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투쟁 선포···“모든 노동자 위해 싸우자”
금속노조 투쟁 선포···“모든 노동자 위해 싸우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3.20 19:02
  • 수정 2024.03.2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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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에서 4,000명 규모 투쟁 선포식 개최
정의로운 전환, 노조할 권리 위한 노조법 개정 등 투쟁 예고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서 금속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서 금속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쇳덩이 부딪치는 소리로 하루를 여는 금속 노동자들이 투쟁 깃발로 서울 도심을 열었다. 이들은 “노동자와 노동자를 갈라치려는 정권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미래를 위해 너나없이 투쟁하겠다”며 올해 쇳덩이 같은 단단함으로 싸워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장창열, 이하 금속노조)은 20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금속노조 2024년 투쟁을 선포했다. 이 자리엔 금속노조 추산 약 4,000명이 모였다.

금속노조는 지난 2월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투쟁 계획을 확정했다. 금속노조는 불평등 해소와 제조업 미래를 위한 고용 의제 투쟁, 파업의 자유·노조할 권리 보장하는 노동법 쟁취 투쟁, 기후위기 시대 산업 생태계의 정의로운 전환 투쟁 등을 통해 정부의 ‘노조 무력화 시도’에 맞서 모든 노동자를 위한 운동을 벌이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노조 회계공시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다.

투쟁 선포식에서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죽지 않고 일하는 공장 만들기, 산업전환 과정에서 하청사와 부품사 보호, 사회 안전망과 복지의 증대를 위해 너나없이, 후회도 없이 올해 금속노조가 싸우겠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의로운 전환 투쟁···
폐쇄 예고 말레베어분회도 목소리

산업전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노동자들이 조직된 금속노조는 올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공급망의 기후정의, 정의로운 전환 실현 공동요구안을 완성차·부품사를 중심으로 제기하고 쟁취해 원·하청 관계에서 에너지 전환과 투자 문제에 대한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교섭 투쟁과 병행해 제조업에 대한 투자 지원 확대를 담은 대정부 요구와 제조업의 미래를 위한 고용 확대 정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산업전환 속에서 자본은 이윤만 추구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은 위협받고 있다. 불평등만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불안, 양극화를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 중심의 산업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쟁 선포식에는 내년 9월 부산공장 폐쇄가 예고된 자동차 부품사 말레베어공조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독일기업 말레베어공조 한국공장 일방적 폐쇄 철회 촉구 1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말레베어분회는 “말레베어공조는 전기차 전환이 돼도 생존 가능한 회사다. 그런데 독일 말레그룹은 한국공장을 산업전환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더 이상 외국인투자기업의 무책임한 횡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말레베어분회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서 공장 폐쇄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말레베어분회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에서 공장 폐쇄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조할 권리 보장하는 노조법 쟁취 투쟁

금속노조는 올해 “노조의 손발을 묶는” △타임오프 제도(노조법 24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노조법 29조) △방위산업 노동자 쟁의권 제한 (노조법 41조2항) 폐기 투쟁을 선포했다. 
 
정진홍 경주지부 지부장은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에 대해 회사가 임금을 주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는 노동자들의 당당한 투쟁으로 회사와 당당하게 합의한 결과다. 그런데 왜 당사자 간 합의가 불법이고 처벌을 받아야 하나. 이런 노사 합의가 우리 사회에서 불법일 정도로 어떤 악영향을 끼치나”라며 “(노조법상 조합원 규모에 따라 타임오프 한도가 제한되는) 이 제도는 노조를 탄압하고 축소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8일 타임오프 제도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업종과 1,00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화물연대본부, 건설노조에 이어 올해는 정부가 금속노조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정진홍 지부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사용자가 무력화하기에 용이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폐지도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에는 대표적으로 발레오만도지회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2010년 ‘직장폐쇄를 통한 노조 파괴’를 당했다. 사측이 이명박 정부의 지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벌인 일이었다. 같은 해 회사는 조직형태변경(금속노조 탈퇴), 기업노조를 설립해 금속노조를 무력화시켰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교섭권을 뺏긴 발레오만도지회는 2020년에야 다수노조가 돼,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어 2023년 발레오만도지회는 기업노조와 통합했다. 

산 넘어 산이다. 올해 금속노조 투쟁 선포식에 과거 기업노조였던 이들과 같은 투쟁조끼를 입고 나온 발레오만도지회는 타임오프 관련해서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신시연 발레오만도지회 지회장은 “회사는 노동부의 조사를 이유로 전임자의 타임오프 한도가 넘어선 이후로 무급 처리를 하겠단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며 “노동부의 조사 결과는 1년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회사에 함께 대책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상황이고, 회사는 노동부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산별교섭 제도화 투쟁으로 산업 정책 개입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오늘 투쟁 선포식을 기점으로 하청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높이기 위한 사업과 투쟁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투쟁 선포식 이후 금속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 대오는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북문 앞에서 경찰에 막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행진 참석자 14명을 연행했다. 

금속노조는 “회계공시 강요를 비롯한 정권의 노조 탄압을 비판하고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 행진을 폭압적으로 대응한 정권을 규탄한다”며 “이번 경찰의 폭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연행된 노동자들을 구출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 간의 발생한 충돌 과정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연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 2024년 투쟁선포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 간의 발생한 충돌 과정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연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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