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 저임금·차별 해소할 답은 ‘제도화’”
“공무직 저임금·차별 해소할 답은 ‘제도화’”
  • 김온새봄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2.08 00:39
  • 수정 2024.02.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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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정부기관 공무직 제도화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 개최
전문가들, “제도화 필요하지만 반드시 법제화일 필요는 없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7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우리는 공무수행 노동자, 지금, 여기, 있다!’는 제목으로 정부기관 공무직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저임금·차별, 고용불안 등 공무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무직을 보조 업무를 하는 이가 아닌 독립적인 공무 수행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아가 공무직의 권한 등이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제도화는 법제화만이 아니라 단체교섭,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등 여러 형태를 포괄하는 의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엄길용)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우리는 공무수행 노동자, 지금, 여기, 있다!’는 제목으로 정부기관 공무직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와 김주영·박찬대·진선미·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은미·배진교·양경규·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과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공무직 전환됐지만
처우개선도, 권한 부여도 부족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정부기관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공무직’으로 규정했지만,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조직 내 지위 안착화를 수반하지 않아 명칭 부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직은 업무 범위나 권한 또한 공무원을 보조하는 데 그치거나 공무원 지휘체계 아래에 있도록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문제로 꼽았다.

현장 증언에 나선 공무직들은 권한이 부족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인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국가공무직지부 산림청지회 지회장은 “담당 공무원들은 발령받으면 2년이 멀다하고 자주 자리를 옮긴다. 당연하게도 산불 진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재난 재해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산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난과 재해를 가장 앞자리에서 감당하는 특수진화대에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는 것은, 지휘체계 문제를 떠나서 커다란 재앙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김소희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전문상담관지부 총무부장도 “공무원과 부대장의 지휘체계 아래에 상담관이 있기 때문에 상담관 본연의 임무인 상담치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고, 문제 장병을 식별해 내기 위해 장병·군무원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면담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상담관 개인은 소진되고, 정작 치유가 필요한 장병에 집중할 수 없어 상담관이 아닌 그저 심리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감별하는 감별사가 되어 갈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7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우리는 공무수행 노동자, 지금, 여기, 있다!’는 제목으로 정부기관 공무직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공무직 제도화 추진 과정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있어야

현장 증언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공무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령이나 규정 위에서만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직이 일터에서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정한 인사관리체계를 적용 받는 것, 노동자로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는 것 등을 여러 제도로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화보다 넓은 의미로, 단체교섭을 통한 처우개선 방안 마련,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포함된다. 2020년 조직돼 3년간 활동한 뒤 지난해 3월 활동을 종료한 공무직위원회와 같이 조직이나 기구를 설치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김진영 더불어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은 “먼저 관리기구 조직이나 교육훈련 절차 마련 등 폭넓은 제도화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갖추면 법제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기관 내에서도 임금과 복리후생을 달리 적용받는 경우가 많은 공무직을 기관별, 부처·지자체·광역교육청별, 나아가 전체 단위로 묶어 다층적인 교섭·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다층적인 노사 공동기구를 먼저 제도화해 현장의 크고 작은 갈등을 조정하고, 이를 격차 해소와 기준 마련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공무직 스스로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식 정책국장은 “지금은 공무직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교사나 공무원이 아니고 정규직이 아닌 공공기관 노동자’처럼 불명확하고 상대적”이라며, 저임금이나 차별 대우가 당연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고치기 위해 공무직이 고유한 지위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직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공무직 노동자의 노동이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업무로만 인식되는 데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일터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 체계 개편 △공무직위원회 상설기구화로 공무직 제도화를 체계적으로 설계·추진 등이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 영역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용 녹색정의당 정책위원은 “전국적인 제도화 과정에서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인건비 제도를 변화시킬 때도 방만함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제도화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일부 법제화를 포함한 공무직 제도화를 녹색정의당에서 총선 정책으로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