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 ‘직역·국민연금 형평성’에 “개악 말라·시기상조”
연금특위 ‘직역·국민연금 형평성’에 “개악 말라·시기상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2.20 18:09
  • 수정 2024.02.2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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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 20일 이해관계자 공청회 열고
직역연금·국민연금 형평성, 퇴직연금 등 화두로 꺼내
2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제5회의장에서 ‘공론화위원회 제2차 이해관계자 공청회’가 진행됐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상균)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화두로 꺼내자 노동계가 “직역연금을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직역연금 재정이 악화된 점 등을 이유로 통합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밝혔다.

이 주장은 2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제5회의장에서 열린 ‘공론화위원회 제2차 이해관계자 공청회’에서 나왔다.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특수직역단체 등 총 5개 그룹에서 각 2명씩을 진술인으로 불러 연금개혁 주요 의제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 있다.

앞선 16일 진행된 제1차 이해관계자 공청회에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세대 간 형평성 개선 방안, 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등이 주요 화두가 됐다. 공론화위원회는 두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향후 진행될 숙의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의 주제는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퇴직연금의 연금화 방안 등이었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은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최대 지급률) 등 설계가 다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인데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은 각각 18%, 18%, 14%다. 지급률은 국민연금이 1%,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이 각각 1.7%, 1.7%, 1.9%다. 직역연금 가입자가 더 내고 더 받는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덜 내고 덜 받는다.

직역연금 개혁·국민연금과 통합?
국민연금 개혁방향 먼저 고려하자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우려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사실상 기금이 남아있지 않아 정부 보전금이 투입되는 상태다. 사학연금의 경우 오는 2024년 소진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다.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공무원·군인 등의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성격, 높은 보험료 부담률 등 직역연금의 특수성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정까지 통합한다면 직역연금의 (재정) 부실이 국민연금에 전가될 우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개별 직역연금의 재정 부실을 없애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이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각 연금별 개혁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임영태 본부장은 “통합 논의는 시기상조다. 각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은 모수체계 외에도 제도 운영 여건이 달라 실제 통합 논의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연금 개혁에서도 모수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역연금과 통합을 전제로 한 형평성 제고 논의는 또 다른 거대 담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도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간 급여 격차가 크나, 제도 간 형평성은 직업 특성에 따른 보험료와 퇴직금 차이 등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대비 지급률이 높으나, 보험료율이 두 배고 퇴직금이 적다”며 “직역연금 개혁 방향은 국민연금의 개혁방향을 고려해 설정하되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통합에 회의적이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특수직역 노동자의 고용조건이 일반 시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연금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라며 “두 집단의 공적연금 차이로 연금개혁 때마다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앞으로 하나의 공적연금 틀에 포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당장은 통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통합을 위한 사회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제도적 틀거리는 합치되 재정 운영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후속조치부터 먼저 하자

직역연금 가입자인 공무원·교원은 2015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며 합의했던 것부터 우선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공무원들에게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이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을 7%에서 2020년까지 각각 9%로 단계적 인상했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로 인하했다. 연금수급개시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했다.

당시 꾸려졌던 국민대타협기구는 연금수급개시연령이 연장돼 생기는 공무원들의 소득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공무원연금에서 절감된 재정의 일부분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에 활용하기로 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직역연금연대<br>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가 2022년 직역연금 논의를 시사하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직역연금연대가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연금특위는 2015년 국민대타협기구 합의사항 즉각 이행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김용하·김연명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에게 입장서를 전달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직역연금연대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연금개혁 당시 공무원이 희생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 조건으로 노인 빈곤율 개선, 국민연금 재정 확충, 소득공백 문제 해소 등이 있었지만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직역연금은 특수성을 지닌 직군에 대한 정책적 이유로 분리된 것이고 공무원들은 연금수령액 단순 비교로 오해를 사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연선 한국노총 교사노조연맹 연금공투본 지원국장도 “사회적 합의를 불이행 했을 뿐 아니라 개혁 효과에 대한 진정성 있는 평가도 없이 다시금 개혁 논의를 시작하고 있단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또 매해 터무니없이 내려깎여 고지되는 보수 인상률은 연금 급여액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민연금 개정 논의에 직역연금 끼워 넣기 공론화를 통한 개악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적연금은 강화돼야 하기 때문에 직역연금의 보장성을 축소해선 안 된단 입장도 나왔다.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직역연금을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직역연금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재정 안정 중심의 형평성 문제만 지속적으로 제기되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완전 통합, 신규 입직자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는 방안 등 공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체계에 대한 철학 없는 대안들이 제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과 관련한 거버넌스를 이번 기회에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국민연금 거버넌스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간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박근혜 정부에선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서 이뤄지는 등 정권에 따라 의제뿐 아니라 개혁 과정까지 임의대로 설정돼 왔다”며 “윤석열 정부도 처음엔 정부가 직접 개혁을 다루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국회에서 논의하는 형태로 바뀌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연금개혁이 법적 근거 없이 정치적 임의성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 국민의 노후보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노사 중심의 구성으로 변경하기 위해 정부 당연직을 축소하고 노사위원 확대, 상근 사무기구 인력 확충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장관 주재 정부위원회로 격상시키고 연금 제도 관련 심의·의결 기능 부여 등 제도 개선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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