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씨스포빌’ 노조 활동한 선원들 해고 “부당”
법원, ‘씨스포빌’ 노조 활동한 선원들 해고 “부당”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1.30 17:40
  • 수정 2024.01.3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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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연합노조
30일 민주연합노조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에서 ‘검찰 송치 1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씨스포빌 박정학 대표를 구속수사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연합노조

법원이 씨스포빌·정도산업 선원들의 노동조합 설립 후 진행된 해고·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중노위) 판정이 “정당하다”며, 사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는 지난 26일 씨스포빌·정도산업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씨스포빌·정도산업은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울릉을 거쳐 독도를 오가는 해상여객운송사다. 두 회사는 별개 법인이지만, 대표이사가 같아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씨스포빌·정도산업 선원들은 코로나19 이후 운항 재개에도 임금 삭감과 고강도 노동이 계속되자 2021년 5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 사측은 허위문서(시간 외 근로기록부) 작성 등을 이유로 조합원들에 해고(5명), 정직 3개월(2명) 처분을 했다. 

이후 노동조합은 동해선원노동위원회(동해선노위)에 씨스포빌·정도산업의 해고·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구제를 신청했다. 동해선노위에 이어 중노위는 사측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번에 패소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사측의 징계 사유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중노위 판정)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위원장 김만석, 이하 민주연합노조)은 30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법원의 판결대로 (사측의) 선원법 위반은 명백하다”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은 박정학 씨스포빌·정도산업 대표이사의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박 소유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원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휴직, 정직, 감봉 및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제32조). 이를 위반했을 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67조).

소송 당사자인 박성모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지부장은 “우리의 바람은 쉬는 날 없이 매일 15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노동 환경을 바꾸고자 했던 것뿐”이라며 “그런데 박정학 대표이사는 꼼수와 시간끌기로 우릴 괴롭히고 있다. 왜 대표이사를 처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검찰의 답변을 받았다. 행정소송까지 우리가 이겼으니 처벌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어졌다. 검찰은 당장 대표이사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해양수산부는 이 사건을 선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지난 29일 해운지부가 강원도 원주에서 부당해고 철회 등을 촉구하며 출근길 투쟁에 나섰다. ⓒ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해운지부의 투쟁은 30일 기준 △노조탄압 철회 투쟁 992일 △부당해고 철회 투쟁 766일 △ 출근길 투쟁 700일 차를 맞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사측은 끝까지 법적 다툼을 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부당해고·정직 건 외에 ‘부당 인사발령 건’도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동해선노위, 중노위와 같게 사측의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으나, 사측은 항소해서 서울고등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주연합노조는 “박정학 대표이사는 기소가 돼도 대법원까지 갈 인물”이라며 “이런 긴 싸움에선 해고를 당한 선원 노동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검찰의 즉각적인 구속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지부는 선원법 개정 투쟁도 함께하고 있다. 선원들은 근로기준법보다 선원법에 우선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해운지부는 “육상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으로 각종 부당징계 기간에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에게 노동위원회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지만 선원들은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선원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해 왔다. 선원도 해당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선원법 개정안을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2022년 12월 대표 발의했으나, 이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아직 심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