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 진료 거부···‘공공의료 중요성’ 재차 조명
의사 집단 진료 거부···‘공공의료 중요성’ 재차 조명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2.19 22:10
  • 수정 2024.02.19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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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보건의료기관 중심 진료 확대
“정부, 본질적 해결책 외면”···노동계 등 정부에 공공의사 확충 요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비상진료대책 준비 현황 점검을 위해 인천 부평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을 방문했다. ⓒ 고용노동부

정부가 공공보건의료기관 운영 확대 등으로 의사 집단 진료 거부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노동계에선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외면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의사들이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정부 정책에 반발한 집단행동 돌입을 앞두고 있다. 5대 대형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등)들은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집단 진료 거부를 시작한다.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대한의사협회는 총력투쟁 결정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이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는 19일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산재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 확대 및 주말·공휴일 진료 실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응급의료기관 응급실 24시간 운영 여부 관리 ▲전국 12개 국군병원 응급실 민간 개방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신속한 이송·전원 지원 ▲보건소 연장 진료 추진 등이다.

이 대책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 소속 산재병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발생 시 즉각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면 산재병원에선 △필수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24시간 가동 △평일 연장 근무와 토요일 근무를 통한 외래진료 확대 등이 시행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산재병원인 인천병원을 방문해 비상진료대책 준비 현황을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이정식 장관은 “산재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써 의료계 집단휴진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지자체 등과 신속한 상황공유를 통해 환자 전원 및 이송 등 비상상황에 즉각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도 지난 14일 순천병원을 방문해 연장 진료 등을 당부한 바 있다.

공공의료기관 중심 비상대책에
“윤 정부, 공공의사 확충 제외” 비판도

노동계에선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비상진료대책에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최승제 보건의료노조 교육국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공공병원이 대학병원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승제 국장은 “응급실 등을 24시간 가동하겠다는 것은 중증도 높은 환자를 받겠다는 의미인데, 가령 전공의가 없는 산재병원에선 위험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비상대책으로 가동할 수 있는 병원은 중앙정부 소유 국립대병원이나 지자체에서 운영을 지원하고 설립한 의료원 등인데, 사실 이 병원들은 코로나19로 입은 손해도 아직 다 회복을 못하고 있을 뿐더러 정부는 관련 병원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서 줄이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든 국민의 건강이 지켜지려면 공공병원이 튼튼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사 인력 확충 정책만 의식적으로 제외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것은 의료 공공성 확대에는 치를 떤다는 점에서는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강경한’ 입장으로 의협과 대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의사의 공공적 양성·배치라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료거부 등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신승일, 이하 의료노련)은 “전공의 절반 이상이 주당 80시간을 근무하고,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24시간 연속근무를 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면서 의사 수 확대 없는 여건 개선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의료노련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76%로 나타난 지난 16일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를 언급하며 “의료 현장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당신들의 직장동료와 의료 노동자 그리고 국민과 시대의 부름에 답하고,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한 협박을 멈추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