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을 막아내자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을 막아내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7.12 08:50
  • 수정 2023.07.1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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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노동자와 사용자가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계절이다. 한 해 농사나 다름없는 단체교섭이 한창이다. 올해 교섭에서 노사는 임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기대하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한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해 노조는 큰 폭의 임금 상승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도 1만 2,000원 수준을 요구한 상태다. 전년 대비 24.7% 인상된 금액이다. 반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경제사정 때문에 사용자는 임금동결을 주장한다.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으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감소한다. 물가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더 많아지면 그만큼 가계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딱 그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지표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임금인상률을 앞질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총지수 기준 전년 대비 5.1% 올랐고 임금은 4.9% 인상됐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총 5개 지수로 구분해서 관리하는데, 총지수는 물가지수에 포함되는 458개 품목 전체에 대한 물가변동 값이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이 민감한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 인상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전년 대비 4.9%에 그쳤다. 임금인상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아야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한다. 노동자의 소득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실질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았지만, 지난해 그 현상이 역전된 것이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임금을 결정할 때는 노동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계는 경제성장률 지표를 사용해 임금인상률 요구안을 계산한다. 경제성장률은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요소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노동의 몫에 해당하는 임금지표로는 타당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이 투입돼 산출된 생산물이나 부가가치를 수치로 계산한 개념이다. 임금은 노동생산성 창출에 투입된 몫에 대한 분배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임금인상률을 고려할 때 경제성장률보다 노동생산성 지표가 타당하다. 우리나라는 노동생산성 지수를 생산지수와 부가가치로 구분해서 발표한다. 노동생산성이 올랐다는 것은 투입된 노동 대비 생산량이나 부가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향상됐다면 생산량이 증가했을 것이고, 기업이 판매한 재화와 용역의 이익이 컸다면 부가가치가 오른 것이다. 노동 투입량은 투입된 사람의 수와 노동시간으로 계산한다. 생산에 투입된 사람이 많아졌거나 노동시간이 길어졌다면, 그만큼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어떤지 살펴보자.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지수 통계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작성한다. 노동생산성지수는 실질GDP를 노동량(사람수×노동시간)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2015년 값을 100으로 설정한 기준값을 이용해 연도별 값을 환산한다. 농업을 제외한 전산업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110.2를 기록했다. 2015년 기준으로 10.2%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산업 노동생산성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에 잠시 하락했다가 2021년부터 회복해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업종별로 노동생산성을 보면, 지난해 기준 제조업 부문이 123.5를 기록해 가장 높고 건설업은 81.7을 기록해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지난해 산업별 노동생산성 증감률은 전산업은 2021년 대비 2.2% 증가했다. 제조업은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조업은 노동생산성지수가 전체 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해 증가율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낮았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둔화한 원인은 수출감소로 생산량이 감소해 전체 부가가치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지난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별로 노동생산성을 평균했을 때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평균 3.1% 증가했다. 걱정되는 곳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은 연평균 2.8%씩 노동생산성이 하락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노동생산성 요소를 분해할 필요가 있다. 노동생산성을 구성하는 산출량과 노동투입량의 효과성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그림2>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지수(산업생산기준) 그래프다. 노동생산성과 산출량은 우상향하는 모양을 보이며 증가했지만, 노동투입량은 횡보하는 모양을 보이면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 98이었던 노동투입량지수는 2022년 96으로 떨어졌다.

노동투입량이 감소한 것은 노동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자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고용량이 증가하면서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노동생산성이 올랐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이 증가한 내용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을 글로벌 국가와 비교해보자. 노동생산성을 그 나라 화폐가치를 고려한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21년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8만 9,000달러로 10만 5,000달러보다 떨어진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7만 9,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주요국의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매년 꾸준하게 노동생산성이 증가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정체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일본을 앞질렀고,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일본은 최근 들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면 그에 상응하는 분배의 몫이 정해져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한국생산성본부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가가치를 분석한 통계를 발표한다. 여기에 노동소득분배율이 포함돼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기업이 창출한 요소비용부가가치(영업이익+인건비+금융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노동소득분배율 자료는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기업경영분석통계도 있지만, 한국생산성본부가 작성하는 상장기업부가가치분석 통계가 정확성이 높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회계감사 기준을 엄격히 적용받기 때문이다.

지난 5년 자료를 보면 전산업의 노동분배율은 2016년 60%에서 2021년 39%로 크게 떨어졌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건비를 절감했거나,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사람 대신 기계장비를 확대하는 경우다. 자동차업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이유는 노동집약적 특성 때문이고, 전자부품업종은 자본집약적 특성 때문에 낮다. 노동소득분배율 통계를 볼 때는 절대적인 수치보다 추세를 봐야 한다. 최근 흐름은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는 곧 노동자의 몫이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지금까지 살펴본 통계자료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결론은 노동자의 분배 몫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노동자 임금인상률은 물가인상률보다 떨어졌다. 노동생산성은 상승했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했다. 노동자에게 돌아가 분배의 몫이 자본의 몫으로 분배되고 있다. 그러니 소득불평등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임금교섭 때 노동소득분배율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노동소득분배율은 상급단체 차원의 거시적 수준에서 다뤘다. 거시적 수준은 기준선을 정하는 의미가 있지만, 사업장 단위에서는 기업 자료를 활용하여 임금교섭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기업 회계자료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은 금방 계산된다. 기업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흐름을 파악한다면, 임금교섭마다 노사 간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소득분배율이 커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소득을 늘려서 구매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생산을 촉진하는 선순환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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