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3% 의사 증원 찬성···“정부, 국민만 봐라”
국민 83% 의사 증원 찬성···“정부, 국민만 봐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21 17:22
  • 수정 2023.11.2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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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의사인력 확충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
국민 77% “공공의대 설립 필요해”·83.4% “지역의사제 도입 원해”
보건의료노조가 21일 오전 10시 30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정부는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국민 83%가 의사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의사 인력 확충은 뺑뺑이 사망 사고, 원정 진료로 고통받는 환자와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라며 “지금은 의사 눈치 볼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정부에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21일 오전 10시 30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정부는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는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 전문 업체인 서든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유무선 전화를 통해 진행됐다.

국민 83%, 의사 증원 찬성, 방향성은
‘국공립 위주’의 의대 정원 확대

보건의료노조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지역·공공의료를 위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의사 정원 확대 및 국공립 병원 지원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매우 동의 14.1% + 동의하는 편 68.9%)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의 동의 응답 비율이 87.2%로 가장 높았고, 대전·세종·충청의 경우 81.5%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18세~29세의 동의 응답 비율이 85.5%로 가장 높았고, 동의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던 30대는 77.4%였다.

의사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단 의견도 많았다. ‘의료취약지역 및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를 충원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질문한 결과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82.7%(매우 필요 57.7% + 필요한 편 25%)였다. ‘불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15.4%(필요하지 않은 편 11.2% + 전혀 필요하지 않음 4.2%)였다.

의대 정원 확대의 방향성은 공공 위주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도 다수였다. 비수도권 지역의 의사 양성과 공공의료 확충을 목표로 ‘국공립 위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덴 83.3%(매우 필요 45.7% + 필요한 편 35.8%)가 찬성했다. 국립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와 특수목적 의대가 생겨야 한단 응답 비율도 77%였다.

양적인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도 나왔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를 양성해 10년 이상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복무할 필요성이 있냐는 취지의 질문엔 ‘필요하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이 83.4%였고,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3.5%로 나타났다.

“국공립 위주 의대 정원 대폭 확대해
지역에서 복무하는 정책 수반돼야”

전국 40개 의대의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3,058명으로 고정돼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다시 의대 정원 확대를 화두로 꺼내놓은 상태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9일까진 전국 40대 의대를 대상으로 2025학년부터 2030년도까지 의대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받아 21일 오후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들의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드러났다. 희망 수요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의대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학교육점검반, 의학계·교육계 전문가 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과정을 거쳐 최종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가 21일 오전 10시 30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진행한 ‘정부는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라’ 기자회견에서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보건의료노조는 “증원되는 의사들이 지역 및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배치될 수 있도록 사립이 아닌 국공립 위주의 정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의견인 것”이라며 “지역의사제와 같이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의사를 양성하고, 그렇게 확대된 의사들이 반드시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여론은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규모 있는 의대 정원 확대 △증가되는 의사인력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지역·공공의료 우선배치 정책 패키지를 반드시 포함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에 복무할 의사 양성 체계를 마련 △지역·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들이 제대로 국민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좋은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미니의대의 정원 확대,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지역 의사 인력 확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될 수 없고 반드시 실패할 정책”이라며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 의대 정원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뺑뺑이 돌다 사망하는 비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의사협회의 눈치를 보고, 의사 반발을 우려해 미적댈 때가 아니다. 환자와 국민의 고통과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의협과 답 없는 논의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노동단체, 국민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들이 진단과 수술을 이어가야만 하는 현장을 다시 강조했다. 의사 연봉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지역 공공병원엔 의사가 오지 않아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도 증언했다.

김민 충남대병원지부 부지부장은 “충남대병원은 대전충남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데도 현장에선 의사 인력 부족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43명이었던 대전 본원의 PA간호사(수술실 보조 등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간호사) 수는 올해 76명으로 증가했다”며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고, 부족한 만큼 불법의료가 만연한 현장을 언제까지 두고 볼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민지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도 “우리 병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의 부재로 주말에 환자가 아프면 적절한 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할까 불안해진다. 지인들에게 우리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오히려 권유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뉴스는 나의 지인, 아버지, 자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도 말을 보탰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중요한 건 얼마나보다 어떻게 늘리냐는 거다. 양적 확대만 하면 새로 배출된 의사들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너도나도 개원으로 뛰어들 수 있다”며 “공공과 지역의료를 위한 양성, 그리고 배치 계획을 갖춘 제대로 된 의사 증원안이 만들어지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