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주당 손잡은 진보정당 지지 여부 고심
민주노총, 민주당 손잡은 진보정당 지지 여부 고심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2.16 16:04
  • 수정 2024.02.1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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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야권 연대’ 합류에 민주노총 총선 방침 쟁점
민주노총 15일 중집서 결론 못 내···다음 달 논의이어가기로

‘야권 연대’에 합류한 진보정당 지지 여부를 두고 민주노총 내 의견이 갈린다. 쟁점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이하 선거연합)’ 참여다. 앞서 민주노총이 22대 총선에서 연대·지지하기로 한 정당 중 하나인 진보당은 선거연합에 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녹색정의당도 이번 주말 논의를 거쳐 선거연합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지난 15일 선거연합에 참여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느냐 철회하느냐를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4일 다시 중집을 열어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후보를 규정하는 것을 넘어 총선 방침을 변경하는 내용까지 논의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논쟁이 된 내용은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 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 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한 총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 방침과 총선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번 중집 논의에 대해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선거연합에) 민주당이 있기 때문에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었고, 한편에선 민주당과 함께하는 건 보수 양당 체제 타파를 위한 과정이며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빠르게 후보 지지 활동에 돌입하면 좋겠지만, 표결을 통해 어느 일방의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진보당의 선거연합 참여를 긍정하는 쪽에선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선거연합 논의에 참여해서 의제 설정 등을 주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킨 과거 21대 총선과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수 야당과 선거연합을 구성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민주노총 안에서 나온다. 새로운노동자정치운동추진모임(상임대표 한상균)은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결정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진보당 소속 후보의 민주노총 후보 및지지 후보 자격을 철회해야 한다”며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을 일탈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의 불씨와 불꽃을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힘으로 지피고 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국민의힘 심판을 위해 보수 야당에 얹혀서 챙기는 진보정당 의회 진출이라면 퇴진은 다시 민주당 정권 교체라는 허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내 의견그룹 중 하나인 평등의길(의장 김호규)도 “(민주노총은) 진보당을 지지 정당에서 배제하고 그 당에 속한 출마자의 민주노총 (지지)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힘으로, 민주당 ‘덕분에’ 원내정당이 되어본들 그런 정당이 국회에서 독립정치를 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선거연합 참여를 고민하는 녹색정의당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평등의길은 “녹색정의당이 위성정당을 선택한다면 지난 10년간 쌓아 올린 당의 성과는, 20년 넘게 쌓은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남는 것은 정치적 파산”이라며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원칙과 보수정치와 구분되는 진보정치의 독립성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면 결국 우리의 미래도 미국 민주당의 지지 세력으로 고정된 미국 노동운동이나 보수 야당과의 거래로 연명하는 일본 노동운동과 같아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선거연합은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 등으로 구성됐다. 여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든 ‘국민의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