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수당의 탄생과 진화 경로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수당의 탄생과 진화 경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10.14 14:21
  • 수정 2022.10.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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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우리나라 임금제도의 특징은 수당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수당은 직무환경이나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보상이다. 근속수당, 가족수당, 교대수당, 직급수당, 자격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수당이 발달한 배경을 보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기본급 인상을 낮추려는 수단으로 수당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수당이 기본급의 대체재로 활용된 것은 장시간 근로체제 상황에서 연장근로수당을 낮추려는 회사 측의 목적이었다. 이 부분은 대체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 번째 사실이 흥미로운데, 수당이 임금결정 요인을 다변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즉 수당이 연공급체계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수당의 명칭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직무수당, 위험수당, 유해수당, 직급수당, 자격수당, 컨베어수당 등 직무나 직능의 차이를 보상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A사 사례를 통해 수당의 역사를 살펴보자. A사의 수당 종류는 48개다. 수당의 종류가 많고 지급기준과 지급대상, 적용방법 등이 매우 복잡하다. 수당의 종류를 기능적으로 분류하면, 직무/환경, 직능/자격, 조정/보전, 성과/실적, 생계보조/복지, 연공/경력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직무/환경 관련 수당은 수행하는 직무의 강도, 작업환경 등에 따른 차이를 보상하는 수당이다. 직능/역할 관련 수당은 노동자가 보유한 능력이나 자격증, 그리고 노동자가 조직에서 담당하는 책임과 역할에 따라 보상하는 수당이다. 조정/보전 관련 수당은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제도를 변경하면서 발생하는 손실분 등에 대해서 임금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이다. 성과/실적 수당은 생산성 향상이나 업무능력 향상 등 업적에 따른 보상적 성격의 수당이 해당된다. 이 밖에 생계비를 보전하는 성격의 가족수당, 그리고 연공/경력에 따라 보상하는 근속수당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A사 수당 중에서 몇 가지 주요 수당의 생성 배경과 발달 경로를 살펴보자. A사 노사는 90년대 중반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컨베어수당에 합의했다. 당시 A사 임금제도는 단순했다. 기본급과 상여금 그리고 연장근로수당만 있었다. 임금 차이는 근속연수와 근로시간 등 두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차이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연장근로수당은 부서 간 갈등이 큰 요인이었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서는 평일이나 주말을 이용한 연장근로시간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립부서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시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주야 맞교대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평일 2시간 이상 연장근로는 불가능했다.

반면 조립 노동자와 달리 설비를 수리하는 보전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시간이 조립부서보다 많았다. 보전 노동자는 설비가 가동되지 않는 시간에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가동 시간에 작업하는 보전업무는 시간외근로가 되어 연장근로수당을 받게 된다. 보전업무는 주말에도 업무가 계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전업무는 생산라인이 비가동되는 시간에 작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립라인 노동자보다 연장근로시간이 많게 되어 임금 차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조립부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컸다. 조립 노동자들은 완성차 생산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크며, 전통적인 테일러 작업방식으로 인해 노동강도 역시 강한 직무인데도 불구하고 임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력이 강한 조립부서는 별도의 임금인상 수단을 찾게 되었고, 그 결과 컨베어벨트에 종속된 노동자들한테만 지급하는 컨베어수당이 도입됐다. 당시 노사는 직무조사를 거쳐 노동강도 정도에 따라 S, A, B, C, D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수당금액을 차등했다.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최초 컨베어수당은 S등급에 해당하는 작업자만 지급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요구로 A등급과 B등급 근무자까지로 확대했다. 현재 S등급은 7만 4,000원, A등급은 2만 원, B등급은 1만 5,000원으로 차등지급한다.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컨베어수당이 도입되자 다른 부서 노동자 역시 해당 직무와 관련한 수당을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3년 단체교섭에서 조립라인 외 노동강도가 강한 부서로 인정받은 직무에 대해서 관련 수당이 만들어졌다. 당시 교대제가 개편되면서 조립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자, 타 직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수당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기술 부서와 시트설계 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생기·시트설계 연구수당(1.6만 원)이 생겼다. 또 보전(maintenace)과 소재(cating)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전·소재 위험수당, 전주공장 차체공정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차체co2수당, 정비직을 대상으로 하는 CS(customer satisfaction)수당도 새로 합의했다. 이들 3개 수당의 금액은 모두 1만 1,000원으로 동일하게 정했다. 컨베어수당이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확산된 것이다.

직능/역할 관련 수당의 발달경로 역시 유사하다. 직능/역할 관련 수당은 노동자의 속인적 요소를 반영하는 성격의 수당이다. 개인이 보유한 능력(ability)과 자격(qualification), 그리고 지위나 직책 등 개인이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보상이다.

A사는 보직수당과 직급수당을 지급한다. 보직수당은 업무를 지휘하거나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주는 수당이다. 기술직의 경우 보직수당은 라인장이 18만 원, 그룹장 16만 원, 파트장이 10만 원이다. 그룹장과 파트장은 기존 반장과 조장으로 불렸던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직급제도는 구성원의 역량개발과 고성과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승진시스템을 갖춘 인사관리 제도다. A사의 기술직의 직급제도는 기술사원, 기술기사보, 기술기사, 기술주임, 기술선임, 기술수석 등 총 6개 등급을 두고 있다. 6개 직급 중에서 직급수당은 기술사원을 제외한 5개 직급마다 직급수당을 지급한다. 기술기사보는 2만 원이고 기술기사는 5만 원이다.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2만 원 인상되고, 최종 기술수석은 11만 원까지 받는다. 또한, 각종 자격증을 보유한 노동자들에게 자격증 수준에 따라 자격수당을 지급한다. 이처럼 A사는 직무나 직능, 자격증 보유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면서 호봉표에 의해 지급되는 연공급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수당이 발달한 역사적 과정을 보면, 연공급의 문제를 점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당이 발달한 결과 직무 또는 직능 관련 수당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을 차지한다.

수당이 발달하면서 전체 임금에서 연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다. 필자의 분석법에 따르면 연공급의 비중은 초기 50%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현재는 27%~30%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수당의 발달은 임금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와 관련한 수당이 직무가치를 반영했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력이 강하거나 노동강도가 센 부서를 중심으로 수당이 생성되면서 내부노동시장을 왜곡하는 문제점을 보이기도 했다. 임금제도는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속성을 지닌다. 구성원 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노사 단체교섭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제도를 급진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연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태어난 직무와 직능 관련 수당을 활용해서 점진적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컨베어수당을 비롯해 직무 관련 수당을 환경변화에 맞게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직급이나 직책수당의 경우 업종 차원에서 자격인증제 등을 도입하여 숙련과 연계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의 임금체계 개편은 외국의 임금체계 틀로만 한정하지 말고 새로운 혁신적 모델을 우리 안에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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