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연공임금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연공임금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3.03 13:48
  • 수정 2023.03.0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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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연공급 폐지론자는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선진국보다 매우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경총이 2021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일본과 EU보다 크다. 경총은 근속연수 1년차 미만과 30년 이상자를 대상으로 한국, 일본, EU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2.95배, 일본은 2.27배, EU는 1.65배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는데, 이 분석 결과가 보여주지 않은 허점이 있다. 직종별 분석값이 없다는 점이다. 직종별 임금격차 정보가 있어야 임금개편의 대상자와 방식을 정확하게 처방할 수 있다.

정부나 경영계는 연공급을 개편하지 못하는 방해 세력을 노동조합으로 지목하는 듯한 인상을 은연 중 드러낸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연공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요인은 공무원과 공기업의 임금체계에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2021년) 자료를 보면 근속연수 10년 이상 노동자와 1년 미만 노동자의 임금차이는 평균 2.13배로 조사됐다. 이를 직종별로 나눠 근속연수별 임금차이를 보면,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큰 직종은 사무직과 전문직, 판매직이다. 판매직은 2.22배, 사무직은 2.17배, 전문직은 2배로 나타난다. 반면 임금격차가 낮은 직종은 단순노무직 1.33배, 기능원 등 1.75배, 그리고 장치기계 조립 종사자 1.74배 등이다. 이들 직종은 흔히 생산직으로 불리는 노동자다. 대기업 노동자도 이 직종에 속해 있다.

단순노무직이나 생산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효과가 작다. 단순노무직 종사자가 연공성이 가장 약한 이유는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에 종사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영세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제도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공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노무직이나 생산직은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작은데도 전체 평균값이 2.13배 큰 이유는 전문직과 사무직 종사자의 비율이 56.1%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강하다는 주장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임금제도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결국, 우리나라의 연공임금은 1차 노동시장에 속한 전문직과 사무직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챙긴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임금개편의 대상과 정책도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기 위해 사업체 사례를 분석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효과도 살펴보았다. 사례 집단은 민간 대기업과 국가직 일반공무원의 임금수준을 비교해 분석했다. 두 사례 모두 연공급 임금체계가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연공급의 실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최적이다. 국내 민간 대기업 노동자의 근속연수별 임금자료는 필자가 수집한 자료를 이용했다. 민간 대기업은 노동조합 조직력이 강하고 조합원의 다수는 생산직이다. 임금자료는 기본급, 수당, 상여금 항목만 포함했고, 성과급과 시간외근로는 제외했다. 공무원의 임금자료는 공무원보수규정과 수당규정을 참고해 기본급(공무원은 기본급을 봉급이라고 함),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직급보조비를 계산했다. 정근수당과 직급수당은 근속연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분석대상에 포함했다. 공무원은 입직경로가 다양하지만, 9급 1호봉을 1년으로 정했다(남성은 군대 경력을 인정해서 3호봉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성은 1호봉부터 시작함). 근속연수 35년 임금은 6급 29호봉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무원은 매년 1호봉씩 자동으로 인상되며, 승급은 자동근속연수 기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수집한 임금자료와 기준을 적용하여 근속연수별로 임금격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공무원의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민간 대기업보다 큰 결과를 보였다. 근속연수 35년차를 기준으로 보면 민간 대기업의 임금은 1.89배 많았지만, 공무원은 2.79배 많았다. 만약 5급 사무관으로 승진을 가정했다면 임금격차는 더 컸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앞서 분석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사무직과 전문직이 생산직보다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크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업체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노동조합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오히려 줄이는데 기여했다.

그 근거는 임금인상 방식에 있다. 노동조합은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인상 방식을 정률제 방식에서 정액제 방식으로 개선했다. 2000년 초반부터 노동조합은 이런 노력을 시작했다. 정률제는 일정한 비율로 임금을 인상하는 방식이다. 임금인상을 5%로 적용하면 임금수준이 높은 고근속자가 유리하게 된다. 100만 원 받는 신입사원과 200만 원 받는 고근속자는 같은 5%를 적용하더라도 인상되는 금액은 5만 원과 10만 원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처럼 정률제는 근속연수 간 임금격차를 크게 만든다. 90년대 임금인상 방식은 정률제가 지배적이었으나, 근속연수 간 임금격차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률제와 정액제를 50 대 50으로 혼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그 방식도 폐지되어 요즘은 대다수 사업장에서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공무원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큰 이유는 하위직 공무원의 임금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9급 1호봉 임금수준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공무원의 임금체계는 전형적인 호봉급이다. 우리나라에서 호봉제를 최초로 제도화한 사례가 공무원 임금이다. 공무원 호봉제는 매년 1호봉씩 자동으로 승급된다. 그리고 직급이 상향되면 임금인상 폭이 더 커진다. 따라서 공무원은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 폭이 민간기업 임금보다 더 큰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초임은 낮고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 폭은 크기 때문에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민간기업보다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민간기업보다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크다. 공기업도 공무원의 임금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맺어보자.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강하다고 이야기하려면 어느 집단인지를 정확하게 가려야 한다. 전체 평균값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연공성이 강하다고 주장하다가는 자칫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정부나 경영계도 이런 생각을 강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섣불리 우리나라 연공급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책임을 대기업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데이터에서 보듯이 오히려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보다는 공무원과 공기업의 임금체계를 문제 삼아야 한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연공급은 문제 삼으면서 정작 공무원 연공급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이래서는 연공급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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