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논의하라” 공무원보수위 첫 회의장 안팎
“제대로 논의하라” 공무원보수위 첫 회의장 안팎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6.26 18:41
  • 수정 2023.06.26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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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에 생활안정 절박”, “근기법 적용 못 받으며 이 나라 법 집행”
첫 회의서 공무원 노동계 요구안 전달··· 정부안은 다음에
26일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 2층에서 열린 2023년도 공무원보수위원회 첫 회의 현장 ⓒ전국공무원노조 

내년 적정 공무원 보수 인상 구간을 권고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 첫 회의가 26일 시작됐다.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무원보수위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보수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말하며 “제대로 된 논의”를 촉구했다.

2021년~2023년 공무원 보수는 각각 0.9%, 1.4%, 1.7% 인상됐다. 공무원 노동계의 요구안과 정부의 안이 큰 폭으로 차이나는 상황이 길어져 지난해 공무원보수위는 “기재부랑 말을 맞추고 나온 것 아니냐”는 공무원 노동계의 반발로 끝을 맺지 못했다. 정부 재정이 악화됐고, 공무원이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기재부와 공무원보수위 정부 측 주장이 겹쳐보였다는 게 당시 노조 측 추천위원들의 지적이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올해 공무원보수위 위원들에 “제대로 된 논의”를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날 공무원보수위 회의는 △공무원 보수 37만 7,000원 정액 인상 △정액급식비 현행 14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인상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근로기준법 적용 등 공무원 노동계 요구안을 정부·전문가 위원에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회의에서 공무원 노동계와 정부는 오는 29일, 다음달 5일 소위원회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보수 인상 구간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두 차례의 소위원회를 바탕으로 다음달 14일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통상 정부 측은 공무원 노동계가 요구안을 내놓은 이후 회의에서 안을 꺼내왔다. 이어지는 소위원회에서 정부 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보수위에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 한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배근범)이 추천하는 위원들이 노조 측 추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공무원 보수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원 보수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무원보수위 권한 강화하고
공공부문 교섭틀도 만들어야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공무원보수위가 형식적인 논의 절차를 거쳐 일방적으로 정부 지침을 관철하는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무원의 보수 인상 결과는 공무원만이 아니라 교사, 공공기관,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 광범위한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된다”며 “작년에 이어 물가폭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질임금의 복원과 생활안정을 위한 임금인상이 절박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비상대책위원장 양성영, 이하 민주일반연맹) 등 공공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둔 노동조합들이 참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은 교섭 자리에서 지자체들이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은 어렵다”며 사실상 교섭을 무력화 시킨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들어올 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교섭에선 공무원 보수가 상한선이 돼 최저임금·공무원 보수 인상폭이 주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일반연맹은 권고할 권한만 있는 공무원보수위를 교섭기구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비정규 노동자가 이 교섭틀에 참여하거나 별도의 교섭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함주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사무처장은 “내년에 적용할 인상률을 미리 결정하는 최저임금과 공무원보수는 사실상 정부가 미리 정해 놓는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해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시키려 한다.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공무원 노동자와 단결 투쟁으로 실질 임금 인상과 실질적 교섭구조 마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질 임금 인상과 실질적 교섭구조 마련은 공무원 노동자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가 함께 쟁취해야 할 전략 목표가 될 것이고, 연대의 방향이 될 것이며, 그 열매는 비정규직 철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폭넓게 조직된 공공운수노조는 공무원을 제외한 공공노동자들은 정부와 임금을 협의할 테이블조차 없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별로 교섭을 진행하지만, 대다수 기관장은 기재부 가이드라인을 뛰어넘는 임금 인상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노조에 보여 왔다.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준점은 공무원 보수로 알려져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진짜 임금 불평등을 줄이기 원한다면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정하는 공공부문 인건비 결정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공공기관만 해도 기관별 임금격차가 최대 4배나 난다”며 “공무원은 보수위원회라도 있어 최소한의 협의라도 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공무원과 공무직, 공공부문 비정규직까지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원들에) 제대로 된 논의를 요구한다”며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임금이 인상돼야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고, 공공부문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임금 정액인상 쟁취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보수위는 답하라! 37만 7천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임금 정액인상 쟁취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보수위는 답하라! 37만 7천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왜 공무원이 조직 떠나려 하는지
정부 보수위 위원들 똑똑히 알아야

공무원보수위가 열리는 오후 2시부터는 공무원노조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건 공무원보수위 투쟁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결의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첫 공무원보수위가 시작되는 날이다. 우리 모두 인간답게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함께 외치자”며 “현장에 가면 청년들이 간절하게 요구한다. 공직사회 바꿔달라, 먹고 살 만한 보수 달라, 점심 한 끼 만 원으로 먹고 싶다고 한다. 우리가 그들을 대변해 앞장서 싸우자”고 말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오늘 오전 11시 공무원 보수에 영향을 받는 많은 노동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의 투쟁은 120만 공무원과 300만 공공부문 노동자 동지들에 영향을 준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투쟁했으면 좋겠다”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세수가 작년 대비 34조 원 감소했고, 그 중 15조 8,000억 원이 법인세 감소라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임금을 줄여 대기업 재벌 배불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전전과 결의대회를 각각 진행 중인 공무원노조 지역본부 간부들도 말을 보탰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은 “작년부터 대구의 주요 시장과 거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7월 8일 서울 결의대회 전에도 대구본부는 집회를 할 생각”이라며 “우리 투쟁은 매우 중요하고, 결의도 예년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노조의 규모를 가리지 않은 선전전과 집회를 하며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예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은 보수 인상과 더불어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를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도 힘을 실어 말했다. 최상규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본부장은 “우리는 근로기준법이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임에도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 법을 집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이 없어서 일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될 것이고,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충북지역본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국응서 공노총 부위원장도 “오늘 새벽 전국에 비가 많이 왔다. 홍성군 공무원들도 새벽 2시에 자다 깨 나와 5시에 집에 갔다 9시에 다시 출근했다. 7급 공무원이 받은 수당은 3만 원도 안 됐다”며 “그 시간 나와서 한 시간 일하면 최저임금을 받아도 1만 5,000원을 줘야 한다. 왜 공무원이 조직을 떠나는지 정부 위원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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