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공무원의 호봉제와 연공급, 그리고 정률제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공무원의 호봉제와 연공급, 그리고 정률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4.04 10:58
  • 수정 2023.04.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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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우리나라 호봉제의 역사는 공무원 임금제도에서 시작된다. 공무원 임금제도는 1949년 10월 공무원보수규정으로 확립됐다. 보수규정은 임금의 정의, 수당의 종류와 지급기준 등을 담고 있다. 당시 제정된 기본급은 일반직 공무원, 법관, 교원, 비서 등 4개로 구분해 임금표를 따로 정했다. 이 중에서 일반직 공무원의 호봉표를 살펴보면, 5개 직급으로 등급을 나누고 직급마다 호봉 수를 정하고 있다.

호봉 수는 직급마다 다르게 차이를 두었다. 예를 들어 5급은 26호봉, 4급은 18호봉, 3급은 10호봉, 2급은 6호봉으로 구성됐다, 1급은 검찰총장, 심계원장(현 감사원장), 서울시장, 대검차장, 지방검찰청장, 도지사, 서울시 부시장 등 해당하는 고위 공무원의 직책을 표기하고, 직책마다 금액을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직책에 따라 호봉을 책정한 것과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된다. 검찰총장, 심계원장(현 감사원장)이 최상위 금액이고 대검찰청 차장검사, 고등검사장, 서울시장은 2순위 직책이다. 도지사, 지방검찰청검사장, 서울시 부시장 등은 호봉을 정하고 있는데, 3호봉으로 구분했다.

검찰관과 비검찰관을 구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2급과 3급은 검찰관과 비검찰관으로 구분했으며, 호봉금액도 다르게 책정했다. 같은 3급이라도 검찰관 1급이 500원(당시 화폐가치 기준) 더 많았다. 당시 임금수준은 5급 첫 호봉은 6,000원이었다. 2급 최고호봉 임금은 1만 7,900원(비검찰관 기준)이었다. 약 2.98배 많았다. 검찰총장 임금은 3만 원이었고 대통령 임금은 5만 원, 부통령 임금은 4만 원 수준이었다.

공무원의 임금표는 봉급표라고 불렀다. 봉급은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기본급이다. 임금제도의 명칭이나 제도의 내용은 일본의 봉급제도를 모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곤(2005)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패전 이후 미점령군 총사령부(일본 점령군 총사령부, GHQ; General Headquarters)는 1948년부터 공무원의 직급별 봉급표를 제정했다. 봉급표는 15개 직급과 1-10호봉으로 구성됐는데 이것이 일본의 공무원 봉급표의 원형이라고 기술했다.

현재 일본 공무원 기본급은 10개 직급과 20개 호봉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호봉’의 개념도 일본 공무원의 봉급표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일본의 봉급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개념은 조선시대 녹봉이다. 녹봉은 조선 세종 6년(1474년)에 제정된 녹봉도감과 숙종 10년(1714년)에 제정된 녹봉교서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조선시대 녹봉은 노비나 일꾼에게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을 지급하는 규정이었다(이종철, 2009).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공무원보수규정은 크게 두 번의 변화를 거친다. 첫 번째 변화는 1962년 법관과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판사와 검사의 임금은 일반 공무원과 분리된다. 이전까지 판사의 임금표는 별도의 호봉표를 가지고 있었고,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 같은 호봉표에 있었다. 다만, 검사의 임금은 일반직 공무원과 다르게 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2년에 판사와 검사의 임금은 아예 법률로 다르게 정한 것이다. 보수규정을 제정하면서 호봉등급과 임금수준은 판사와 검사를 동일하게 맞췄다.

다만, 대법원장이 검찰총장보다 한 등급 높게 정했고, 검찰총장은 대법원 판사와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이때 제정된 호봉제는 현재도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호봉 등급은 당시보다 많아져 17개 호봉으로 구분된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두 번째 변화는 1963년 기존의 5개 직급이 9개 직급으로 재편됐다는 것이다. 기존 2급부터 5급의 직급이 갑과 을로 구분되면서 2급갑, 2급을, 3급갑, 3급을 등 총 9개 직급으로 확대된다. 세 번째 변화는 1982년에 단행된 직급호봉제다. 직급명칭도 1급부터 9급으로 정하고 호봉수도 직급마다 동일하게 30호봉으로 정했다. 1982년 개정된 보수규정은 현재까지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1982년엔 직종별 임금표를 11개로 구분해 따로 정했다. 공무원의 임금표가 세분화된 것이다. 이밖에 1998년에 3급 이상 일반 공무원과 정무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연봉제가 도입된다. 연봉제의 적용대상은 현재 1급부터 5급까지로 확대됐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공무원임금제도의 역사를 보면, 호봉제와 연공급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48년 공무원의 임금제도가 법률로 정해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임금제도가 수정되었으나 호봉제와 연공급이라는 틀은 유지되고 있다. 5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6급부터 9급의 임금은 전형적인 호봉제와 연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1년 9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호봉이 승급된다. 법관과 검사의 임금 역시 일반직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호봉제와 연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하위직 공무원의 기본급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9급 1호봉의 기본급은 168만 6,50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미친다. 9급 1호봉의 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831만 원 수준이다(인사혁신처, 공무원 시험 수험생을 위한 공직 안내서, p.29).

세 번째는 공무원의 임금인상은 정률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하위직과 고위직 간의 임금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표2> 검사와 판사의 사례를 보면, 2023년 임금은 1.7% 인상됐는데, 호봉마다 인상된 금액의 격차가 크다. 17호봉은 14만 6,900원이 인상됐지만, 1호봉은 5만 6,000원 인상에 그쳤다. 인상액이 3배 가까이 차이난다. 이처럼 정률방식의 임금인상 방식은 근속연수 간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를 20년 전부터 인지했고, 그에 따라 정률방식에서 정액 방식으로 개선하면서 근속연수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의 노동개혁의 과제로 설정하고 직무급제를 개편 방향으로 정하고 있지만, 임금제도는 공무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고, 노동의 특성 등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을 무턱대고 추진해서도 안 될 것이며, 단체교섭 체계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무원 임금인상 방식인 정률제는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액제를 도입하면 하후상박의 효과와 근속연수 간 임금격차를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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