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법 개정안, 노동권·동물권 확대 계기 될까
마사회법 개정안, 노동권·동물권 확대 계기 될까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25 19:34
  • 수정 2024.01.25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일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열려
“개정안 아쉬움 있지만 말산업 개선의 중요 전환점 될 것”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말산업 종사자의 노동권과 동물권 확대를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말산업 종사자의 노동권과 동물권 확대를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시민단체가 말산업 노동자의 노동권과 경주마의 동물권을 위해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국회에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엄길용)와 한국마사회적폐청산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25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미향 의원이 지난해 12월 29일 대표발의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돼 현재 심사 중이다.

윤미향 의원은 “마사회의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고, 경마장 퇴역마를 비롯한 말들의 복지 역시 동물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사회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법에 없는 말관리사의 존재를 명시함으로써 말관리사를 마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편, 대표자 선임 등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사회의 정책을 심의하는 말산업발전위원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말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게 했다.

동물권과 관련해선 마사회가 말의 복지 증진과 보호시설 설치를 위한 사업을 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기업인 마사회가 사행성 조장 예방, 지속가능한 말산업 발전 등의 공공성을 지킬 책무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윤미향 의원은 “발의된 법안이 초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조율을 통해 끌어낸 합의안이니만큼 현장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말산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지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말산업 종사자의 노동권과 동물권 확대를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지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말산업 종사자의 노동권과 동물권 확대를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이번 개정안을 원안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면서도, 지금까지 노동권과 동물권에 대한 고려 없이 이어져 온 말산업 관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들은 기수와 말관리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낳는 근본적 원인인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를 해결 과제로 꼽았다. 김혜진 대책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당초 대책위에선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기수·말관리사·조교사의 실질적 사용자인 마사회가 노조와 교섭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당사자와 논의를 거치면서 제외됐다는 게 윤미향 의원의 설명이다.

말관리사와 조교사협회의 근로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이해관계자 간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빠졌다.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지부장은 “2017년 말관리사 박경근·이현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계기로 말관리사들이 조교사협회에 고용되는 형태로 최저생계비와 고용안정을 일부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조교사가 협회 가입을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개정안 초안에는 말산업발전위원회 위원으로 동물보호단체 임직원이나 동물복지 전문가를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매년 수백 마리씩 ‘용도폐기’되는 경주마들의 삶을 개선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말산업정보포털 경주마 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퇴역한 경주마 5,554마리 중 승용이나 번식용 등으로 ‘용도 전환’되지 않은 경주마 2,531마리가 ‘용도 폐기’로 폐사 처리됐다.

이번 개정안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경마 기수 문중원 씨를 포함해 4명의 기수와 3명의 말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망한 말산업 노동자들은 유서를 통해 마사회의 불합리한 고용구조와 경쟁체제,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