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시급제와 월급제를 다시 생각한다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시급제와 월급제를 다시 생각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12.19 15:26
  • 수정 2022.12.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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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임금과 관련한 제조업 노동조합의 오래된 요구는 단연 월급제가 1순위로 꼽혔는데, 언제부터인지 월급제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최저임금, 상여금의 통상임금 소송, 임금체계 개편 등의 주제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시급제와 월급제를 다룬 토론회를 열었다. 지금 시점에서 노동자들은 왜 월급제를 다시 꺼내 들었을까. 시급제와 월급제가 어떤 차이가 있길래 월급제를 선호하는 것인지 찬찬히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시급제와 월급제의 개념 차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급제와 월급제는 임금을 계산하는 기준 시간 단위를 의미한다. 시급제는 시간 단위로 임금을 정하고 일한 시간만큼 계산해서 임금을 지급한다. 월급제는 월 단위로 임금을 정하고, 그만큼 임금을 지급한다. 여기서 시급제든 월급제든 임금을 계산하는 기간은 ‘월 단위’라는 조건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즉 시급제든 월급제든 임금은 매월 주기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시급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시급으로 정해진다. 시급이라는 의미는 시간당 금액이라는 뜻이다. 시급제 노동자의 기본급은 정해진 시급과 1개월 동안 일한 노동시간을 곱해서 정해진다. 월급제는 임금을 정하는 시간 단위가 시간이 아니라 월 단위다. 월 단위를 기준으로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만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시급제와 월급제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시급제는 시간 단위로 임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일한 시간에 따라 변동된다. 노동시간은 달력의 날짜수와 자신이 일한 노동시간에 의해 정해진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달력은 28일, 29일, 30일, 31일로 매달 날짜가 다르게 구성된다. 매월 날짜 수가 다르니 일하는 시간도 다르게 된다. 본인의 노동시간은 조퇴나 외출, 결근을 제외한 순 노동시간으로 계산된다. 만약 지각이나 조퇴가 있었다면, 시급제는 그 시간만큼 임금에서 공제한다. 반면, 월급제는 날짜와 노동시간에 관계없이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월급제는 임금의 고정성이 확보된다. 이처럼 시급제와 월급제의 차이는 월 기본급이 변동적이냐 고정적이냐에 있다.

시급제의 변동성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 앞서 시급제는 그 달의 날짜수와 자신이 근무한 시간에 따라 기본급 금액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항목이 있다. 유급휴일수당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55조는 1주일에 하루를 유급휴일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 이상으로 계약됐다면, 그 노동자는 주1일은 유급휴일을 받을 수 있다. 유급을 주휴수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휴수당은 법률용어는 아니고 관용적으로 쓰는 개념이다. 주휴수당은 조건이 붙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30조는 ‘유급휴일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개근이란 소정근로일수를 채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근을 했다면, 그 주의 주휴수당은 받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시급제는 개근 여부에 따라 주휴수당이 결정되기 때문에 임금의 변동성이 더 크다. 그런데, 월급제는 주휴수당이 정해진 월 급여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경험한 월급제의 경우 월급제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결근했다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시급제와 월급제의 개념 차이를 훑어보니, 시급제 노동자들이 월급제를 요구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즉 월급제가 시급제보다 임금의 고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시급제와 월급제의 실태를 보자. 정부의 공식 통계조사에서는 임금의 지급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노동계 조사 자료에서 간간이 시급제와 월급제의 실태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08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산직의 경우 51%가 시급제를 적용받고 있었고 월급제는 13.7%에 불과했다. 사무직의 경우는 반대였다. 월급제가 47.4%였고, 시급제는 7.0%에 불과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2022년에 금속노련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123개 사업장 중에서 시급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의 비율이 53.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월급제는 17.1%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모두 전통적인 제조업에 속한 산업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산업의 임금지급 형태 모두 시급제 비중이 여전히 크다.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는 2008년이고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조사는 2022년인데, 그 시기를 비교해도 큰 변화는 없다. 그만큼 시급제가 여전히 제조업 부문에서는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노동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산직은 노동 생산물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무직은 노동 생산물을 시간 단위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노동의 특성 때문에 여전히 생산직은 시급제를 선호하고 사무직은 월급제를 선호하게 된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월급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임금의 변동성 때문일까? 변동성 때문에 월급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월급제라기보다 임금의 안정성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급제는 변동성이 크지만, 노동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계산한다는 점에서 월급제보다 장점도 크다. 월급제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이 정확하게 계산되기 어렵다. 그래서 월급제는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정하거나 고정OT수당을 두어 연장근로시간을 부분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연장근로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평균적인 시간으로 계산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월급제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변동성 요인보다 더 큰 변수가 있다. 사례 사업장을 통해서 그 요인을 찾아보자. 조선회사인 A사는 생산직이 월급제이고, 자동차회사인 B사는 생산직이 시급제이다. 노조 간부와 인터뷰를 해보면, 시급제를 시행하는 B사보다는 월급제를 시행하는 A사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더 컸다. B사가 임금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B사는 연장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그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보전 받았다. 노동시간은 줄고 임금은 보전되니 삶의 질이 높아졌다. 그렇다보니 B사는 월급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었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그만한 임금을 받게 되었으니, 임금의 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사는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장근로수당에 목말라한다. 연장근로를 해야만 임금을 유지할 수 있으니 임금의 안정성은 B사보다 떨어진다.

정리해 보자. 시급제와 월급제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급제라고 해서 제도적 허점이 많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시간 단위로 노동생산물이 산출되는 사업장이라면 시급제가 유리할 수도 있다. 월급제라고 하더라도 임금수준이 낮다면, 제도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오히려 제도의 안정성 효과보다는 임금수준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금은 제도의 안정성과 임금수준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제도와 임금수준의 우선순위를 골라야 한다면, 제도의 안정성보다는 임금수준의 안정성을 우선순위로 꼽고 싶다. 월급제를 임금제도의 완성된 형태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시급제와 월급제의 선택은 생산과 노동의 특성을 고려해 정하면 된다고 본다. 다만, 시급제의 경우 근태나 주휴수당 등에서 임금의 변동성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은 시도할 만하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근태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월급제와 차별적인 제도로 비칠 수 있다. 연차휴가를 30분 단위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근태가 관리되도록 하게 되면 시급제의 임금의 변동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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