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노동력 공급을 독점하는 의사집단의 그림자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노동력 공급을 독점하는 의사집단의 그림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6.05 14:20
  • 수정 2023.06.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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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의사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최고 가치의 존재다. 인간 생명체가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는 우리는 질병에 걸렸을 때 고통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의사는 그 생명체를 치료해 개인은 물론 전체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사와 의사집단은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조직한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몇 년 동안 지켜본 결론이다. 공동체를 치료하는 행위보다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의사집단이 우리 공동체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사건을 노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경남 산청의료원 내과 전문의 의사에 연봉 3억 6,000만 원을 제시하고 우여곡절 끝 겨우 채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있다. 연봉 3억 6,000만 원에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 3억 6,000만 원은 누가 결정했는가? 의사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에 의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있다.

의사집단이 노동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지위를 누리기 위해 보호막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호막 안에서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는 3,058명이다. 2006년부터 18년 동안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다. 의대 정원은 의사 수와 직결된다. 의사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하위권 수준이다. OECD 국가 평균 의사 수는 3.6명이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2.5명 수준이다(health at a glance, OECD 2021). 그 원인은 의과대학 정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OECD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의사 수가 증가한 국가들은 의과대학 정원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협회는 의료질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의사의 고용과 보수와 직결된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가 이익집단이다. 대표적으로 노동조합과 이익단체들이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은 사용자 단체교섭을 통해서 임금이 결정된다. 일부 대기업은 강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교섭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독점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독점적 지위는 매우 막강하다. 의사의 교섭력은 일개 사업장 범위를 벗어나 시민 전체로 확대된다.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파업을 주도한 주장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전공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였다. 의료수가 현실화와 처우개선 요구를 바꿔 말하면, 의과대학 정원확대는 의사 수가 증가하게 되어 결국 자신들의 보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 의사의 보수는 열악한 수준일까? 통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우리나라 의사의 보수 수준은 2020년 기준 연평균 2억 3,100만 원 수준이다(일반의와 전문의를 포함한 평균 금액). 의사의 보수 수준은 임금노동자의 5.5배 수준이다. 간호사 평균 임금인 5,400만 원과 비교하더라도 약 4.2배가 많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의 보수가 임금노동자나 간호사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으로 2020년 보수를 계산하면, 의사가 150%, 간호사가 139%, 임금노동자가 135% 상승했다. 의사의 보수 상승폭이 간호사나 임금노동자에 비해 훨씬 컸다. 그 결과 노동자와 의사화의 임금격차는 해마다 벌어졌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우리나라 의사 보수 수준을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상위 그룹에 속한다. OECD는 매년 보고서(Health at a glance)를 발간하는데 각국 의사의 보수 수준을 임금노동자와 비교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값은 의사의 보수를 임금노동자의 임금으로 나눈 비율을 산출해 각국 값을 상대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내용에는 우리나라가 빠져있다.

그래서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수집한 종사자 1인 기업 이상 노동자의 평균임금과 통계청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서 수집한 의사의 보수를 이용해 계산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일반의의 보수는 노동자보다 4.5배 많은 수준이고, 전문의의 보수는 7.1배 많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값이다. OECD 국가의 일반의 보수는 임금노동자보다 2.5배 많은 수준이고 전문의의 임금수준은 4.5배 많은 수준이었다.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일반의와 전문의 보수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의사의 보수는 노동력의 가치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는 고도의 긴장된 행위라는 점에서 노동강도가 강하고, 숙련된 전문 의사를 육성하는 데 투입된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노동력의 가치에 따른 합당한 보상은 인정된다.

그렇다고 의사의 보수 수준이 다수 구성원의 소득 수준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의사라는 직업이 온종일 철판 위에서 용접하는 노동자보다 지하철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노동자보다 몇 곱절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합당하지 않다. 그것은 온전히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의 보수 수준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의사와 임금노동자의 보수 격차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의사집단은 그들의 조직력을 이용해 의과대학 정원을 통제함으로 이익을 지키려는 그릇된 행동까지 드러낸다. 노동력 공급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건강한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다.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경제 주체는 정부다. 최근 정부와 여당 쪽에서 의과대학 정원확대 관련 논의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의과대학 정원확대가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산청의료원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의사집단의 독점적인 공급 통제에 따른 피해가 시민 건강권을 위협하게 된다. 노동자와 의사의 양극화에 따른 피해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의사집단에 바란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우리 공동체도 건강하게 살리는 처방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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