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들, 2만 총궐기대회로 ‘보수 인상’ 압박
공무원노조들, 2만 총궐기대회로 ‘보수 인상’ 압박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7.08 17:55
  • 수정 2023.07.08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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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보수 인상 쟁취 총궐기대회 열어
“철밥통이 ‘빈 깡통’ 됐다···보수 대폭 인상해야”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임금인상 쟁취 총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임금인상 쟁취 총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무원들이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보수 인상을 압박했다. 7월은 내년 적정 공무원 보수 인상 구간을 권고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는 달로, 공무원노조들은 지난해부터 공무원보수위를 겨냥한 보수 인상 투쟁을 해 왔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8일 오후 2시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보수와 수당 인상을 촉구했다.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지자체·국가기관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 2만여 명(양 노조 추산)이 참여해 “국민이 말하는 철밥통 공무원은 이제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빈 깡통이 된지 오래”라며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국가에 봉사와 헌신만을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올해 진행 중인 공무원보수위에서 △기본급 월 37만 7,000원 정액 인상 △정액급식비 8만 원 인상 △6급 이하 공무원 직급보조비 3만 5,000원 인상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년 공무원 보수가 0.9%, 1.4%, 1.7% 각각 인상돼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고, 낮은 보수 인상률을 모든 공무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한 결과 고위직과 하위직 간 보수 격차가 벌어졌다는 문제의식이다.

양 노조는 보수 인상 요구가 “고위공무원처럼 높은 보수를 달라는 게 아니”고 “생활임금을 반영해달라는 생존의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정률 인상으로 인한 공무원 보수 양극화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라며 “170만 원 받아 청원하기 힘들고, 190만 원 받아 아이 낳기 힘들다는 청년 공무원의 피맺힌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액급식비와 직급보조비, 초과근무수당·연가보상비 등 수당 인상 요구가 최근 몇 년간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대준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청년위원장은 “공무원 평균 점심값이 한 끼에 6,360원 수준이다. 햄버거 세트도 이 가격으로는 살 수 없다”며 “낮은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는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도 사라지게 만든다”고 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청년위원회는 ‘청년공무원 킹받아서 다 떠난다’, ‘붙잡아 청년을 꽉 붙잡아, 기회는 한 번뿐이야’라는 가사를 담은 노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영민 공노총 교육청노조 위원장도 “한 때 인기직종이었던 공무원이 이제 밥값 인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일하며 공직에 남아있어야 하나”며 “인사혁신처는 주변에 식당도 안 가보는 모양이다. 정액급식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인사혁신처는 인사소극처로 명명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머리띠를 묶어주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머리띠를 묶어주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 노조는 지난 5월 요구안을 발표한 뒤 두 차례의 결의대회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보수 인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더위에 2만 명의 공무원이 보수 올려 달라, 밥값 올려 달라고 외쳐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고 말한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인 우리가 노동자·국민의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며 “윤석열 정부가 이번 보수 인상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결정을 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패망하는 지름길임을 명백히 경고하려 한다”고 발언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공직자가 되고자 공무원이 됐지만 스스로 공노비라 자조하며 현장을 떠나고 싶어한다”며 “근로기준법에 턱없이 모자라는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에 마이너스 임금이다. 공정과 상식이 통해야 할 공직사회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착취 현장이 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 투쟁은 단순히 120만 공무원 노동자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아니라 공무원 보수의 영향을 받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자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임금과 생존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싸워 우리 생존권을 당당히 지키자”고 강조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선 보수·수당 인상을 촉구하는 공무원들의 발언을 포함해 ‘찔끔찔끔 인상’, ‘6,300원(현행 정액급식비 한 끼 추산액),’ ‘정률제 인상’ 등이 적힌 팻말을 야구방망이로 부수는 상징의식, 조합원 100인 합창단 공연 등이 진행됐다. 총궐기대회를 마친 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조합원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서울역 방면으로 각각 행진하며 노조의 요구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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