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현대제철 임금교섭···노조, 전체 쟁의행위 눈앞?
해 넘긴 현대제철 임금교섭···노조, 전체 쟁의행위 눈앞?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2.22 21:15
  • 수정 2024.02.2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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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현대제철 5개 지회 확대간부 하루 파업
불공정 ‘양재동 가이드라인’ 문제제기
“노사 갈등 방조” 신용평가사 등 의견서 제출도 예고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현대제철 노사의 2023년 임금협약 협상이 해를 넘긴 가운데,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비판하며 2022년 경영 실적에 걸맞은 성과급·특별공로금 지급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5개 지회는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 2023년 임금협약 교섭 투쟁 승리 확대 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대제철 5개 지회 확대 간부 약 500명은 이날 하루 파업을 한 뒤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현대제철 5개 지회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 △충남지부 당진하이스코지회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지회다. 5개 지회 조합원 수는 약 8,000명이다.

성과급 수준 입장 못 좁힌 노사···
노조, ‘특별공로금 400만 원’ 요구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임금교섭에 돌입한 현대제철 노사의 협상의 길어지는 주요 배경은 성과급·특별공로금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다.

애초 현대제철 5개 지회는 2022년 영업이익의 25%(약 3,152만 원)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현대제철 5개 지회는 “2022년 경영 실적은 지난 10년 중 최고 매출액과 최고 수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이에 경영 실적에 걸맞은 성과급을 요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제철의 2022년 매출액은 27조 3,406억 원(전년 대비 +19.7%), 영업이익은 1조 6,166억 원(전년 대비 -33.9%)을 기록했다. 

아울러 현대제철 5개 지회는 특별공로금(특별성과금) 580만 원 지급도 초기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현대제철 5개 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 약 580만 원(400만 원+주식 10주) △현대모비스 300만 원 △현대로템 300만 원 △현대위아 300만 원 △현대트랜시스 300만 원의 특별공로금이 지급됐으나,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특별공로금을 따로 받지 못했다. 

반면 현대제철 측은 철강업 부진 등을 이유로 ‘성과급 400%+격려금 1,300만 원’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수준에서 특별공로금이 최소 400만 원은 추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총 3,200만 원 정도 된다.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 노동자들이 받은 성과급과 특별공로금은 약 3,600만 원이었다. 이와 비교해 우리는 약 3,200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차별 철폐! 현대그룹 가이드라인 분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차별 철폐! 현대그룹 가이드라인 분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재동 가이드라인, 우리 목 조여”

결의대회에서 최정식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노조 역사상 최초로 5개 지회 확대 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회사는 2023년 임금교섭이 해를 넘은 이 시점도 앵무새처럼 수익성 악화 등 이유로 지급 능력이 없다며 노조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2023년 임금협약은 2022년 성과를 바탕으로 분배하자는 것이다. 5개 지회의 공동 염원인 특별공로금이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채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오늘 우리는 5개 지회가 하나 돼 2023년 임금협약 투쟁 승리를 위해 선봉에 나섰다”며 “현대제철은 이제 생각을 바꾸고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이동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2023년 임금협약 투쟁은 투쟁의 수위를 고뇌하지 말자”며 “해마다 해를 넘기는 교섭을 타파하고 노조가 주도권을 갖는 교섭을 만드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결의대회에 모인 확대 간부들에게 이야기했다.

이기로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현대제철이 잘 나갈 땐 현대차 눈치 보며 사측은 우리에게 ‘적당히’를 주입시켰다”면서 “그런데 현대차가 잘 나가니 현대제철의 어려움 들이미는 노무 정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명희승 충남지부 당진하이스코지회 지회장은 “현대제철은 실적이 좋을 때도 양재동 가이드라인 때문에 성과급을 가이드라인 이상 받은 경우가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지속되는 양재동 가이드라인과 현대차그룹사 서열화는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2022년 현대차 특별공로금 이후
격차 더 커진 양재동 가이드라인?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말하는 불공정한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계열사를 서열화해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차등 보상하는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 노동자들이 100만 원을 받으면 기아가 99만 원, 현대모비스가 98만 원, 현대제철이 95만 원을 받는 식이다. 

그런데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차가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면서 이 양재동 가이드라인의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것이 현대제철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관계자는 “2022년부터 현대차에서 특별공로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양재동 가이드라인에도 일종의 캡이 씌워졌다”며 “예를 들어 이전엔 현대차가 2,000만 원을 받으면 현대제철이 1,9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젠 현대차가 2,000만 원 중에 특별공로금을 500만 원 받았다면 현대제철은 1,500만 원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동자들 입장에선 이게 납득이 안 된다”며 “여태껏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현대차를 뛰어넘어 보상받을 수 없었던 억울함에 이런 상황까지 생기니 현장에선 동의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3년 임투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현대제철 관계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현대차그룹에 항의서 전달···
신용평가사에 의견서 제출도 예고

결의대회 이후 현대제철 5개 지회는 현대차그룹에 항의서를 전했다. 항의서에는 △현대차그룹사 내에서 현대제철의 공로 인정 △현대제철 노동자들에게 특별공로금 400만 원 지급 △현대제철 임금교섭에 대해 직·간접 지배 개입과 차별 중단 △현대제철 노동자의 노동 존중 등의 요구가 담겨 있다. 

아울러 현대제철 5개 지회는 이날 결의대회로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돌입 직전까지 온 만큼, 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한국신용평가사 등에 “현대제철이 노조 파업 등 경영상 리스크를 감수하고 노사 갈등을 방조한다”는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특별공로금 400만 원은 직원 수를 고려하면 약 400억 원 규모다. 노조가 며칠만 파업해도 이보다 더 큰 손실이 나는데 회사는 양재동 가이드라인만 고수하고 있다”며 “현대제철의 산재, 환경오염 등 ESG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5개 지회는 현대제철의 해외 법인(멕시코·중국·미국) 소속 국가의 대사관에도 현대제철의 노동권, 탄소배출 등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