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개 노동·시민단체, 필수의료 공백 ‘공공의료 확대’로 채워야
281개 노동·시민단체, 필수의료 공백 ‘공공의료 확대’로 채워야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2.20 18:35
  • 수정 2024.02.20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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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공공의대법·지방의사제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열려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공공의사 양성 방안 마련해야”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공공의대법 법사위 계류 규탄, 본회의 직회부 처리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정부가 지난 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5,058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281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라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촉구했다.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행동’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공공의대법 법사위 계류 규탄, 본회의 직회부 처리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1대 국회 회기 종료 이전까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하 지역의사제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법은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할 공공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대와 공공의전원을 설립하고, 이곳을 졸업한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 의료계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게 하는 법이다. 또 지역의사제법은 각 지역 의대에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두어 이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은 의사 자격 취득 후 의료취약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필수의료 :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에 관한 의료 서비스를 의미하며,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개념이 정의되진 않았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선 임산부·어린이·장애인 의료와 감염병, 지역사회 의료도 필수의료의 범주에 포함한다.

지난해 12월 20일 김성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의대법과 김원이·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역의사제법의 수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62일째 계류 중이다.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회부된 법률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본회의 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라 두 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김원일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 활동가는 “(의료법 제2조에 따라) 오직 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사들의 진료 거부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중증 응급의료의 공백이 우려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민간 중심, 시장 중심으로 형성된 의료 체계로 인해 위급 시 국가가 가용할 의료 자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토대로 국회가 하루빨리 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은 “지난 19년간 동결돼 온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지역 의료 격차나 특정 진료과 기피 현상 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류제강 본부장은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함께 추진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박민숙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독일, 일본, 영국 등 (한국보다 공공의료가 발달한) 다른 나라의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차이는 한국의 의료가 시장 논리와 민간 공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또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등 안전과 직결된 정책을 섣불리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으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지역의사제법과 공공의대법 처리에는 반대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공공·필수·지역의료 TF 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몇 명을 증원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몇 명을 뽑든 그 인원이 지역·필수·공공의료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3월 초까지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다면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공동행동은 보건복지위원회에 두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재차 요청하는 한편,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