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최저임금, 그 답은 정해져 있다
[곽상신의 통계로 읽는 노동] 최저임금, 그 답은 정해져 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5.08 16:40
  • 수정 2023.05.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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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윤석열 정부엔 노조를 때리는 정책만 있을 뿐,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려는 정책은 없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훑어봐도 그렇다. 다주택자를 위해 양도세를 유예한다는 정책은 있어도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과제는 없다. 노동생산성을 올리겠다는 말은 있어도 노동소득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없다. 오히려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업종별로 차등하려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럴 낌새는 벌써 새어 나왔다. 정부는 3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저소득 노동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을 심층평가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까지 했다. 심층평가를 한다 해서 당장 제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수가 부족하니 근로장려금을 손봐 삭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장려금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면 우리 사회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와 공적자금이전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보전과 양극화 해소 효과가 있다. 증거는 통계를 통해 잘 드러난다. 최저임금의 효과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발간한 글로벌 임금보고서(2022-23)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2개국을 대상으로 2019년과 2021년(또는 2022년)의 임금불평등을 조사한 결과를 집계했는데, 12개 국가는 불평등이 완화했고, 10개국은 불평등이 심화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지표는 양호하게 나타났다. 반면, 베트남, 태국,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는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가 개선된 국가의 특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ILO는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여성의 일자리가 더 많이 감소했고 서비스업이나 건설 등 저숙련 업종의 일자리가 더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소득을 재분배해 임금 불평등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ILO 임금보고서에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소득불평등 자료가 보고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소득재분배 자료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시기 우리나라 소득재분배 성적은 초라했다. ILO자료와의 비교를 위해 2019년과 2021년의 자료를 살피면, 지니계수는 0.404(2019년)에서 0.405(2021년)로 0.001 증가했다. 팔마배율은 1.89배를 유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던 2018년의 경우 지니계수와 팔마배율 값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지니계수는 2017년보다 0.004 감소했고, 팔마배율도 0.04 감소했다.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 효과가 소득재분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용어설명>
•지니계수(gini index):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로써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마비율(Palma ratio): 소득 상위 10%의 누적 소득합계를 소득 하위 40%의 누적 소득합계로 나눈 값의 비율을 의미한다. 0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D9/D1: 소득 상위 10%의 경계값을 소득 하위 10%의 경계값으로 나눈 값이다. 값이 작을수록 소득양극화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적이전 효과도 소득재분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통계에 잡힌다. 공적이전 효과란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등)에서 공적이전지출(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뺀 금액을 말한다. 공적이전 효과를 보려면 소득 분위별로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의 차이를 비교하면 된다. 시장소득이란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등이 포함된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시장소득에서 공적이전 소득을 더하고 공적이전 지출을 뺀 값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분위별 소득을 보면, 1분위의 경우 시장소득은 10년째 큰 변동이 없다. <그림2>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저소득 가구가 노동이나 사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처분소득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85만 원에서 2021년에는 892만 원으로 1.84배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 효과가 크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10분위 계층은 1분위와 반대 흐름을 보인다. 10분위 계층은 시장소득이 공적이전소득보다 많았고, 시장소득과 공적이전 소득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시장소득은 8,524만 원이었고 처분소득은 7,638만 원으로 그 차액은 886만 원이었다. 2021년에는 시장소득은 10,836만 원이었고 처분소득은 8,995만 원이었고 그 차액은 1,841만 원이었다. 이 말은 소득 상위 계층일수록 벌어들인 소득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납부한 돈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결과를 보면, 소득재분배 정책이 강화돼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ILO 임금보고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최저임금과 쿠폰 등 보조금 정책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위기를 완화하면서도 그들의 구매력을 유지하게 해 국민 총수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가? 아무리 찾아봐도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입에서 뜬금없이 고용세습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며 전기세 등 물가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적극적인 보호 정책이 절실하다. 통계에서도 드러났듯이 부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늘려야 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부자를 위해 세금을 계속 감면한다면 소득양극화 현상은 더 크게 벌어질 것이 뻔하게 보인다. 그래도 그 길을 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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