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협상, 투쟁' 혼란 속 갈팡질팡
'수용, 협상, 투쟁' 혼란 속 갈팡질팡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9.05.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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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뭐 했나” 상급단체 비판론 대두
공공부문 노동계 등 향후 행보 시선집중
Issue in Issue 진단_ 일촉즉발 공공부문 ③ 공공부문 노동계의 각개전투

정부의 선진화 방안 추진 이후 양대노총 공공부문 단위노조 대표자들 사이에 상급단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하 한 단위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 연맹이 대졸 초임 삭감을 일시적인 것이고 향후 개선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것은 말 그대로 안일한 대처 속에서 갖는 무의미한 ‘희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산하 노동조합 위원장은 “산별 관련한 사업에만 너무 치중을 하고 있어 공공부문은 전혀 도움 받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공부문, 개별 차원 대응 못 해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공동 집회가 무산됐다. 이 날 공공연맹은 기존 직원 임금 보전 및 상위직급 확보 등 네 가지 사항에 대해 정부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대졸자 초임 삭감에 합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배정근 공공연맹 위원장이 초임삭감 받아들이는 대신 4가지 조건 걸어서 거의 성사됐다고 하는데 총연맹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산하 조직에서 진행한 것을 총연맹이 뭐라 할 수는 없고, 답답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공기업의 임금체계 변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공연맹의 방향이 다시 급선회했다. 지난 4월 27일 개최된 공공연맹 중앙위원회에서 5월 1일 단독 투쟁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한국노총 차원의 ‘강력한 투쟁’ 방침을 요구한 상태다.

공공부문의 변화, 가능할까?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4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기업 압박 수준은 공기업 노동조합 자체에 대한 말살 시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들이 시각 자체를 바꿀 때 까지 투쟁전선으로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 노동조합들은 “그러면 그 동안 연맹과 총연맹이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며 “최악의 상황을 맞아 떠밀려서 하는 투쟁이 과연 정부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산하의 한 공공부문 노동조합 간부는 “연맹이 이사회를 저지하라는 지침을 정했어도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몇몇 조직에서 이미 탈퇴를 했고 아마 서비스 쪽에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는 “사실상 공공운수가 공기업 연맹으로서는 제일 큰 조직인데 민주노총이 정부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해결을 해 줄 수 없다”며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노총 산하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모여 발족한 공공노협(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 소속 한 간부 역시 “공공노협 모임은 현재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노동조합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답답한 심정은 어디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상황이기 때문에 단체의 성격을 규정하고 의장을 선출하는 등 움직임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투쟁 전선 만들어 지나

한국노총은 최근 정부의 일방적 공기업 정책 분쇄를 위한 한국노총 투쟁계획(안)을 통해 “그간 공공부문 산별 회원조합의 개별적 협상과 노총 차원의 협상이 혼재돼 대정부협상에 혼선을 초래해 왔다”면서 “일률적 임금 삭감 및 연봉제 등 근로조건 저하를 강요하고 노사관계 감사 등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대응은 협상창구 집중을 전제로 한 공동투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공운수연맹 윤춘호 선전국장은 “우리는 그간 정부 선진화 방침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 왔고 메이데이,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되는 6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 노동권 침해 등은 대응할 수밖에 없고 투쟁 수위는 조직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공부문의 대응 방식에 대해 한국노총 소속 한 활동가는 “결국 투쟁기조 방침은 정했지만 모든 논의의 초점은 ‘입장’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날이 시퍼렇게 선 정부가 눈 코 뜰 새 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마당에 그 실행력과 파장이 어떻게 미칠 건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공공부문’을 둘러싼 노정 간 입장 차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투쟁’의 깃발을 든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향후 행보가 정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재 공공부문을 둘러싼 이슈는 비단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 및 노동권 보장뿐 아니라 향후 공공사회영역의 확대 및 청년 인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화두가 함께 맞물려 있는 상태다.

지속적 비판의 대상이었던 ‘방만한 공공’이라는 굴레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 하에서 과연 공공부문 노동계가 그간의 내부적 갈등과 반목, 불신의 늪을 딛고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거나 혹은 투쟁을 통해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