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내 정계 진출 “절대 없다”
임기내 정계 진출 “절대 없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1.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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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대, 조건부 파기…노조법, 전면 재개정
조합원자격 문제, “배수의 진을 쳤다”
[긴급인터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번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과 함께 등장한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장의 요구”가 있어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용득 후보 또한 현재 한국노총은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용득 후보의 경우 전임 위원장으로서 재임시 각종 투쟁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핵심 현안 중 하나인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주도했다는 점, 2008년 총선 출마 실패, 소속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용득 후보는 개인에 대한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보다 “누가 실천능력, 협상능력, 투쟁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권 입성을 위한 전단계로서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는 일부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임기내 정계진출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책연대에 대해 이용득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조건부 파기를 내세웠다.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포함한 정책협약 이행의 진정성이 담긴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적 절차를 거쳐 파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주장한 반면,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해서는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연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찬·반이란 형태의 답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하는 인터뷰 발췌본이다. 인터뷰 전문은 <참여와혁신>에만 게재된다.

“현장이 원한다면 그 역할 하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3년 전 후배들이 한국노총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 믿고 기대하며 지냈다. 2009년 11월 30일 기자회견 후, 많은 후배들이 한국노총의 모습을 보며 가진 울분과 안타까움을 전해왔고, 다시금 한국노총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노총의 방향성이 없어지고 자주성과 민주성이 상실되었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초래한 것은 현 집행부이다. 집행부는 공동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현 집행부에서 출마하는 것을 현장이 받아들이겠는가. 현장이 무너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현 집행부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현장이 따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는 현상이 한국노총의 위기와 심각성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었다.

장석춘 위원장 사퇴 발표 때마다 후배들이 나에게 한국노총의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역할을 해달라는 권유와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듣고 고민하다 ‘현장이 원한다면 그 역할을 하겠다’며 마음먹고 출마를 결심했다.

한국노총의 현재를 진단하고, 이용득 후보가 그리는 한국노총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앞서 답변한 것처럼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도부를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한국노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조합원 자격 문제, “기업별 노조 틀로 보지 마라”

이용득 후보의 소속 문제가 조합원들의 관심사다. 현재 공공연맹 중부지역일반노조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임기를 마치고 우리은행으로 복귀한 후 우리은행관리직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으나, 출마를 결심하며 사표를 내고 나 스스로 다시 돌아갈 곳을 정리해야겠다 다짐했다. 실제 우리은행에서는 적을 유지해주기를 원했다. 고민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의 수준, 그런 것들이 우리 동지들에게 이해가 되겠는가 하는 것과 내가 총연맹 위원장이었을 때 다시 돌아가 안주할 자리가 있다면 스스로가 치열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생각들에 결국 사표를 냈다.

오죽하면 그걸 포기하고 나왔겠나.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이해해 달라. 난 그걸 갖고 문제 삼는 사람들이 오히려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와 극단적인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현장 조합원들은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라도 나오라는 분위기였다. 오죽하면 현장 분위기 때문에 나왔겠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서는 기업별노조의 틀 관행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역노조, 일반노조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상태여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노동자이고 노동자를 위해 일할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노총 위원장 선거는 노총을 위해 누가 더 일을 잘 할 것인가, 노사정 관계에서 누가 주도적으로 현장을 보호하고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보는 것이다. 차라리 이용득이 실천능력, 협상능력, 투쟁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시비를 걸어야지, 이런 지엽적인 시비는 운동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비거리를 남기고 출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합원 자격이 있고 노총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한다.

이용득 후보에 대한 비판세력들은 이번 선거 출마를 ‘한풀이’ 혹은 ‘정계진출을 위한 과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총 위원장 임기 후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당시는 임기 후 아닌가? 당시 한나라당에서 2번 준다, 4번 준다, 말이 많았다. 내가 정치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조합원들이 다 알고 있다. 정치권에 가서 노총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신청했지만 결국 배반당했다.

정치권은 거들떠보기도 싫다. 그렇기 때문에 한풀이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단지 내 인생의 대부분을 바쳤던 노동조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만 있다. 단언한다. 임기 내에 정계로 가는 일은 절대 없다. 일생을 바친 노동조합에서의 내 마지막 역할, 전체 노동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생각만 있다. 봉사하겠다는 마음뿐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책협약 이행 진정성 없으면 정책연대 파기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정책연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연대 파기를 여러 차례 주장했는데 정책연대를 주창했던 분으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정책연대는 한국노총에 쥐어진 큰 무기였다. 한국노총의 힘을 키우기 위해 준비한 무기인 것이다. 상층부 중심의 정책연대가 아닌 현장 조합원의 의지와 뜻을 담은 엄청난 위력의 무기였던 것이다. 그 무기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몇몇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사라져버렸다.

정책연대는 서로가 정책협약의 내용을 지킬 때 의미가 있는데 이명박 정권은 나와 맺었던 정책협약을 지킨 것이 없고, 한국노총 현장은 이명박 정권을 지원할 의사가 전무한 상태다. 정책연대는 이미 파기되어 있다. 형식적 절차만 남아 있다.

내가 당선되어 취임식을 하는 날까지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포함한 정책협약 이행의 진정성이 담긴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의원대회에서 파기선언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을 것이다.

한국노총 내에서는 노총이 젊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전임 위원장이 다시 출마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조합원들도 있다.

노총 위원장이 권력 가진 사람인가? 노총이 권력을 가진 집단인가? 정치권력을 가진 자리에 나가겠다는 것은 과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노총 위원장은 자기 것 버리고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다. 그런 사람에게 과욕이라는 표현 쓰는 것은 나와 운동철학이 안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총이 어려워졌을 때 오히려 누가 되었든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맞다. 젊고 늙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안에 대한 능력과 협상력, 투쟁력이 겸비돼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젊은 사람이면 대안능력, 협상력, 투쟁력 등을 다 갖고 있나? 그런 논리는 정치권에서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운동권에선 나올 수 없다. 나와 운동철학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다.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해 한국노총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찬성하나 반대하나?

복수노조는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따로 떼어 놓을 사안은 아니다. 그래서 내 선배들이나 내가 13년간 유예하면서 두 개가 연계되어 논의됐던 것이다. 두 개를 따로 질문하는 것은 맞지 않다. 연계해 합의점을 찾아야한다. 전임자임금이든 복수노조든 노사자율이라는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 복수노조 전면 허용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식의 단답형으로는 절대 대답할 수 없다. 두 개가 연계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동안 내 리더십에 문제 있다 생각

현장에서는 한국노총이 혁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노총의 혁신방안은 무엇인가?

한국노총 개혁 특위의 과제들이 아직까지도 한국노총의 장단기 혁신방안으로 유효한 것들이 상당수 있다. 산별 전환, 소산별 통합지원을 비롯해, 의사결정과정에 더 다양한 많은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는 의견수렴의 통로를 다양화 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밑으로 부터의 의견 수렴과 조직적 결의가 꼭 필요한 일들이라서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지향은 분명히 하고 가야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대한 조직 개혁 방안은 있는가?

지난 3년간 노동계를 떠나 있으며 한 사람의 무리한 욕심으로 상황을 바꿀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의식차를 고려치 않고 무리하게 총국 간부들을 끌고 갔고 내가 그만두고 나니 그게 다시 원위치된 것은 내 책임이 아닌가 느꼈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의식을 개혁하고 끌고 갔으면 아주 원점으로 돌아가진 않았을텐데. 그런 부분은 내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디더라도 조금씩 총국을 포함한 전체 간부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예정이다.

당선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에 노조법 전면재개정을 요구할 것이다. 명확한 답변이 없으면 정책연대 파기와 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그러나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 나는 투쟁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