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의사들···문제 해결 실마리는?
병원 떠난 의사들···문제 해결 실마리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3.06 20:31
  • 수정 2024.03.06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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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 진료거부 장기화에 국회서 긴급좌담회 열려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가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장기화되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와 의대 증원, 각계각층으로부터 해법을 모색한다’는 제목의 긴급 좌담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약 7,000명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가운데, 사직한 전공의와 의협 관계자, 보건의료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국회에서 만났다.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본부장 나순자)는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장기화되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와 의대 증원, 각계각층으로부터 해법을 모색한다’는 제목의 긴급 좌담회를 진행하고 의사 집단 진료거부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 확대를 둔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 확대 추진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4일엔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7,034명의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최소 3개월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가 2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하면 보건복지부가 처분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의사단체도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년 의대 2,000명 증원처분 및 후속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의 삭발과 사직서 제출도 계속된다.

녹색정의당,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
구성해 토론·국민 투표+여론조사 제안

이날 좌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의사 집단 진료거부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는 의대 증원과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등 쟁점을 아우르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인력법 제8조가 규정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즉시 소집해,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잔 안이다.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엔 의사와 정부뿐 아니라 환자단체, 노동·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안을 두고 토론한 뒤 국민 참여단 투표(50%)+대국민 여론조사(50%)를 진행해 최종 결정을 받아들인다.

나순자 녹색정의당 의료돌봄통합본부 본부장은 “의사 인력 확충 문제는 단지 의사와 정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국민의 안전·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1개월 이내 모든 쟁점을 숙의토론하고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사 집단 진료거부 사태 해결을 위한 긴급행동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녹색정의당

사회적 대화 기구를 꾸려야 한다는 데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공감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벌써 (진료 거부) 16일째인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건지 구체적인 방안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화되고 있다. 의정협의체 가동은 이미 (정부와 의사가)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고 한 쪽이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끝난다는 게 있어서 가망성이 없다”며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를 꾸리자고 하는데 자문위원들 몇 명 위촉해서 정부가 하고 싶은 정책을 미는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영명 기획실장은 “실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필수·지역·공공의료와 관련한 모든 대책을 논의 의제에 포함시키고 9월부터 진행되는 정기국회에서 법·제도 정비, 예산 확충 등을 처리하려면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이지 않아”, “여론전 집중하자”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 설치 주장에 우려

공론화위원회를 현 상황에서 실현하긴 어렵기 때문에 의대 증원부터 해야 한단 지적도 있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더 이상의 공론은 결정을 지연시키는 데 활용된다. 의대 증원을 빨리 확정하고 다음 논의로 진전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다. 모이고 결정하고 따라야 하고 복귀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도 “의사들이 의료 정책에 모두 관여하면서 때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장, 관철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이것을 깨지 않으면 의료정책이 환자 중심으로 가는 건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인력 확충과 배치가 의료제도를 개혁하는 데 단초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이번엔 좀 강경하게 가야 한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원 부분에 대해선 후퇴 없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론화위원회 좋다. 우리도 계속 사회적 협의체 필요하단 주장을 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데 현실성이 있느냐”며 “정원 문제만큼은 반드시 이번에 해결하고 가야 한다. 정원 문제는 제발 한 목소리로 시민사회가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정당 등이 집중해야 할 것은 여론 형성이란 의견을 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의-정 간 대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또 가능한 빠른 시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며 “공론조사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공론조사는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 사회 전반에 걸친 활발한 논의를 촉진하기보다는 참여자 내부 숙의에만 그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지금은 시민들을 상대로 의료 시장화 중단과 공공의료 강화란 대안을 널리 알리는 게 좀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정당 등에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봐달라고 부탁했다. 조승연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이야기를 단어만 조금씩 바꾼 거고 아주 큰 그림에서는 맞다 보지만 빠진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공공이란 말이 들어가는 게 없다. 필수의료에 재정을 투여하겠다고 하지만 어디서 끌어올 것이란 말이 없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의사 파업의 핵심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불평등과 격차다. 도시노동자 평균임금, 같은 병원 내 간호사와도 임금 차이가 나는 격차 구조인데, 의사가 하나의 파워 엘리트 그룹을 형성하며 새로운 계급이 돼 버렸다”며 “격차를 줄여가는 데 무엇이 필요하냐, 지금 정권에서 추진하는 의대 증원은 굉장히 성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첨가해서 정책 제안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휴식 공간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휴식 공간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아닌 물결”
환자단체 “우리에겐 죽음의 물결”

좌담회에서 전공의는 집단 진료거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의사가 부족하단 정부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윤석열 정부가 던진 돌에서 물결이 일어난 것이고 집단도 없고 대표도 없다. 강대강 대치도 아니”라며 “의사 내부에도 자본가와 노동자가 있다. 우린 주당 100시간을 넘게 일하고 200만 원에서 400만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의료가 문제가 있냐는 진단부터 다시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명 3위다. 의료의 기여도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와 고용 형태가 달라서 그렇다”고 했다.

조승연 원장이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놓친 필수·지역·공공의료 부분을 채워나가잔 의견이었다면, 정운용 42대 의협회장 후보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부실하기 때문에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용 42대 의협회장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안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공공적인 증원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현재 의료를 악화시킬 수 있어서 반대하는 게 낫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안의 허구와 약점이 먼저 지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사태를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회장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물결이 환자들에게는 풍랑, 태풍으로, 죽음의 물결로 다가온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정책과 대안을 말하는데 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 응급실 가야하고 침대에서 항암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증 환자들과 모여서 논의할 협의체를 마련해 달라. 우리는 정부가 실시하려 하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지 않다. 비대면 진료에 쓸 재원이 있다면 응급실에 의사들 모셔와 달라. 이 이야기를 정부에 꼭 전달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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