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전면 허용 확정으로 논의 급물살
복수노조 전면 허용 확정으로 논의 급물살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4.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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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희망노동연대, 양대 노총 비판하며 ‘상생과 협력’ 필요 주장
Special Report 새희망노동연대, 노동운동 재편의 뇌관 될까?…① ‘새희망노동연대'의 탄생 과정은?

작년 노사정 간에 치열한 공방이 진행됐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논란과 관련해 대부분의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에 찬성하면서도 당장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돼도 현장에 우후죽순처럼 노동조합이 생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기존 노동조합이 어느 정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내셔널센터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대 노총 구조를 20년 이상 유지했기 때문에 이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전면 허용이 2011년 7월 1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노동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는 행보들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아닌 제3노총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위원장을 비롯한 일군의 노동조합들이 ‘새희망노동연대’라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양대 노총과 차별화된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단체이며 이들의 주장은 무엇인지, 또한 향후 이들이 노동운동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해봤다.

▲ 지난 3월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새희망노동연대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새희망노동연대는 노동운동 재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 새희망노동연대

정연수 위원장 중심으로 2006년부터 결성 시도

지난 3월 4일, 충북 수안보에 위치한 서울시 공무원수련원에서는 ‘노동자를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새희망 노동연대(약칭 희망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출범식은 참여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교수와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이재기 울산대 교수 등이 주축을 이룬 노사상생문화포럼과 노동부의 후원(노동단체 지원사업)으로 ‘노조법 개정 이후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1박2일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약 200여 명의 노동조합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참가한 이번 워크숍에는 서울지하철노조,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오종쇄),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위원장 김종기), 서울특별시공무원노조(위원장 임승룡),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위원장 박상조), 영진약품노조(위원장 홍승고), 현대미포조선노조(위원장 김원배),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위원장 김재도) 등이 참석했다. 또한 기아자동차노조, 대우조선노조 등 민주노총 혹은 한국노총에 가입된 사업장의 일부 전·현직위원장 혹은 일반 조합원 등이 참가해 주최 측은 총 60여개의 노조에서 이번 워크숍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희망연대의 탄생 과정은 정연수 희망연대 공동의장의 행보를 따라가 보면 대략적인 지도가 만들어진다. 정연수 공동의장은 “국민을 섬기고 소비자를 섬기는 노사문화는 이미 2006년부터 준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당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었던 정 공동의장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박성철 전 위원장과 함께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비해 새로운 노총 건설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으나, 복수노조 허용이 또다시 3년 유예되고 박성철 전 위원장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1차 시도는 무위에 그치게 된다.

이후 정 위원장은 2009년 1월 30일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으로 재선되기 전까지 현대중공업노조 교육에 강사로 참가하며 오종쇄 위원장과 친분을 다진다. 정 공동의장은 재선 이후 서울지하철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인천지하철노조 등을 묶어 소산별 형태인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전지협) 결성을 통해 제3노총 건설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노조와 함께 중심축을 형성했던 서울도시철도노조 하원준 위원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했던 인천지하철노조의 이성희 위원장마저도 재선에 실패하면서 전지협 결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에 정 공동의장은 공무원 단체로 눈을 돌리게 된다.

작년 10월 경 전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8개 광역자치단체노동조합이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동조합연맹(광역연맹) 창립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상생의 창조적 노동운동’을 주장하며 정 공동의장과 행보를 같이하게 된다. 여기에 전국교육청노동조합연맹이 가세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했던 코오롱노조, 영진약품노조, NCC노조 등이 합류하며 ‘새희망노동연대’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009년 12월 7일, 삼성동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서 정 공동의장을 비롯해 오종쇄 공동의장, 김홍렬 코오롱노조 위원장, 홍승고 영진약품노조 위원장, 김재도 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종기 전국시도교육청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노동운동을 바꿔보자’며 의기투합했고, 같은 달 21, 22일 양일간 강원도에 위치한 한 콘도에서 워크샵을 진행하며 향후 조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워크숍 이후 몇 차례 대표자회의를 더 진행하고 조직의 성격과 향후 일정, 참가 단위 점검 등을 논의했으며 마침내 3월 4일 희망연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 새희망노동연대는 '민주노총은 정치투쟁 중심, 한국노총은 종속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새희망노동연대의 정체성 모호를 비판한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민주노총은 정치적, 한국노총은 어용화” 비판

희망연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대변되는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들은 민주노총의 대립적 노자관계 시각에 따른 정치지향적, 투쟁일변적 정책과 상명하달식 조직 구성에 문제점을 제기했으며, 한국노총의 어용화를 비판했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붕괴와 그에 따른 새로운 노동운동 패러다임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경제시대에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노사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조합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심주식 서울지하철노조 교선실장은 “노동이 자본과 맞서서 대립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강성노조인 척을 해야 조합원의 권익이 더 확장되고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노동운동이 가져야 했던 선명성 경쟁과 투쟁일변도의 활동은 오히려 조합원들을 노동운동과 멀어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이념투쟁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자주적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에서도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연수 공동의장이 줄곧 주장해왔던 ‘주인노동운동’과도 맥을 같이 한다.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노동조합이 기업 운영에 주인으로 참여해 투명경영을 이뤄내 서비스의 소비 대상인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 노동운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재의 노동운동은 이러한 ‘국민을 섬기는’ 운동을 바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조합원들의 복지증진 등 실질적 권익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바탕이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조직적 형태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현장 조합원들과의 의사소통과 그들의 삶의 중요성보다 일부 지도부의 정치적 이념과 출세주의에 의해 수직적 구조만 발달된 형태가 됐다고 비판한다. 정연수 공동의장은 “과거의 노동운동이 실패한 이유는 지도부 한 두 사람이 투쟁을 이끌다 정치와 빅딜해서 자기를 위해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이 정치를 하려는 것보다 평소 주인노동운동을 통해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 노동운동에 대한 정치적 역량은 향상되고 사회적 지분도 향상될 것인데 정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 조합원들만 바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직적 구조 하에서는 조합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지도부만의 이념적, 정치적 활동만이 강요돼 조합원들의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점차 하락한다는 것이다.

▲ 현 노동운동의 트랜드는 '국민'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뿐 아니라 새희망노동연대도 '국민'이 주요 타킷이다. 이들의 같은 말, 다른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올까? ⓒ 서울지하철노조

“복수노조 허용되면 조합원 증가할 것”

이러한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에 동의하며 새희망노동연대 활동에 참여하는 노조는 약 60~70여 개인 것으로 희망연대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일단 앞에서 언급했던 서울지하철노조, 현대중공업노조, 영진약품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NCC노조, 전국시도교육청노조, 서울시공무원노조, 행정안전부노조,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31개 노조) 등이며 이념과 활동에 동의하지만 현재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어서 희망연대 측이 밝히기 꺼려하는 노조가 약 20~30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조직적으로 참가결의는 하지 않았지만 희망연대 측에서 곧 참가가 유력시된다고 밝힌 단체로는 KT노조와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 등이 있다.

희망연대 측은 참여하고 있는 노조의 조합원이 대략 12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노동부가 조사한 조직현황에 따르면 미가맹 독립노조 28만 명의 절반에 육박한 숫자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희망연대가 현재 총연맹 체제도 아닌 네트워크 수준의 결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도 아닐뿐더러 참여 확정 여부에 대해서는 희망연대 측과 해당 단위노조 간에 의견 차가 있어 구체적인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희망연대 측은 내년 시행될 복수노조 전면 허용으로 가입 노조는 급격하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주식 서울지하철노조 교선실장은 “복수노조가 허용되게 되면 새로운 노조가 탄생한다는 것은 노동계가 공통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대외적 차원에서 노동계가 분열되면 좋을 것은 없지만 복수노조가 허용됨으로서 새로운 노조가 생기고 경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희망연대 측은 복수노조 전면 허용 이후 약 20만 명 이상으로 조합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희망연대가 제3노총으로 조직변화를 가져올 것이냐에 대한 의견도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하철노조의 경우 희망연대가 제3노총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여타의 참가 노조는 제3노총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론을 제기하거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희망연대에 참가하고 있는 한 노조 간부는 “일단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또 하나의 노총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시기상조”라며 “조직의 구체적인 실천활동이 거듭되고 이에 따라 조합원의 동의와 사회적 허용 여부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정연수 새희망노동연대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