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예고 말레베어공조···“정의롭지 못한 산업전환 정책 희생양”
폐쇄 예고 말레베어공조···“정의롭지 못한 산업전환 정책 희생양”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3.11 17:41
  • 수정 2024.03.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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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22대 총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개최
말레베어 공장 폐쇄 철회, 외투기업 먹튀 방지 법·제도 개선 등 요구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11일 부산광역시청 앞에서 22대 총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자동차 부품사 말레베어공조 부산공장의 폐쇄가 내년 9월로 예고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22대 국회에 “강력한 정책 개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지부장 조성민)는 11일 부산광역시청 앞에서 ‘22대 총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은 진영을 넘어 삶과 생존의 문제”라며 “노동자가 삶을 지키고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는 사회를 다가오는 22대 국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산업단지에 있는 말레베어공조는 독일 말레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사업장이다. 자동차 열 관리 공조 분야(콘덴서·배기가스 순환장치) 부품을 만드는 말레베어공조에는 약 160명(생산직 121명·관리직 38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말레베어공조 노동자들은 “매출 감소와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한국공장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부적합하기에 2025년 9월까지 한국공장을 폐쇄한다. 한국공장 생산 제품은 인도와 중국공장으로 이전한다”는 독일 말레그룹 이사회의 결정을 통보받았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한국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 그 누구와 소통이나 협의가 없었던 독일 본사의 결정은 말레베어공조에 일하는 약 160명의 노동자뿐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임주희 말레베어분회 분회장이 11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총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임주희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동부산지회 말레베어분회 분회장은 “말레베어공조에는 3명의 20대 노동자, 59명의 30대 노동자, 57명의 40대 노동자, 37명의 50대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중 여성노동자는 56명이고, 여성노동자의 다수는 여성 가장”이라며 “말레베어공조 한국공장 폐쇄로 청년, 여성 가장을 비롯한 노동자 160명은 집단해고라는 폭력적인 결정의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주희 분회장은 “우리는 정의롭지 못한 산업전환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그리고 무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독일 말레자본에 의해 짓밟힌 한국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외투기업규제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말레베어공조만의 일이 아닌, 모든 외투기업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르노코리아 공장의 일자리 질 저하 문제도 지적했다. “부산시 강서구 녹산공단에 있는 르노코리아는 부산시에서 온갖 혜택을 지원받았는데도, 최근 청년 노동자들을 단기계약직으로 고용했다가 반복적으로 계약 해지하면서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를 비롯한 부산시는 어떤 제재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외투기업 문제는 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개입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말레베어공조 공장 폐쇄 철회와 공장 정상화 △외투기업 관련 법·제도 개선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자 사용자로의 변경 △부당노동행위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부산시와 22대 국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