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홍보팀에 사회공헌 맡기지 말자”
“노조, 회사 홍보팀에 사회공헌 맡기지 말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3.11 13:34
  • 수정 2024.03.11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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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업 내놓은 한국노총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각 노조가 해 왔던 복지 사업들 묶어내는 ‘선장’될 것
왼쪽부터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최유성 차장, 김신옥 실장, 이은주 부본부장, 이상진 본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업의 ‘선행’은 홍보팀을 통해 언론에 연일 보도된다. 어떤 기업이 어디에 얼마를 기부했다거나, 어떤 물품을 전달했다거나,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거나 하는 소식들이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구성원들은 아쉽다고 말한다. 활동에 참여하거나 성금을 모으는 것은 노동자들인데, 정작 드러나진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자체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는 노조들도 많다. 매년 겨울 노동조합이 김장을 했다거나 연탄을 날랐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름엔 수해 복구 현장에 다녀왔단 노동조합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산업의 노동조합들이 사회공헌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모아 올해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이 도전적인 사업들을 내놨다.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은 한국노총이 사회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이다. 이상진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본부장은 “노동조합이 각자 하던 사회공헌사업을 묶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위, 연맹, 지역의 사업을 모으고 재단과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각자의 조직에 접목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한국노총 12층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에서 재단 구성원인 이상진 본부장, 이은주 부본부장, 김신옥 실장, 최유성 차장을 만나 올해 재단이 무엇에 도전하려 하는지 들어봤다.

산별·지역본부에 복지담당자
선정케 해 정기적 소통할 것

- 첫 사업을 한국노총 지역본부와 산별 연맹 복지담당자 선정으로 잡았다.

김신옥: 산별이나 지역본부들이 기존에 하던 복지 사업들이 있다. 그걸 공유해서 좋은 사업이 있다면 더 널리 해보려고 하는 취지다. 재단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들도 더 발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산별과 지역본부에 복지담당자들이 선정되면 정기적인 회의체도 가질 수 있을 거다.

이상진: 복지담당자를 선정하겠다는 건 노동조합 각자가 하던 복지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서 시스템화해보자는 의미도 있다. 지역별로든 동종업계 조직들끼리든 묶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어디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정보를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재는 없다.

이은주: 사업이 발굴되면 소속된 노동자들이 같이 참여하면 좋겠어서 재단은 0501 자원봉사단을 먼저 만들 계획이다. 0501 자원봉사단은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다. 나도 지난해 11월에 재단으로 발령받았는데, 사회공헌 활동이 되게 여러 분야에서 할 수가 있더라. ‘복지담당자 회의에서 들었는데 이 기관에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더라고요. 혹시 하실 분 있으신가요?’ 하고 담당자가 홍보를 하면 지역에 모아진 0501 자원봉사단이 참여하는 거다. 우리도 사회공헌 활동의 분야와 범위를 빨리 공부하고 습득해서 현장에 알려야 한다.

지역 내에서 산업 묶으면
다양한 사회공헌사업 가능

- 또 알리고 싶은 사업이 있나?

이은주: 재단에서 오랫동안 헌혈 사업을 해 왔는데 올해 더 조직해보려 한다. 헌혈은 제일 간단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있더라. 우리나라 헌혈의 70%가 청소년층, 20대고 인구 대비 헌혈에 참여하는 인원이 6%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하던 사람이 한다는 거다. 올해 헌혈 사업은 지역본부랑 재단이랑 혈액을 관리하는 기관 3주체가 MOU를 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보려 한다. 목표치도 높게 잡았다. 1개 지역에 최소 10개 사업장에 헌혈 버스가 들어가는 거다.

우리 사업장 중 몇 군데를 확인해보니까 각자 알아서 하고 있더라. 노동자 개인이 하거나 사용자 주도로 하거나. 헌혈 사업을 기업 내 사회공헌팀에 맡기지 말고 노동조합이 주도하면 좋겠다 싶었다. 기업이 사회공헌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퍼트리기 위해서다. 노동조합은 거기에 참여는 했는데 드러나진 않았다. 노동조합이 맨날 (사용자 제안에) 오케이만 해줄 필요 있냐. 노동조합이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선장 역할을 하고 싶다.

이상진: 추가적인 사업들을 계속 만들고 협의할 예정이다. 우리 한국노총이 가진 다양한 재원을 활용한 사업들. 한국노총엔 다양한 사업장이 조직돼 있는데 예를 들어 SPC, 롯데제과 같으면 협의만 잘 되면 빵·과자 가지고 나오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다. 또 독거노인들 여행을 보내는 사업을 기획한다면 택시노련에 사업장들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택시 한 대씩만이라도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여행할 때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의료노련에도 의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재단은 앞으로 산업을 묶는 사회공헌 사업들을 지역 내에서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은주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부본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하반기에 가족 돌봄 청소년에 대한 여가 지원 사업이 예정돼 있다. 비슷한 내용인가?

이은주: 그렇다. 한국노총 난생처음 노동문화제에서 현장 조합원이 제안한 사업이다. 계획은 잡았는데 대상자를 찾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 안 그래도 사업 계획 짤 때 본부장님한테도 이거는 좀 하반기에 하시자고 했다. 다른 사업들을 궤도에 올려놓고 고민해보려 한다.

김신옥: 헌혈 말고도 상반기에 할 사업들이 많다. 청소년과 40~50대에게 ‘노동과 경제’ 교육도 이번에 하려 한다. 40~50대는 곧 있을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사실은 직장에서 일만 하면 은행 갈 일도 별로 없고 관리하는 방법도 잘 모를 수 있다. 안전자산관리부터 해서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그런 교육들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요즘 고등학생들도 방학 동안에 알바를 많이 한다. 근로조건 교육이나 계약서 쓰는 법부터 시작을 해서 금융 교육까지 이어져서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기획해 봤다. 강사는 아직 협의된 건 아니지만 금융노조에 조직된 곳들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은주: 지역은 지역은행이 하면 좋겠다. 각 지역 지역은행들이 우리 조직이다.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해보고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까지 말했던 사업 진행을 위해 요청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유성: 다양한 사업들을 실제 진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재단에 들어오는 후원금이 열악하고 재단의 존재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끝전 모으기 운동’이란 걸 할 계획이다. 조합원 급여의 1,000원 미만 끝전을 모으는 운동이다. 끝전을 모아서 예산으로도 쓰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후원할 일이 생겼을 때 재단에서 지원금이나 물품을 지원하려고 한다. 재단이 기재부 추천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하다. 연말정산 혜택도 있다.

조직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고맙다. ‘찾아가는 행복 사진 꾸미기’라고 어르신들 영정 사진 찍는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무료로 사진을 찍고 액자까지 만들어서 전달해드리면 되게 좋아하신다. 사업 이름이 행복 사진인 이름은 영정 사진 찍으면 장수한단 의미가 있어서다. 마필관리사노동조합에 사진 촬영 전문가가 있다. 재능 기부를 받아서 하는 거다.

이은주: 한국노총 창립기념식이 매년 3월에 있는데 화환 밑에 쌀 놓는 곳이 있다. 아직 모르는 조직들이 있는 것 같아서, 창립기념식에 쌀을 보내주시면 적절한 곳에 기증하고 있다.

이상진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본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0% 미조직 노동자·다양한 사람들과
조직 노동자 함께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 그런데 노동조합이 사회공헌 활동을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상진: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단체지 않나. 그러다보니까 자기중심적인 활동을 한단 비판들도 있다. 조합원 노동조건 개선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화되지 않은, 남은 90% 이상의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조합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려내고 함께 공감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스스로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은주: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위원장님들이 열심히 공부하셔야 한다. 쉬우면서 의미를 잘 전달하도록 돕는 것도 재단이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방향성은 어때야 하나?

이은주: 우리도 복지를 완벽하게 알아서 이 재단에 온 게 아니다. 사실 인사명령에 의해 오긴 했지만 와서 공부해보니까 다양한 삶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전에는 그냥 쓱 지나갔던 부분들이었는데 여기 와서 눈을 조금 더 뜨게 됐다. 우리가 발견한 걸 가지고만 있는 게 아니라 현장과 소통하면서 조직이 같이 고민할 수 있게끔 만드는 사업을 재단이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아서 공부해야 할 게 많다.

이상진: 노동조합 활동이 어쨌든 사람을 위한 거 아니냐. 재단의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10% 남짓인 우리 조합원들이 조직을 바라보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조직 외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들을 재단이 만들어나가겠다. 그러다보면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보이지 않을까.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