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투쟁 강한승리 미래장악 금속노조’를 슬로건으로 내건 기호 1번 장창열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는 참여와혁신과 만나 “지난 12기 2년에 걸친 3번의 총파업, 현장에서 보기에 너무 답답했다. 투쟁 전선이 무너졌고 조합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며 “(투쟁의 과정을 복원해) 진짜 싸움 만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재벌사 포위 전략과 이주노동자·공단 조직화 전략, 산별노조 활성 총선 의제화 등 공약도 제시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국회 인근에서 진행했다. 

“상명하달식 지침에 무력한 현장···
진짜 싸움 만들려고 나왔다”

- 금속노조 13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 이유는?

진짜 싸움을 만들려고 나왔다. 지난 12기 2년에 걸친 3번의 총파업, 현장에서 보기에 너무 답답했다. 투쟁 전선이 무너졌고 조합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윤석열 정부랑 제대로 싸우려면 제대로 된 무기를 준비하고 힘도, 체력도 키워야 한다. 그런데 미리 계획과 준비가 되는 게 아니라 이슈 따라가기에 급급하더라. 임단협 일정에 맞춰 총파업을 하려고 하니까 시점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까 조급해진다. 그러니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고 기획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다 생략되는 것이다. 

-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로서 차별화된 강점은? 

전략적 시야와 기획력이다. 현대차지부에서 미래변화대응 TFT 1팀장으로 산업전환에 따른 전동화 대응 전략 등을 고민해 왔다. 산업전환의 복잡한 여러 양상에 디테일하게 접근하면서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시야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로 기획자로 노동운동을 해와서 특히 디테일에 강하다. 두 가지 경험이 컸다. 2006년 완성차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때 당시 현대차노조 기획부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다. 3개 조가 버스를 대절해서 6개월 정도 전국에 있는 조합원들한테 교육을 다녔다. 물론 산별전환에 대한 반발도 많았다. 다른 입장인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 덕분에 이전에 2번이나 실패했던 산별노조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총괄팀장으로 현대차지부에 호봉표와 자동호봉승급을 도입했다. 과정이 만만치 않다. 직군 간 워낙 차이가 컸기에 모두가 다 만족해야 되는 안을 정말 힘들게 설득해 나갔다. 이런 디테일한 조율은 다른 후보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처음 방문한 사업장은? 

선거운동 첫날 구미에서 투쟁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에 갔다. 조합원들과 집회를 같이 하고 선전전까지 종일 있었다. 답은 현장에 있다. 지금 금속노조에는 이 원칙이 유실됐다고 보기 때문에 투쟁 현장부터 찾은 것이다.

- 현장에서 어떤 말을 많이 듣나?

현장의 목소리가 수렴돼 어떤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층부의 결정에 의해서 상명하달식으로 현장에 지침이 내려오는 데 상당히 불만이 크다.

“투쟁은 선언 아닌 조직,
‘완전투쟁’으로 ‘강한승리’ 만들 것”

- 기호 1번 후보조가 강조하는 공약은? 

우리 선본 모토가 ‘완전투쟁 강한승리 미래장악’이다. 

‘완전투쟁’은 과정을 복원하자는 의미다. 계획과 준비 없이 싸우는 건 불완전하다. 총파업은 선언이 아니라 조직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요구는 조합원의 삶이 중심인 의제로, 조직은 조합원의 자발적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 13기 1년차는 2년차의 총파업을 조직하는 해가 돼야 한다. 1년차에 무리하고 조급하게 총파업을 하는 데 의의를 두면 또 12기의 반복이다. 

‘강한승리’는 실제로 성과를 만들자는 의미다. 조합원들은 현재 12기 총파업의 핵심 요구가 무엇인지 기억 못 한다. 자동차업종 대정부 요구가 16개나 있었다. 기존의 요구들을 총망라해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데다 요구만 해놓고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과 7월 파업에서 업종별 요구는 사라졌다. 당연히 아무런 이슈도 되지 못했다. 임단협 파업을 모아서 총파업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했다’만 중요하고 ‘뭘, ‘왜’ 했는지는 의미를 두지 않는 잘못된 방식이다. 

‘미래장악’은 노조를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의 새로운 20년을 설계해야 한다. 지난 10기와 11기 때 산별전략위원회를 통해 만들었던 전략 방향이 이번 12기에 거의 사라졌다. 다시 평가하고 실사구사해 전략 방향을 합의해야 한다. 또 매달 지부 운영위가 혁신토론을 할 수 있게 토론자료를 낼 거다. 중앙에서 임원-사무처가 먼저 토론해서 합의를 만들겠다. 

조직 확대, 재벌사 포위 전략과
이주노동자·공단 조직화가 핵심

- 조직 확대 방안은? 

핵심 공약은 ‘조직화 물결본부’다. 미조직전략조직실을 확대해 전담 임원을 배치하고 인원을 확대하겠다. 미조직전략조직실은 작은 금속노조다. 새롭게 조직되는 단위의 ‘투쟁-교섭-교육-선전-조직-정책-노동안전’ 등을 자체 집행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추고 여기에 다른 실·국이 지원하는 구조가 돼야 힘 있게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

조직 대상으로 보면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벌사 포위 조직화, 다른 하나는 이주노동자와 공단 조직화다. 

재벌사 포위 전략은 한 번에 바로 재벌사에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경우 재벌이 이윤 확대에 이용하고 있는 납품사들을 조직해서 재벌사를 포위한다는 거다. 특히 미래차 부품사와 전장, 그리고 삼성전자를 포위하는 전자업종 특히 반도체 제조업을 조직하는 게 핵심이다. 

이주노동자 전략 조직화는 언어적 장벽이나 문화, 잘못된 법·제도 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산업변화와 인구감소로 이주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중요하다. 유럽의 건설노조처럼 이주노동자들의 동일 처우를 관철해 임금 덤핑을 막는 것이 방법이다. 공단노동자 전략 조직화는 흩어진 공단노동자들을 노조로 묶기 어렵다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 전망은 공단교섭이다. 공단교섭을 실현하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산별노조 활성 총선 의제화
노조 재설계·소통방식 혁신도 준비

- ‘산별교섭 실현 투쟁본부를 다른 산별노조와 공동으로 꾸리고 총선 의제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어떤 내용인가?

산별교섭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호응이 높다. 양극화가 심해져서 그렇다. 기업별 노사관계의 폐해가 극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진짜 해법은 산별노조, 산별교섭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추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금속노조만의 과제가 아니다. 다행히 지난 몇 년간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화섬식품노조의 뜻있는 실무자들이 모여 산별노조 운동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왔다. 그 힘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조직하겠다는 취지다. 공동투쟁본부는 그 수단이다. 노조를 연일 공격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는 흐름을 사회 쟁점으로 만드는 공간으로 총선을 고려한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관련 의제화 작업에 돌입하겠다. 

- ‘노조 재설계’, ‘노조의 소통방식 혁신’ 등의 키워드도 공약에 포함됐는데. 

금속노조는 지금 재생산의 위기다. 장기적 지속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1990년대 후반의 설계를 어떻게 잘 실현할지가 아니라 앞으로 20년에 걸맞은 금속노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속노조에는 매년 5,000명 정도의 조합원이 정년퇴직하고 있다. 소위 87세대들이다. 금속노조를 만들어 왔던 이들이 정년퇴직하게 되면서 지도력과 인력, 재정이 부족하게 되고 경험이나 기풍, 운동성이 사라진다. 오늘날 적합한 새로운 금속노조, 새로운 산별정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소통방식의 혁신은 상명하달식 전달체계가 문제가 있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노조는 일상적인 시기에는 최대한 현장의 의견이 지부 운영위원회로, 그리고 중집으로 모아지는 구조여야 한다. 투쟁 시기에는 중집의 결정이 현장으로 전달돼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는 구조여야 한다.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양방향 소통이 모두 잘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금속노조는 지침이나 방침의 전달만 있고 조합원 의사의 수렴은 없다. 그래서 많이 물으려고 한다. 일상적으로 금속노조의 혁신 쟁점을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매달 조금씩 계속 현장 토론을 부칠 생각이다. 

산업전환 대응 해법은?
“산별노조 중심 기업별 대응 집단화”

-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산업전환에 개입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론 산업전환에 대한 인식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나?

산업전환 대응이 기업별로 개별화‧파편화된 상태에서 각자도생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법은 산별노조 중심으로 기업별 대응을 집단화하는 것이다. 

첫 단계로 금속노조 산하 조직단위가 각자의 사업장에서 무엇을 생산할 건지, 어디에 투자할 건지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지난 11기 때 했던 산업전환협약 아닌가. 그다음 단계가 이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남는 문제는 금속노조가 이걸 해낼 수 있는 관장력을 사업장 단위에서 가질 수 있느냐다. 그런데 사실 미래차 물량의 배분 문제는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문제다. 전체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생산하고 있는 아이템이 없어지는 상황은 잘 안 생긴다. 앞으로 내가 생산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 정말 나한테 오느냐 정도다. 오히려 큰 문제는 지금도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곳의 노동자들이다.

산업전환 대응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정의롭지 못한’ 요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전환 대응 능력 불평등이다. 전환에는 기획과 기술,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완성차는 이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고 부품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요소를 갖고 있지 못하다. 굳어진 수요 독점 시장, 수직계열화 구조, 부품사의 종속성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단위에서 투자와 생산물에 노조가 개입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산별단위에서 전환비용을 정부와 대기업이 분담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소멸하는 일자리 노동자가 갖고 있는 숙련을 생기는 일자리에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무전환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교육과 훈련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 협의하는 틀을 확보해야 한다. 

내가 당선되면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의틀부터 만들 거다. 국회를 활용할 수도 있고 그 외에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난 12기에 중단된 자동차 노사정포럼을 복원할 생각이다. 조선업종에서도 유사한 포럼이 있었는데 본격화해 보겠다.

- 올해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완성차 기업 빅3(GM·포드·스텔란티스) 동시 파업을 6주간 이끌었다. UAW의 파업 과정과 결과의 어떤 측면에 주목했나?

UAW 파업을 보면서 준비된 전술의 힘과 관성을 거스르는 변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대체로 노조의 부분파업은 주로 부품 공장을 세워 완성차 공장을 세우는 전략이었는데 이번에 UAW는 완성차 공장을 먼저 세우고 나서 물류센터를 세웠다. 사측이 대응할 수 없도록 파업 2시간 전에 새로운 파업 사업장을 공개하면 생산 차질이 공급망 하단에서 생기는지 상단에서 생기는지 알 수 없었다. 전술 자체의 유효함보다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와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결과 면에서 물가상승률을 임금에 반영하는 물가연동제를 복원했다. 또 2007년 협약에서 도입된 이중임금제를 폐지했다.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격차를 줄였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노개투 때 마음속 불길 올라와···
세대·직군 간 갈등 가장 힘든 고민”

- 노동자로서 처음 일터에 발을 디뎠을 때가 떠오르나?  

현대차에 1990년 9월에 입사했다. 당시 공장엔 두발단속도 있었다.(웃음) 조장, 반장들의 파워가 엄청나게 셌다. 그들의 말이 거의 법이었다. 조장, 반장들이 일을 지시할 때 윽박지르듯이 했던 기억도 난다. 일 배울 때 서러움이 참 많았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공장 내 폭력도 다반사였다. 관리자들의 폭언과 폭행이 만연한 현장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입사 2년 뒤부터 노조 운동을 했다.

- 노동운동에 뛰어든 결정적인 장면이 있나?

1996년, 97년 노개투(노동법 개정 총파업 투쟁)를 경험하면서 그때부터 마음속에 불길이 올라왔다. 하면 뭔가 바뀐다는 걸 경험으로 확인한 거다. 신한국당이 노조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게 아마 1996년 12월일 건데, 그때 울산 태화강 강변에서 며칠 동안 불피워 놓고 오뎅탕 끓여서 먹으면서 투쟁했다. 그때가 처음 간부할 때다. 

또 다른 결정적인 계기는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이다. 그때 우리가 회사를 점거하고 36일간 그 안에 있었다. 정말 군대 비슷하게 살았다. 그런데도 졌다. 정말 노동운동이 뭔가 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크게 한 계기였다. 

-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해온 후보자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지난해와 올해 현대차지부 교섭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군 간, 세대 간의 갈등이었다. 특히 세대 간 삶의 조건이 다르다. 그게 임단협 요구안을 만드는 과정이나 의견 일치안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세대 간 운동의 방식이나 생각이 많이 다른 점을 어떻게 중간에서 조율하고 조절할 건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말하는 걸 좀 줄이고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친구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을 많이 흡수하려고 한다. 올해 현대차지부 교섭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엄마, 아빠 바우처나 난임 수술 지원, 육아 휴직 카드 같은 것들을 검토했다. 

- 인터뷰 기사가 공개되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53주기다. 특별히 호명하고 싶은 노동운동가가 있나? 

늘 투쟁 현장의 앞자리를 지키고 섰던 고 백기완 선생님이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 노나메기 세상을 향해 선생님이 보여줬던 열정과 힘이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가사를 남긴 임을 위한 행진곡을 30년 동안 불러왔는데,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는 가사를 뱉으면 부끄러움도 느껴진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초심을 다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