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충분히 줬다”, ‘숙원 법안’ 들고 국회 찾은 공무원들
“시간 충분히 줬다”, ‘숙원 법안’ 들고 국회 찾은 공무원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9.20 17:44
  • 수정 2023.09.20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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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20일 ‘생존권 보장 입법촉구 결의대회’ 열어
공무원노조법 개정, 정치기본권·소득공백해소 입법청원 수용 등 촉구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이 20일 오후 2시 국회 인근 도로에서 ‘공무원 생존권 보장 입법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공무원노조들이 정기국회 일정을 시작한 국회의원들에 2024년 예산을 조정해 공무원 보수와 선거사무수당을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기본권·연금 소득공백 해소 입법청원과 공무원노조법 개정 등 공무원들이 숙원처럼 여겨왔던 법안 개정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20일 오후 2시 국회 인근 도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원들의 생존권·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처리와 2024년 예산 수정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예산을 조정해 공무원 보수를 인상하고 청년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대책 마련 △선거사무수당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내년 총선 예산 확대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 △정치기본권 보장 10만 입법청원과 공무원연금법 5만 입법청원을 수용해 관련법 개정 등이다.

보수·선거사무수당 인상
공무원 생존권과 직결

이중 공무원노조들이 생존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공무원 보수와 선거사무수당 인상이다. 공무원노조들은 정부, 전문가들과 공무원보수위원회를 통해 5급 이상 2.3%, 6급 이하 3.1% 보수 인상 권고안을 합의했지만 정부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2.5%로 결정해 국회에 넘겼다.

양 노조는 “올해도 정부는 물가폭등, 금리 인상 등으로 월급 빼고 다 오른 상황에서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은 인상해 실질임금 삭감을 막아 달라는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며 “하위직 청년 공무원들의 저임금을 해결하기 위한 정액인상도 기존 임금체계를 흔든다는 말도 되지 않는 구실로 끝내 거부하더니 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한 인상안마저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고작 2.5% 인상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제출했다”며 국회에 예산안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들은 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이 선거사무종사자로 사실상 ‘강제 할당’돼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을 받으며 투개표업무를 해 왔다고도 국회에 재차 알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거사무수당이 최저임금과 연동돼 인상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공무원노조들의 요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회에는 선거사무수당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3개나 국회에 제출돼 있고, 중앙선관위도 선거사무수당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개정안에 반대하고 22대 총선 예산을 축소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호소했다.

결의대회에서 정대우 공노총 시군구연맹 부위원장은 “정부가 내년 보수 인상률을 2.5%로 확정했고, 국회가 마지막으로 예산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목소리가 다시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사무수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한목소리로 싸울 때 그들은 우리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치기본권·정년 즉시 연금과
노조할 권리는 공무원 ‘기본권’

또 공무원은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아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온전히 갖지 못한다고 공무원노조들은 지적해 왔다. 공무원과 교원의 경우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에 후원을 하는 등의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공무원·교원노조들은 2020년 △정당법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공무원 제외 단서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등 관련된 7개의 법안을 고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상임위원회로 청원을 보낸 바 있다.

공무원노조들이 진행한 또 다른 청원인 공무원연금법 개정 입법청원도 지난해 5만 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앞선 정치기본권 청원처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제43조(퇴직연금 또는 퇴직연금일시금 등)와 제62조(퇴직수당)를 개정해 공무원 퇴직연금 지급개시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0세로 바꿔 정년 후 소득공백을 막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일 오후 2시 국회 인근 도로에서 진행된 ‘공무원 생존권 보장 입법촉구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는 지난 2020년 입법청원으로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을 제출하고, 지난해 5만 입법청원으로 정년 즉시 연금지급을 요구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도, “하지만 국회는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노조들은 지난 20년간 공무원들에게 특별히 적용돼왔던 공무원노조법은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킨다고도 비판했다. 전은숙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종로구지부 지부장은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보장하지만 공무원은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단체교섭 시정 명령을 내려 문구 하나하나를 보고 (공무원노조법 위반이라서) 시정하라고 할 수 있다”며 “구청장은 노동조합이 구청장을 비판하면 공무원노조법에 의해 징계하고, 탄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국회가 우리 공무원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공무원들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며 “정치중립이라는 허울 속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이것을 극복해야만 우리 삶이 바뀐다. 내년 총선에서 전체 공무원이 단결해 우리의 입장과 지침을 가지고 투표하자”고 당부했다.

“한국 사회의 보수 양당 체계에서는 노동자의 삶도, 공무원의 삶도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답을 만들고 후보를 내고 당선시켜야 우리의 삶이 바뀐다”며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자”고도 전호일 위원장은 강조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국회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저들은 너무 늦었다”면서도, “반드시 본인들의 임무를 완수하라는 게 우리가 그들을 뽑아준 이유고, 양 노조는 흔들림 없이 더 단결해 자랑스러운 노동자의 길을 가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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