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투쟁 전선 세운 금속노조, 더 강한 산별노조로
대정부 투쟁 전선 세운 금속노조, 더 강한 산별노조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3.06 13:48
  • 수정 2024.03.06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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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투쟁·사업으로 산별노조 지속 가능성 확대도 예고
[인터뷰]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현장의 우려와 어려움을 잘 압니다. 그런데 투쟁력이 살아 있는 금속노조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투쟁하겠습니까. 힘을 모아서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거부와 노조 탄압 투쟁을 결의해야 합니다. 저도 투쟁의 선봉에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동지들, 만장일치 동의 부탁드립니다. 동의하십니까?”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지난 2월 28일 금속노조의 정기대의원대회장이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약 3초 뒤, 대의원 한 명이 “투쟁”이라고 외쳤다. 우르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회계공시 거부와 윤석열 정부 노조탄압 대응 투쟁 결의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의장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금속노조가 대정부 투쟁의 전선을 세웠다. 금속노조가 회계공시를 거부하면 19만 조합원 모두 1년 치 조합비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한다. 나아가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회계공시만 거부한 것이 아니다. 타임오프 제도, 단체협약 시정 지시 등으로 번지는 정권의 모든 노조 탄압에 맞서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초, 금속노조의 투쟁 방향을 명확히 세운 장창열 위원장을 만나 투쟁 계획뿐 아니라 교섭 공동 요구안, 산별노조 강화 전략 등 올해 금속노조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2월 1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상황에 대해선 추가 서면 인터뷰했다.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부, 금속노조 정조준···
대정부 투쟁 전선 제대로 세울 것”

- 지난 2월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전면 거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회계공시 문제로 지난해 현장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3개월 치(10~12월) 조합비에 대해선 회계공시를 수용했다. 동시에 현장에선 정부가 강제한 회계공시는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이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세워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장 조합원들에게 조합비 세액 공제는 작지 않은 문제지만, 금속노조는 올해 3~4월 진행되는 전년도 1년 치 회계공시는 거부하고 싸우려 한다. 언제까지 노조가 수세적으로 몰려야 하나? 특히 올해 정부는 금속노조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민간 사업장 중심으로 타임오프 제도* 위반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과 1,00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금속노조를 정조준하겠다는 뜻이다.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에 대해 임금을 주는 근로시간면제 제도. 노조법상 조합원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제한된다.

이런 정권의 압박에 제대로 투쟁하지 않는다면 이는 금속노조의 책임 방기 문제라고 본다. 금속노조는 회계공시만 거부한 것이 아니라 타임오프 제도, 단체협약 시정 지시 등으로 번지는 정권의 모든 노조 탄압에 맞서 단호히 투쟁할 것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조합원을 설득하고 현장을 설득해서 공세적인 대정부 투쟁을 조직해 나갈 것이다. 금속노조만큼은 대정부 투쟁 전선을 제대로 세우겠단 각오다.

완성차·부품사 공동요구안 마련···
조선·철강·전자 산업전환 대응도 본격화

- 산업전환은 금속노조의 주요 화두다. 금속노조는 과거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일하는 사람 모두의 대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공동결정법’ 제정 입법 청원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만 청원인 수를 채우지 못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노조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 외에는 하기 어려울 듯하다. 조합원이 19만 명인데 10만 명을 못 채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결과는 공동 결정, 노동자 (경영) 참여가 기업에만 먼 이야기인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아직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하려면 앞으로 이런 토대와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필요하단 이야기는 4~5년 전부터 나왔지만, 현대차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노사 간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 올해 산업전환 대응과 관련한 금속노조의 계획은?

사업장별로 속도 차이는 있지만 금속노조 차원에서 산업전환 대응을 쭉쭉 해나갈 것이다. 올해는 임·단협 측면에선 공급망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해 완성차·부품사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 원·하청 관계에서 에너지 전환과 투자 문제에 대한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하겠다. 

정책적으로는 노조 바깥의 정책 역량과 협업을 늘리면서, 특히 자동차 산업을 넘어 조선·철강·전자 업종의 산업전환 흐름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산업전환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사업장을 넘어서 지방 정부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산업전환 양상에 편차가 있기에 지역에서 업종별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전환의 파도를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사만 대응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전동화의 경우 공장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거다. 지역 노사정이 자주 보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역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울산, 경주, 충남 등에 좋은 사례도 있다.

- 현대차지부 지난 9대 집행부에서 미래변화대응TFT 1팀장을 맡았다. 여러 노조에서 산업전환 대응 전문성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2년 동안 평생할 공부를 다한 것 같다.(웃음) 우선 해외 완성차들의 정책 자료를 다 찾아서 숙지했다. 해외 유력지, 자동차 산업 박람회 등 최신 동향 파악을 위해 노력했다. 연구기관, 학자들의 보고서도 많이 읽었다. 공부를 분야별로 나눠서 했는데 가장 앞선 트렌드, 기술 개발 수준, 공장 시스템 변화 상황 등을 파악·분석했다. 그러니까 전망이 가능하더라. 종합적으로 현대차 공장이 전동화되면 조합원들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해서 교섭장에 들어간 거다. 내가 TFT 팀장이었고 후배 2명이 팀원이었는데, 후배들에게 현대차 내에서 산업전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며 끊임없이 공부를 주문했다. 산업전환 관련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회사를 상대하기 어렵다. 다만 이는 노조 전임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타임오프를 사업장 상황에 따라 노사가 자율로 정해야 하는 거다.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금속노조 산업전환 대응 원칙?
일자리 만들고 지키기 위한 ‘공동 결정’

- 금속노조는 매년 금속산업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완성차 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 당장은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의 교섭이 실제로 금속노조의 ‘대각선 교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어려운 문제다. 대공장이 산별노조로 전환은 했지만 산별중앙교섭 틀에는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벌써 20년이 지났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임기 안에 풀어낼 수 있을까 싶지만, 내 임기 전후 위원장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면 계속 이 상태로 이어질 거다.

완성차 자본, 그러니까 재벌 대기업들이 산별교섭 틀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의제 문제가 있다. 완성차 사업장의 사내 복지, 임금 등 노동조건을 산별교섭 의제로 다룰 순 없다. 

제조업의 임금체계 같은 의제를 노조가 제기하고 협상의 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기업을 넘어서는 교섭 의제 자체가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다. 외국에서는 다 가능한 일인데, 우리나라에선 산별교섭의 경험 속에서 교섭과 정책 역량을 키우는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 정도는 법으로 강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산별 노사관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사회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런 공감대를 키우는 것이 노조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 금속산업에선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철강 등 전반적으로 산업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 환경과 일자리의 변화도 따라오는데, 금속노조 차원에서 산업전환 대응의 원칙이 있다면?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속노조는 올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고용 의제 투쟁에 앞장설 계획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려면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가 필수다. 참여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후 통보가 아니라 공동 결정 과정이다. 꼭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같은 형태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의 공동 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 전체로는 전환이 노동의 축소나 고용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전환과 사회적 일자리의 확대로 이어지는 정의로운 전환이 기준이 돼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이 전 지구적인 과제로 제시되는 시대이기에 탈탄소 경제체제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 제조업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과제가 가능하려면 사회 공공성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철도의 민영화를 막는 투쟁이 산업전환 대응과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 다양해질수록
산별노조 틀 강조될 수밖에”

- 이주노동자 등 금속노조 구성이 더 다양해질수록, 왜 금속노조가 더 강한 산별노조를 추구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조합원들도 많아질 거라고 예상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금속노조는 왜 산별노조로 단결해야 하나? 

아마 신규 조직이나 조합원들은 산별노조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 같은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기업별 노조 체계를 경험하지 않고 처음부터 금속노조로 조직되는 사업장이 산별노조 체계에 더 잘 녹아든다. 다만 체계 안에 들어오는 것과 조합원들이 산별노조 조합원으로서 의식을 갖고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은 산별노조다운 교육 사업, 19만 조합원의 의식이 함께 올라가면서 또 하나로 모아지는 교육 내용, 교육 방법, 강사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산별 교육 체계는 20년 전 금속노조를 만들 때부터 목적 의식적으로 추구한 영역이다. 금속노조는 교육실을 명확하게 집행 체계에서 분리하고 있다. 하부 단위에도 가급적 교육 담당자가 다른 영역과 겸직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다음은 공동 실천을 통한 통합과 연대다. 실천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데 의식이 하나로 모일 리가 없다. 공동 실천의 핵심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연대다. 전국적인 공동 실천은 그다음 이야기다. 

질문으로 돌아가 금속노조가 더 다양해질수록 산별노조 틀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산업전환의 문제도 그렇고 제조업 살리기도 그렇다. 나눠진 힘으로 돌파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금속노조가 더 강한 산별노조가 돼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단순히 제조업 노동자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표하는 노동운동의 교섭력과 투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의 협상력이 올라가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노사관계의 불균등성을 극복할 수 있다.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창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대 중심 사업으로 지속 가능성 높여···
‘산별교섭 실현’과 ‘노조법 개정’ 총선 의제로

- 올해 투쟁 계획 외에 금속노조의 중점 사업은 어떻게 되나? 

올해 투쟁 과제 외에 3개의 중심 사업을 추진한다. 하나는 금속노조 내부 제도 개선 중심의 체계 혁신이다. 두 번째는 공세적인 조직화다. 세 번째는 교육연수원 안정화를 비롯한 산별 교육 체계 문제다. 결국 이 세 가지는 묶어서 보면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다. 

금속노조가 안팎의 변화한 조건에 맞춰 혁신하고, 교육으로 조합원의 의식을 높이고, 조직화로 힘을 키워 노동운동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힘 있는 노조, 투쟁하는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를 미래 세대에도 전달할 수 있다. 

내년이 민주노총 30주년이다. 87세대와 전노협 세대는 이제 완전히 현장을 떠난다. 새로운 지도력과 연대를 만들어야 노동운동의 내일을 만들 수 있단 생각을 전체 민주노조 운동이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 오는 4월 10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총선 의제로 산별교섭 실현과 노조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거다. 산별교섭은 단순히 산별교섭의 법제화만이 아니라, 산별교섭의 실현을 중심에 놓고 우리 사회 노사관계 체계 자체를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산별 노사관계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각 정치 세력에 요구하고 또 수용하도록 압박하겠다. 총선 이후에는 입법 과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 

노조법 개정도 새 국회의 중심 과제여야 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다시 불붙이겠다. 노조 탄압 수단인 타임오프 제도와 교섭 창구 강제 단일화, 방위사업장 노동자 쟁의권 금지 조항(노조법 41조 2항)을 폐지해야 한다. 

그외 업종이나 현안 단위별로도 정책 사업이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조선업종은 조선산업기본법*을 정치권에 요구하겠다 외투기업 관련해선 외투자본 규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조선산업기본법에는 원·하청 노동자 간 차별 처우 금지,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노무제공계약에 대한 시정 권고 제도 실시, 전문인력 육성, 사업장 내 안전보호, 원청의 하청노동자 사용 비율 규제, 물량팀 사용의 원칙적 금지 등이 담겼다.

- 덧붙일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정말 살기 힘든 사회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서민의 삶은 팍팍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의 보루,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다른 산별노조도 잘하겠지만 금속노조가 19만 조합원들한테 든든하고 큰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