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이거나 논란의 시작이거나
희망의 시작이거나 논란의 시작이거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4.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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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와의 관계 설정, 조직적 한계 극복이 문제
Special Report새희망노동연대, 노동운동 재편의 뇌관 될까…③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새희망노동연대가 출범하자 이들에 대한 실체와 이들의 지원세력에 대한 여러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이는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애써 이들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갖는 사회적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새희망노동연대가 아직 내부적으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제3노총을 지향하고 있는 마당에 복수노조 시대에 노동계 현장 지형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 차원에서도 이들이 시도가 성공할 것인가를 예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지점이다.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한 의문점과 그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 지난 3월 4일 열린 새희망노동연대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새희망노동연대는 구체적 실천을 통해 노동계에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 새희망노동연대

 

뉴라이트와 노동부의 지원을 받는다?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해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지원세력에 관한 것이다. 제3노총에 관한 정연수 공동의장의 의도가 급부상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으로 재선에 성공한 다음이지만 이 시기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도 관계가 있다. 비록 1년 정도의 시차는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대기업 강성노조에 대한 견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대변되는 노동 유연화 전략은 새희망노동연대의 등장에 충분한 거름을 제공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브레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뉴라이트와 노동부의 지원 하에 새희망노동연대가 탄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단 새희망노동연대를 측면 지원하는 그룹에는 노사상생문화포럼이란 지식인 집단이 존재한다. 2009년 창립된 노사상생문화포럼은 정연수, 오종쇄 공동의장과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 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등 일군의 보수적 교수, 변호사 집단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작년 3월에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의 첫 세미나에는 한나라당 신지호, 안효대, 이두아 의원 등 뉴라이트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뉴라이트가 노동운동의 재편까지 노리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여기에 노동부의 한 고위 관료가 정연수, 오종쇄 공동의장을 비롯해 김구현 KT노조위원장 등 민주노총을 탈퇴한 독립노조 위원장 몇 명과 수시로 접촉하며 제3노총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까지 떠돌았다. 특히 지난 3월 3일 열린 새희망노동연대 워크샵이 노동부의 후원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이를 공식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었다.

이에 대해 심주식 서울지하철노조 교선실장은 노동부 배후설은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하며 “정연수 위원장과 김구현 KT노조위원장과의 만남은 지난 3월 초순이 처음이었다”고 일련의 설을 부정했다. 이어 “뉴라이트라고 해서 굳이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느냐”며 “우리의 정체성만 확고하다면 당시 참여했던 의원들이 대부분 행안위 소속이라 그들을 잘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수 공동의장도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획득하기까지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며 “뉴라이트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노동조합이 자주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면 다양한 정치집단과 제휴하고 협력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내는 것이 좋다. 오겠다는 사람 내치는 것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 일부에서는 오종쇄, 정연수 공동의장 등 새희망노동연대 주축 맴버들이 과거 이명박 지지선언에 동참했다는 점을 들어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노사상생문화포럼 소속 교수 및 변호사들이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도 경영계와 노동부의 입장을 대변했던 인물들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들의 연결고리가 단순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향후 새희망노동연대와 긴밀하게 교류하며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노사상생문화포럼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이 '국민섬김선언식'을 진행하고 있다.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한 우려와 기대 속에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 서울지하철노조

 

조직적으로 문제가 있다?

새희망노동연대는 현재 느슨한 협의체적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과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공동의장으로 새희망노동연대를 대표하고 있지만 양대 노총처럼 조합원이나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었던 것도 아니고 사무실이나 조직체계 또한 없어 향후 실천 활동에서 문제를 드러낼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새희망노동연대 측은 지난 3월 18일 울산에서 대표자회의를 갖고 연락체계를 구성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조직을 정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느슨한 조직체계로 제3노총을 위한 시동을 걸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내부 의견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의견에 정연수 공동의장은 오히려 “지시일변도의, 획일화된 조직체계는 과거 노동운동의 유산일 뿐”이라고 현재와 같은 수평적 조직체계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조직의 핵심은 ‘단결’에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노동계 평가여서 새희망노동연대가 더 확고한 조직체계를 건설하지 않는 이상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새희망노동연대 내부의 알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이들을 대표하고 있는 노조는 현대중공업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다. 이들 노조는 하나의 사업장으로도 노동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었던 노조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대장’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눈치보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새희망노동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조 위원장은 “한편에서는 정연수 공동의장의 정치적 노림수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내부적 의구심도 있고 오종쇄 공동의장이 정연수 의장을 견제하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며 “현재는 각 노조위원장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제3노총에 대한 의견도 약간씩 다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새희망노동연대가 제3노총으로 가기위한 전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현대중공업노조는 제3노총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현대중공업노조 이임석 기획실장은 “상급단체가 없다보니 단위사업장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아 뜻을 같이하는 노조끼리 모여 함께 사업을 공유해보자는 의미”라며 “제3노총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 3월 워크샵에 참여했던 단위노조 위원장 일부도 “현재 상급단체가 있지만 상급단체를 탈퇴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을 섬기는 노동운동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제3노총 건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 참여노조가 갖고 있는 한계성도 문제다. 이전 전지협 결성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현재 새희망노동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가 선거에서 패했을 경우 대부분의 노조가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영속성을 갖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노동연구원 김정한 박사는 이에 대해 “과거 도시철도와 인천지하철에서 볼 수 있듯이 지도부가 바뀔 경우 조직 구성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복수노조가 되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이마저도 복수노조 허용시 소수 노조의 활동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행 노조법 하에서는 새희망노동연대에 우호적인 노조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비관적 견해를 내놨다. 결국 조직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을 정리하고 꾸준한 조직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긍정과 부정, 그리고 무시

이러한 우려 속에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대체적으로 찬성과 반대처럼 극단을 표시했으나 노동계만은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영계는 경제단체와 현장 노무팀의 반응에 약간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새희망노동연대와 관련해 경총 남용우 노사대책본부장은 “조합원 뜻을 받드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에 수긍이 간다”며 “이런 방향성이 그대로 현장에서 실천된다면 기존 노동운동의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기업 노무팀의 한 관계자는 “새희망노동연대가 현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 단체가 민간기업보다는 공공부문이 더 많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노조에서 이들과 결합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노동지형을 보면 민주노총 소속이든 한국노총 소속이든 과거와 같이 투쟁일변도로 노조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새희망노동연대가 파고들 구석이 있을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일단 새희망노동연대가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상생과 협력의 노동운동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노사 자치를 통한 상생과 협력으로 고용 창출과 복지증진을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기존 노동운동에 조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노동계는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해 관심꺼리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과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냥 대장이 되고 싶은 몇몇 정치적 노조지도자들이 모여 자신의 정치 일정에 맞는 단체를 하나 만든 것 정도로 평가한다”고 혹평했다. 노동연구원 김정한 박사도 “도대체 정체성이 없는 단체”라며 “민주노총 나와서 갈 데가 없으니까 만든 것 아니냐. 영양가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어쩌면 이러한 반응은 출범한지 한 달도 안된 단체에게 가혹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새희망노동연대가 어떤 실천 활동을 보여주냐에 따라 향후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새희망노동연대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