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직사회에 ‘보수 투쟁’이 던질 메시지
흔들리는 공직사회에 ‘보수 투쟁’이 던질 메시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6.26 14:51
  • 수정 2023.06.26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을 지키는 일이란 가치와 보람 위엔 대우 있어야
[인터뷰]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지난 12일 공노총 사무실에서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무원보수위원회 첫 회의가 26일 열리는 가운데, 공무원노조들이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보수 인상 투쟁을 시작한다.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는 가동되는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는 적정 보수 인상 구간을 높이려는 공무원노조들과 정부 간 갈등이 격화돼 왔다. 지난해 정부는 공무원노조들의 요구에 못 미치는 보수 인상 구간을 말하며 표결을 재촉했고, 공무원노조들의 반발에 공무원보수위원회는 그대로 파행됐다.

올해 공무원노조들은 정률이 아닌 정액 인상 요구를 내세우며 공무원보수위원회에 들어간다. 일률적으로 보수를 인상하니 하위직 공무원이 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정액 급식비 월 14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인상 요구도 노조들의 관심거리다. 기존 14만 원은 한 달에 22일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끼에 6,360원 수준이다.

또 공무원노조들과 정부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해왔던 2020 대정부교섭을 5월 체결하고 노사협의회를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노사협의회에선 2015년 연금개혁으로 초래된 공무원들의 연금 소득공백(만 60세부터 만 65세까지)과 시간외 근무수당·초과근무수당 등의 논의가 점쳐졌다. 2020 대정부교섭은 노조 측 교섭위원이었던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대정부교섭 체결을 거부하며 무기한 연기됐다.

공무원 처우의 두 축으로 꼽히는 보수와 연금이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공무원보수위원회와 2020 대정부교섭에 참여하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석현정 위원장을 12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5급부터 지상층, 5급 이하 지하층
고위직·하위직 격차 큰 ‘이상한’ 구조

- 공무원노조들이 올해 하후상박을 위한 정액 인상(37만 7,000원) 요구를 결정했다.

100만 원 받는 사람의 5%와 500만 원 사람의 5%의 차이는 5배나 난다. 정액 인상은 공무원보수위가 만들어진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한 거였다. 그때는 완전히 전면으로 내세우지 못했지만, 9급 공무원들이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 낮은 보수로 시작하고,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해도 보수가 충분히 인상되지 않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9급에서 6급까지 승진할 때는 보수가 4%에서 5%밖에 안 올라가고, 5급부터 승진할 때는 보통 8% 이상 올라간다.

- 왜 그런가?

나도 정부에 왜냐고 묻고 싶다. 현장에서도 왜냐고 묻는데 답을 하지 못한다. 전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다는 거다. 5급부터 보수라는 개념으로 구조를 만든 것 아닌가 추측한다. 5급부터는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보수를 받고, 그 밑으로는 예산에 맞춘 것 아닐까. 구조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이 기재부 5급 이상 관료들일 거다.

나도 현장 가면 ‘5급부터가 지상층이고, 5급 이하는 지하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우리 보수 체계가 그렇게 엉뚱하게 돼 있는 줄 몰랐다. 직급 높은 사람은 더 많이 받고 직급 낮은 사람은 적게 받는 시스템이었던 거다. 지금과 반대로 하위직을 7~8% 올리고, 상위를 낮게 올려야 균형이 맞다.

-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정부도 5급 이하 공무원의 보수가 낮다는 건 일정 부분 동의한다.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현장을 떠나는 5년 미만 공무원들이 너무 많고,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으니까. 정액 인상은 아니고 다른 방향이 있다는 뉘앙스는 주는데 대안을 제시하진 않고 있다. 말 나오는 최저임금처럼 차등 인상을 하려나.

정부도 하위직이 적게 받는 보수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고 하지만 뭔가 확 뒤집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확 뒤집는 역할은 결국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들이 그럴 만한 힘이 없다고 여기는 건데, 우리는 노조가 120만 공무원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니 힘이 있고 또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본다.

2030 공무원에 필요한 건
일의 보람과 적절한 대우

- 공무원노조들이 두 해째 보수 인상을 전면의 요구로 투쟁하고 있다. 지난해엔 1.7%로 기대에 못 미치는 보수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했는데, 첫 보수 인상 투쟁을 평가해 달라.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공무원이 보수를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그것도 전면으로 해도 될까 싶어 말하지 못해 왔다. 지난해에는 우리도 노동자이고 보수 인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노동자성을 깨우쳐 왔다. 물러날 데가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한 발을 내딛었고,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국민이나 다른 현장도 ‘정말 그렇게밖에 못 받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다 떼고 나면 170만 원인 줄 몰랐다는 거다. ‘내 친구가 공무원인데, 쉬는 날도 거의 부르면 나가야 하고, 오후 6시 되면 땡 퇴근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못 하더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하는 건 못마땅해 하셔도 현장 공무원에 대해선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다.

- 과제는 뭔가?

여론화와 내부 결집은 어느 정도 됐는데, 방향성을 잘 못 잡는 것 같다. 현장에서 아직까지 확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이런다고 바뀌겠어’라는 생각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대체로 공무원들 성향 자체가 모험적이진 않다. 노조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지만 내 삶은 내가 알아서 하자는 생각을 가지는 거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겸직은 안 되니까 주식이나 코인에 빠진다.

개인이 경제 활동을 할 순 있지만 그것에 올인해 버리면 우리 공무원들이 하는 공적인 일에 대한 가치가 흐트러질 수 있다. 그래서 보수 인상이 필요하다. 보람과 가치 위엔 대우가 있어야 한다. 공무원이 전체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위험하다.

이번에 두 차례(6월 14일, 7월 8일)의 대규모 투쟁을 결집하려는 이유도 2030 세대를 주축으로 우리의 대우를 바꾸고, 공무원의 가치를 세워보자는 거다. 공무원은 공공을 지키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 그 일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때 우리는 자랑스러운 공무원 노동자가 된다. 이런 메시지를 현장에 주고 싶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연금 소득공백, 2020 교섭 아닌
2008 교섭 노사협의회로 논의

- 보수와 더불어 주요하게 꼽히는 의제가 공무원연금이다. 2020 대정부교섭에 참여했던 공무원노동조합들은 교섭 타결 후 이어질 노사협의회에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 방안을 논의하려 했었다. 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사인을 거부하며 교섭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 해당 논의도 연기됐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사인까지 하려고 날을 정해놨는데 어그러졌을 땐 속상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우리 노노 간의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그런데 또 길이 있더라. 2020 대정부교섭의 노사협의회가 아닌 2008 대정부교섭의 노사협의회를 정부에 요구해 연금 소득공백을 논의할 생각이다. 2008 대정부교섭에도 연금 부분이 들어가 있다. 7월에는 노사협의회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2020 대정부교섭으로 노사협의회를 열면 2008 대정부교섭보다 참여 단체가 오히려 복잡해진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름은 가지고 있지만 실체가 모호해 우리도 대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교섭이 어긋나며 가장 타격을 받은 건 교육연맹이다. 들어와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교섭을 하셨는데 완료되지 못해 노사협의회에 들어올 수 없게 돼 버렸다.

*공무원들은 정부와 대정부교섭을 진행하기 전 참여할 단위를 모아 조합원 수별로 교섭위원을 배정해왔다. 2008 대정부교섭 위원으로 참여한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노총, 한국공무원노동조합이다. 2020 대정부교섭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노총,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한국노총 교육청노동조합연맹(교육연맹)이 참여했다. 대정부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공노총과 한국노총이 통합하며 공공노총에 조직돼 있던 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에 가입했다. 공노총을 탈퇴한 후 2021년 노조 설립신고를 한 공무원연맹은 2020 대정부교섭에 들어가지 못했다. 공무원과 정부 사이의 대정부교섭 앞에 붙는 숫자는 시작 년도를 뜻한다. 2020 대정부교섭은 2020년 시작한 교섭이다. 교섭을 체결한 해와는 무관하다.

- 교육연맹과는 이야기를 나눴나?

소통하고 있다. 교육연맹이 그래도 통합공무원노조와 한국노총 안에 같이 있으니까 먼저 풀어보면 안 되냐는 제안을 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공무원노조들 ‘협의체 참여’ 갈등
논의할 생각 있어···절차는 지켜져야

- 통합공무원노조의 사인 거부는 공무원연맹이 대정부교섭과 공무원보수위 등 각종 협의체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도 있다.

누구나 그렇게 유추한다. 그것을 요구했다면 관련한 논의를 했을 거다. 통합공무원노조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대정부교섭의 분과교섭과 실무교섭에서 노조가 배제됐다는 거였다. 테이블 위에서 이야기한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분과교섭 때 배제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교섭 대표를 맡고 싶다는 통합공무원노조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대표자들이 다 합의를 한 사안이다.

- 공무원노조들끼리 허심탄회하게 협의체 참여를 논의할 생각은?

충분히 있지만 별개로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보수위든 정책협의체든 정부와 창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긴 세월 투쟁하고 협상해서 만들어진 결과다. 결과를 만들 때까지 노조끼리 협의하고 합의한 게 있다. 그런 게 바뀔 때는 그만큼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합의에 참여한 모든 단체들이 동의해야 한다.

절차 없이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논의는 같이 할 수 있다. 누가 주체적으로 끌고 갈지의 문제다. 문제는 문제를 가장 풀어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지금껏 우리도 그랬다.

- 2008 대정부교섭의 노사협의회에서 연금 소득공백 해소 문제 실마리를 기대해 봐도 되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선은 아니지만 한 단계를 바꿀 여지는 충분히 있다. 연금 투쟁을 오래 하면서 틀을 안 만들었을 뿐이지 계속 정부랑 논의를 해왔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소득공백이다. 이 부분은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정년퇴직과 동시에 연금이 나오는 게 목적이지만 방법론적으론 여러 가지가 있다. 재채용해 65세까지 일하게 할 수도 있고, 조기연금제도 활용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노사협의회에선 연금 소득공백 해소 방안 말고도 주요 쟁점이었던 시간외근무수당, 초과근무수당 등 논의도 요구할 계획이다. 안건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우리가 이번 교섭에서 실질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대부분을 2008 대정부교섭의 노사협의회로 풀어가고자 한다. 체결식을 못 해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면 안 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