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 단협에 감 놔라 배 놔라? ILO 판단 받아보자”
“정부, 공무원 단협에 감 놔라 배 놔라? ILO 판단 받아보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21 19:47
  • 수정 2023.11.21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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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전국공무원노조 상벌규정·단협 시정명령 내려
전국공무원노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 제소
전국공무원노조가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한국 정부 제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행정처장, 광역·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들과 공무원 노동조합들이 맺은 단체협약이 ‘위법’이라는 취지의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전국공무원노조)은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중에 정부를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단 게 전국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두 협약은 지난해 4월 20일 발효돼 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그간 전국공무원노조에 조직된 법원, 광역·기초자치단체, 교육청 공무원 노동조합들은 각 기관의 장들과 단체협약을 맺어왔다. 다만 노조법이 아닌 공무원노조법을 적용받는 공무원 노동조합들은 교섭 범위에 제약이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등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한 공무원노조법 제8조,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또는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해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공무원노조법 제10조에 따라서다.

문제는 공무원노조법에서 제한하는 내용이 해석에 따라 위법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단 점이다. 현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에 조직된 노동조합들이 맺어온 단체협약 조항 중 일부가 공무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 일환으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67개 지부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가 자율적인 교섭을 장려하는 취지를 담은 ILO 제98호 협약을 위반했단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ILO 제98호 협약은 ‘단결권을 행사 중인 근로자에 대한 보호, 자발적인 단체교섭 추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 국격을 높이고 싶다면 IL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권고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전은숙 전국공무원노조 종로구지부 지부장은 “정부가 수년 전에 체결한 단체교섭에 예산과 인사, 법령에 대한 문구가 하나 들어가 있다고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 법으로는 단체교섭이 절대 불가능하고, 직장협의회법보다 못한 이 공무원노조법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와 노동청은 노동자 입장에서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하고 지금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에 노동부만이라도 노동자 편에 서서 잘못된 부분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공약 내용으로 할 경우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선거관리규정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 권한정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상벌규정에 대해서도 각각 지난 5월과 9월 시정명령 조치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 시정명령이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ILO 87호 협약 제3조 제2항은 “공공기관은 규약 작성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간다”고 정한다.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조직이나 의사 절차를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단결권에 포함된단 게 전국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던 2013년부터 개정된 공무원노조 규정을 문제삼으며 시정명령을 했다. 노동조합 각 지부에서 기관과 맺은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양 당사자의 노력의 산물인 단협도 정부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노조가 자체로 결정해 시행하는 것을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