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답게 하겠다”
“노동자답게 하겠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1.0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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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노총, 화합과 단결을 이룰 적임자는 바로 나
‘신뢰’ 되찾기 위해 현장 조합원과 함께 하겠다
[긴급인터뷰]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문진국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출마 이유에 대해 “한국노총이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고 갈라진 한국노총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통합해낼 수 있는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7년이 넘는 노동운동 과정에서 서울시 의원까지 역임했던 문 후보는 조합원들이 한국노총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밑에서부터, 현장으로부터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가야 된다며 이것이 바로 “노동자답게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정책연대의 즉각 파기와 노조법 재개정을 주장한 반면,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현 장석춘 집행부의 임원으로서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라고 역설했다.

자신이 위원장에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 후보는 “독단적이지 않고 화합과 단결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하며, 조합원들의 뜻을 수렴하여 결정되면 변치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지도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는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하는 인터뷰 발췌본이다. 인터뷰 전문은 <참여와혁신>에만 게재된다.

일부 지도자들에 의한 독선적 운영이 문제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비정규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택시노동자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왔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못살고 힘든 노동자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적이 없을 정도로 진솔한 삶을 살아왔다. 따라서 현재 갈라질대로 갈라진 한국노총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통합해낼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일부 지도자들에 의한 독선적 조직운영으로 폐해가 많았다. 나는 독선적 결정이 아닌 조직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노총 위원장은 민주적 의사 수렴과 조직의 결정에 따라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과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동자답게 노동운동의 기본을 지키면서 노총을 바로세우기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다.

한국노총의 현재를 진단하고, 문진국 후보가 그리는 한국노총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현재 한국노총은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투쟁과정에서 현장조직의 결의 없이 지도부가 노총을 끌고 가는 형태로 운영했고, 특히 현장에서 파업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노동법 개정 투쟁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조합원들과의 신의를 지키지 못했다. 조합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면 노총은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산별회원조합의 역할 강화와 함께 현장조합원 중심으로 지역본부와 지역지부를 활성화시킨다면, 노동운동의 중심으로서 한국노총을 바로 세우고 현장조합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적(敵)이 없는 사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장석춘 집행부의 임원으로서 위원장이 사퇴한 마당에 책임을 져야 함에도 선거에 나섰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임을 지기위해 출마했다. 개악된 노조법을 재개정하여 한국노총의 명예를 회복하고 노동운동의 중심은 바로 한국노총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의 대표자로서 조직에서 결의된 사항은 끝까지 투쟁하여 반드시 쟁취할 것이며, 조직과의 약속은 어떠한 회유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키겠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뚝심으로 기존의 잘못된 조직운영과 관행을 바로잡고자 한다.

집행부 출신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 요구가 있었고 실제 단일화를 위한 많은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단일화 논의는 깨졌다. 문진국 후보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 장석춘 위원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른 산별 위원장님들과 협의하고 여러 의견을 들어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다. 단일화는 정책과 노선의 문제를 제쳐두고 논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집행부 출신이라 해도 정책과 노선의 차이가 분명하다면 단일화가 어렵다. 물론, 그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다면 여전히 단일화의 여지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각자의 정책과 노선을 분명히 하고 조합원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나는 노총 내 최하의 근로조건에 처한 택시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해 왔다. 나야말로 현장노동자의 어려움을 노총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한다. 또한 나는 지금까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조직의 화합과 단결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지금 노총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조직이 화합하고 단결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화합과 단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앞만 보고 달렸더니 60이 됐네? 하하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일부 현장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노동운동에 헌신한지 약 27년이 됐다. 현장 단위노조 위원장부터 전택노련 서울본부장과 노련위원장, 그리고 노총 상임부위원장까지 역임하면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노동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으며 많은 성과도 이루었다. 조합원들과 함께한 투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독단적인 결정을 한 적이 없다. 항상 동지들의 의견을 중요시하고 화합하면서 투쟁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 때문에 내가 조합원들에게 튀어 보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내 강점이기도 하다. 튀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고 뚝심 있게 결정된 것을 밀고 나가는 것은 노총 위원장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노총 상임부위원장을 하면서도 앞에 나서기보다는 조직을 담당하며 조직의 화합과 현장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내 모습은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결정된 바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용득 후보나 문진국 후보를 보며 노총이 젊어져야 하는데 노동운동 오래하신 분들이 자꾸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나조차 깜짝 놀랐다. 솔직히 말해 30대에 노동운동 시작해 60 평생 살면서 내 나이 이렇게 먹은 거 몰랐다. 그래서 그 질문에 조금 황당했었다. 아, 내가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27년을 노동운동하면서 뒤를 돌아본 적이 없다. 마누라도 2년 전에 잃었다. 가정이고 뭐고 뒤를 안 돌아보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내게 나이를 물어본다면 다만 앞만 보고 가다보니까 내 나이 60 먹은 것을 몰랐는데 미안하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하하.

정책연대 즉각 파기, 노조법 재개정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는 정책연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파기해야 하나? 파기를 한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정책연대는 그동안 노총 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정책연대가 노총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된 것이긴 하나, 그 운영과정에서 대표자의 독선적 운영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해 노조법 개정과정에서 큰 문제가 됐으며, 올해에는 전국노동자대회조차 개최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상층부의 정책연대에만 치중하였다. 이는 조합원들이 노총에 등을 지게끔 하였고, 국민들로부터 한국노총은 어용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나 역시 이런 식의 정책연대는 마땅히 파기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연대의 향후 방향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일단 현행 정책연대를 파기한 이후 조합원들에게 노총이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정치방침 논의를 해야지 조합원 없는 노총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노동자답게 가야 한다.

조합원들과 국민들은 한국노총과 노동운동에 관심이 없다. 원인은 무엇이며 대안은 무엇인가?

노동운동의 중심인 한국노총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현장과 괴리되어 상층부의 정책연대 추진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현장과 괴리되어 지나치게 타협에만 의존했던 정책연대는 조합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국민들 또한 한국노총에 실망했다.

따라서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노총 정책과 투쟁과정에 결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약자 보호에 실천으로 앞장서는 모습을 노총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과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총으로 거듭나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 조합원 의견 최대한 반영하겠다

당선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총의 현장중심 활동을 강화해 노총 운영에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 현장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노총을 쇄신하여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믿음을 드리고 투쟁에 강력하게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또한 노총 100만 조합원들의 화합과 단결을 이뤄 반드시 개악된 노조법을 재개정하고,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겠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정책연대는 파기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연대의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