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롱당했다”···2.5% 인상에 공무원보수위 무용론 재점화
“우롱당했다”···2.5% 인상에 공무원보수위 무용론 재점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8.30 18:05
  • 수정 2023.08.3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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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3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정부 스스로 합의안 부정한 촌극”, 정부 예산안 철회 촉구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이 30일 오전 10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내년 공무원 보수를 2.5%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2024년도 예산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정부가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2.5%로 결정한 가운데,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했던 공무원 노동조합들이 “결국 올해 보수위도 예년과 같은 ‘시간 낭비 쇼’가 됐다”며 분노했다. 올해 공무원보수위에서 공무원 노동조합과 정부, 전문가들은 내년엔 공무원 보수가 5급 이상 2.3%, 6급 이하 3.1% 인상되는 게 적절하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30일 오전 10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노동자 말에 귀 기울이는 척,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쳐대는 정부의 뻔뻔한 사기극에 올해도 120만 공무원 노동자는 우롱당했다”며 내년 공무원 보수를 2.5%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2024년도 예산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조건의 핵심인 보수
멋대로 칼질하는 구조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 한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배근범)은 올해 공무원보수위에 참여하며 37만 7,000원 보수 정액 인상과 정액급식비 8만 원 인상, 6급 이하 직급보조비 3만 5,000원 인상, 초과근무수당·연가보상비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정부에 권고하자고 요구해왔다.

공무원 노동조합들이 정액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은 고위직과 하위직 간 보수가 큰 폭으로 벌어져 하위직 공무원이 저임금 구조에 놓이는 상황을 막아야 한단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4차례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공무원보수위 위원들은 전문가 위원들의 마지막 중재안이었던 5급 이상 2.3%, 6급 이하 3.1% 보수 인상 권고안을 지난달 25일 가결했다.

그러나 수년 동안 공무원보수위에서 합의한 보수 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아 공무원들 사이에선 ‘보수위 무용론’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공무원보수위는 인사혁신처 훈령에 규정된 자문기구로, 최저임금위원회와 다르게 적정 보수 인상률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2020년 공무원보수위는 1.3~1.5% 인상안을 권고했지만, 실제 보수 인상률은 0.9%였다. 2021년에도 공무원보수위 위원들은 보수 1.9~2.2% 인상에 합의했지만 예산에 반영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4%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공무원보수위를 “휴지만도 못한 숫자놀음”이라고 빗대어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공무원보수위는 노조 측 추천위원들의 참여 거부로 파행됐다.

올해 공무원 노동조합들이 정액 인상 요구를 내려놓으며 끝까지 표결에 참여했던 건 고위직과 하위직 간 보수 격차를 풀기 위한 차등 인상을 권고하는 동시에, 조금 더 높은 인상률을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보수는 2020년 2.8%,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7% 각각 인상됐다.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진통 회의 끝에 정부 위원이 앞장서 안을 내고 억지 표결로 관철시킨 공무원보수위 안도 온데간데없고, 또다시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3%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인상안”이라며 “노동조건의 핵심인 보수를 정책 결정 사항이 멋대로 칼질되는 구조다. 청년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공무원 임금 결정 이권 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대할 것 없고 심판밖에”

이날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올해 우리는 양 노조가 단결해 현장의 힘을 모았고, 공무원들의 삶을 지켜내고자 발버둥 쳤지만 역시나 일방통행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공무원이 흔들릴 때 이 땅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야 하는 거냐. 어렵지만 더 단단하게 단결해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도 “정말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나였다.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우리 노동자들의 입장”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모든 국민을, 노동자들을, 공무원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할 수 있는 건 심판밖에 없다. 120만 공무원의 힘을 모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심판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발언했다.

공무원보수위 노조 측 추천위원이었던 김정수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분노가 치민다. 보수위 결과였던 하위직 3.1% 인상도 청천벽력 같은데 2.5%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앞으로 청년 공무원들을 어떤 희망으로 공직사회에 잡아둘 것이냐.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도를 넘었다”고 이야기했다.

유승훈 과기부(우본)노조 서울본부 2030 부위원장은 “내가 근무하는 우체국에서 8년차 청년 공무원들이 받는 급여가 세후 210만 원이다. 내 원룸 사이즈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며 “현장의 청년 조합원들은 공무원노조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결의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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