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료노동자들, “전공의 복귀·공공의료 확충”
서울대병원 의료노동자들, “전공의 복귀·공공의료 확충”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2.27 16:05
  • 수정 2024.02.2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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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8일차···
보건의료노조·의료노련 이어 서울대병원서도 목소리 높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며 벌인 집단 진료 거부를 두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연이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전공의 집단행동 중단’과 함께 정부에도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분회장 윤태석)는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전공의들에게는 집단행동 중단을, 김영태 서울대병원 병원장에게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도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방안 제시 △공공병원 확충 및 지역 공공의대 설립 등을 촉구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간호사 등 병원 내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받고 있다며 “이는 환자들의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국가적 의료 대란 상황에서 대표적인 공공병원·국립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의 김영태 병원장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운영)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현재호 씨는 의료공백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시술이 필요한 처치나 위험성이 높아 의사가 해 왔던 업무에 책임자 없이 내던져져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병원 본원이 의사의 공백을 채울 수 없어 환자 수를 줄이면서 간호사들은 무급 휴가나 오프(OFF·교대근무 후 휴식일)를 받았다”며,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나 기한 없는 무급 대기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 전날인 26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는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지침’을 발표하고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 손미영 씨는 보건복지부의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손미영 씨는 정부 지침에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간호사를 보호할 대책이 없다”며 “의료현장에 만연한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에 기준을 마련하고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필수·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필수·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또 서울대병원분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환영한다”면서도 공공의료를 강화할 정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다면 의사 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린다는 취지로 발표됐지만, 정작 필수·지역의료 강화의 핵심 내용인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내용은 정책에서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현행 정부 정책만으로는 더 많은 의사들이 미용 시술만 하거나 비급여 진료로 돈벌이를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단순히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지원, 공공성이 담보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영실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정작 공공병원 설립을 무산시키는 등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의료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지역의료원이 없는 울산과 광주에서 의료원 설립이 추진됐지만, 각각 5월과 10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늘리고,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필수·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리며, 공공의대를 세워 확대된 의대 정원을 배정하는 등 필수·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