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기대대 결론 못 내···“안건 재정비해 제출”
민주노총 정기대대 결론 못 내···“안건 재정비해 제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2.05 21:10
  • 수정 2024.02.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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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토론 끝에 정족수 과반 미달···사업·투쟁 계획 미정
‘여성·성평등 사업 강화’, ‘민주당 연대 진보정당 지지철회’
노동과세
(오른쪽)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79차 정기대대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이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했으나 올해 사업·투쟁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개최한 정기대대에서 △2023년 사업평가 및 결산 △2024년 사업계획 및 예산 △회계감사 선출 등을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2023년 사업평가·결산을 제외한 다른 안건은 대회 중 정족수 미달로 결정짓지 못했다. 이날 4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 끝에 오후 6시 30께 확인된 민주노총 대의원 수는 766명으로, 재적 대의원(1,823명)의 과반(912명)에 미치지 못했다.

정족수 확인 직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회 시간에 (정기대대 안건을 결론지을) 두 가지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론적으로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도 단일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며 정기대대 유회를 선언했다.

이번 민주노총 정기대대는 다양한 수정동의안이 제기되며 논의가 길어졌다. 주요 수정동의안은 ▲‘3.8 세계 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와 ‘3.9 윤석열 심판 민중대회’ 통합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연대·연합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민주노총 지지 철회 ▲2024년 사업 계획에 ‘윤석열 정부의 회계 공시 거부 방침’ 추가 ▲6월 중순 ‘최저임금 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윤석열 정권 퇴진’ 총파업 전개 등이다. 그러나 모든 수정동의안은 정기대대 유회로 인해 처리되지 않았다. 해당 안건들은 다른 의결기구나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성평등 사업 ‘부차화’ 문제”

특히 이번 정기대대에서는 민주노총의 여성·성평등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김수진 대의원(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3월 8일에는 ‘세계 여성의날 전국노동자대회’를, 바로 이튿날인 9일에는 ‘윤석열 심판 민중대회’를 기획했는데, 여성의날 직후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며 오는 3월 8일 여성의 날에 두 집회를 합하여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김정은 대의원은 “2023년 사업 총괄평가에 여성 사업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이 의문”이라며 “여성위원회의 사업은 단순히 여성만의 사업이 아니다. 성평등, 더 나아가서 모든 인권에 대한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평등에 있어 조직적으로) 점점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대한 평가도 없고 올해 예산은 반으로 삭감됐다”며 “여성·성평등 사업을 총괄평가에 포함하고, 예산도 전년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책정한 올해 여성위원회 사업 예산은 1,382만 1,000원으로 2023년(2,536만 원) 대비 1,153만 9,000원 감액됐다. 성평등위원회 사업 예산도 줄었는데, 지난해 440만 원에서 올해 3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수미 대의원은 “주로 여성에게 부과되던 돌봄이 굉장히 저평가받는 상황에서 민주노총마저 여성과 성평등 의제를 부차화하고 저평가하는 듯해 굉장히 아쉽다”며 “(단순히) 개선하겠다는 대답 말고 명확하게 의지를 밝혀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양경수 위원장은 “여성·성평등 사업 관련 의견을 주신 동지들이 많다”며 “2월 15일로 예정된 중집에서 총괄평가와 주요 영역별 평가에 여성·성평등 사업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고민해서 평가안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79차 정기대대 ⓒ 노동과세계

“민주당과 연대하는 진보정당 지지 철회해야”

오는 4월 총선에서 보수정당과 연대·연합을 추진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손덕헌 대의원은 “노동자 정치 세력화 운동의 원칙과 민주노총 정치 방침에 근거해 보수정당 및 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은 일체 금지하며 연합정당 건설, 후보 단일화 등 총선에서 보수 정당과 연대·연합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문구를 2024년 민주노총의 사업 기조와 목표 슬로건에 포함해 달라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손덕헌 대의원은 “지금 공공연하게 진보 쪽이라는 일부가 국민의힘의 과반 의석 저지를 명분으로 민주당과 함께 연대·연합을 얘기하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또는 선거연합 정당을 주장하고 있는데, 급기야 원내에 진출했던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 이번 총선에는 양당 정치를 비판하는 게 아니고 민주당 등 모든 야권을 모아서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한 적도 있다”며 이는 보수 양당 체제를 타파하고 보수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9월 민주노총 임시대대 결정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보정당 대표자들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밝힌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 계획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노동자를 마치 강자의 편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던 민주당이 진보정당들에게 또다시 자신들의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앞길이 전혀 보이지 않거나 대단한 미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치더라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찬희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도 “입만 열면 토건과 개발만을 외치는 거대 보수 야당의 총선 계획 속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친명과 친이의 자리바꿈은 사회 변혁에 아무런 반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계 공시 전면 거부” 요구도
“안건 재정비해서 제출할 것”

75명 대의원은 “민주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와 부당한 개입을 전면 거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과 모든 가맹 산하 노동조합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투쟁성의 정신에 따라 회계 공시를 전면 거부한다”는 방침을 올해 사업계획에 추가해 달라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4일 민주노총이 회계 공시를 수용하자 노동부는 노동조합 정기현황 보고 시에 산별노조와 사업장별 현황을 보고하도록 노조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며 “회계 공시 탄압을 거부하고 윤석열 퇴진 투쟁의 기세를 만들어 가자”고 주장했다.

정기대대 유회 이후 양경수 위원장은 “설 명절을 지내고 다시 대의원대회를 준비하면 빨라도 3월 중순”이라며 “여성의날 관련 안건은 일정상 중집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고, 총선에 관한 수정동의안도 시기를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대의원대회에서 다루기 쉽지 않다. 변화한 조건과 상황에 맞게 안건을 재정비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대회를 소집한다면 전체 대의원이 집결하는 방식은 어렵다는 게 중집 동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 시기처럼 대의원대회를 분산해서 개최하는 방향을 잡고 준비를 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정권 교체를 넘어 권력 교체로 나아가자”며 “권력을 교체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를 강화하고 초기업교섭과 공공성 강화를 통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모든 민중의 민주노총이 되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대의원들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