사인 엘런 머스크의 테슬라에 노조 깃발을 꽂길 기대한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규석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혼자 잔업 거부하다 눈에 띄어···
노동운동의 전망 만들기, 가장 큰 고민”

- 노동자로서 처음 마주한 일터는 어땠나? 

1986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 갔는데, 이거 뭐 완전히 그냥 무조건 시키는 대로 회사 마음대로였다. 노동조합 이런 건 아예 없었으니까. 그때 노동의 기억은 아름다워야 하는데 사실은 회사 마음대로였던 것만 남아 있다.

- 후보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궁금하다.

현대차에 입사해서 수습기간 시절, 내가 일하는 일이 엑셀 브레이크 페달 조립이었다. 하루는 브레이크 페달에 안전성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반장이 나한테 정해진 작업 외에 추가로 브라켓(braket) 조립을 시켰다. 내가 맡은 공정도 아니고 이미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못 한다고 했다. 반장이 수습기간에 이러쿵저러쿵 뭐라고 했지만 혼자 잔업을 거부하고 집에 가버리고 그랬다. 이런 상황이 나중에 노조 대의원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노조의 성과 배분 투쟁 당시 소의원 결원이 생기면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보궐선거로 소위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해왔다.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고민은 전망을 만드는 문제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1990년대 치열했던 민주노조운동을 겪었던 노동운동 1세대, 2세대 운동과 그 이후 운동에 접한 동지들이 잘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선배들이 만들어 왔던 민주노조운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잘 연결시키고 이어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 인터뷰 기사가 나가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53주기다. 특별히 떠오르는 노동자가 있나? 

각자의 현장에서 현장 조직 운동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현대차의 민투위(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대우조선해양 현민투(현장 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현대삼호중공업 현장투(현장투쟁위원회) 등이다. 각 사업장에서 현장 권력을 지키고자 실천하고 현장 조직을 만들었던 동지들이다. 아직도 함께하고 있는 이런 동지들이 지금 우리 운동의 기억이고 희망이고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지들이 그래도 변치 않고 아직 현장에 있으며, 앞으로도 활동을 해나갈 거다. 이 자체가 곧 전태일 정신이고 운동이라 생각한다.
 

기호 2번 전규석 위원장 후보 약력

1991년 현대차노조 성과분배 투쟁 징계
1995년 현대차노조 양봉수 열사 투쟁 징계
현대차노조 7·9·10·12·13·14·15대 대의원
현대차 민투위 7·8·16·20기 의장
2005년 금속산업연맹 울산지역본부장
2013년 금속노조 8기 위원장
2018년 현대차지부 승용1공장 사업부위원회 대표
2019년 현대차지부 교육팀장
2021년 현대차지부 현장조직위원
2023년 현대차 민주노동자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