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내 고수익 창출, 그것이 본질
단기간 내 고수익 창출, 그것이 본질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4.03.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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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성장세…출자 약정액 기준 44조 규모
기업 인수-가치 제고-재매각, PEF 투자계획의 기본
[특집] 사모펀드 10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를 위해 여러 형태의 구조조정 기구가 등장한다.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서 움직였던 이들 기구는 사모펀드의 효시다.

2004년 12월, 개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흔히 사모펀드로 불리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Private Equity Fund)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된다. 이후 10여 년, 사모펀드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금융, 경제, 산업 부문 이외에도 숱한 화제 거리를 낳는다.

사모펀드(PEF)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국내에는 237개 사의 PEF가 등록돼 있으며, 총 출자 약정액은 44조 원, 이행액은 28조 원에 이른다. 지난 2007년 44개 사가 약정액 9조 원, 이행액 4.3조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PEF는 사모펀드가 발달한 미국의 형태와 거의 유사하다. 직접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하는 유한책임사원(LP)과 손해배상 등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하는 무한책임사원(GP)의 합자회사 형태며,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기업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등에 투자한다. 이때 주요 투자자는 은행, 기관투자자, 보험회사, 연기금 운용사, 학교재단, 부유한 개인 고객 등이다. 이후 경영권 참여를 통해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매각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PEF는 사모 방식으로 조성한 자금을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해 분산 투자를 한다. 지렛대란 의미의 레버리지(leverage)는 쉽게 말하자면 빚인데,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움직이는 지렛대처럼 빚을 끌어와 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하면 나중에 이자 등 조달비용을 갚고도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모인 자산의 운용에 제한이 많다.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동일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매입할 수도 없다. 주식 이외에 채권 등 다른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이런 제약이 없다. 그래서 흔히 기업의 인수합병에 뛰어든다.

이런 조건 때문에 공모펀드는 처음부터 시장 평균 수익률 정도만을 기대하고 목표로 설정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모펀드인 PEF는 고수익 창출이 주목적이다. 그리고 고수익을 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 때문에 쉽게 불식시키기 어려운 악명을 얻는다.

▲ 사모펀드 규모
단기간 고수익 창출, 때로 백안시돼

‘약탈적 투기를 벌이는 기업사냥꾼’, 이한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사모펀드 규제완화 토론회에서 PEF를 이와 같이 규정했다. 특히 PEF는 인수기업의 비상장화, 배당금 재조정, 인수기업의 재매각 등의 과정을 거쳐 투기 목적을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PEF는 해당 기업을 인수한 후 악랄한 방식의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유상감자 등을 통하여 철저하게 초과이윤을 짜낸다. 조성된 자금 외에 자금을 차입하여 기업을 사들이고,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쳐 주식을 재상장하거나, 3자 매각하여 투기적 수익을 창출한다. 인수기업의 재매각 시점까지 한 순간도 이윤 창출을 포기하지 않는다. … 주주자본주의의 가장 심화된 모습이 PEF의 투기적 행태라 할 수 있다.”

고수익의 추구 이외에도 PEF가 중요시하고 있는 점은 투자 기간이다. 단기간 내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게 PEF의 지상 목표라고 볼 수 있다. PEF는 기업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수립할 단계부터 투자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이 창출하려는 고수익은 말 그대로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 때, 비로소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투자기간은 5년에서 10년을 내다본다”며 “연간 수익률을 25%라고 본다면, 5년이면 투자금의 3배, 7년이면 5배를 회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PEF가 투자를 회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말 그대로 되파는 것과 기업공개 과정을 거쳐 재상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중 PEF의 투자 회수액은 3조7천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조6천억 원 증가했다. 이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조성된 PEF가 존속기간 만료로 해산했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의 PEF와 관련한 제도 도입 취지는 기업의 경영권 인수를 통한 기업가치의 제고 측면이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지배적이고 이들은 안정적 수익, 다시 말해 손실방어 투자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PEF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젝트 PEF란 투자 대상을 사전에 물색한 후 LP를 모집해 설립되는 펀드다. 이와 반대인 블라인드 PEF는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용 주체인 GP의 신뢰성, 검증된 실적을 기초로 LP들로부터 투자를 약정 받은 후 대상을 선정하는 펀드다.

통상 사모펀드 도입 역사가 길고 시장이 성숙해, 운용 주체들의 평판이 검증된 이후에는 블라인드 PEF가 주를 이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신규 설립된 PEF 중 프로젝트 PEF는 31곳으로 68.9%를 차지하고 있으며, 블라인드 PEF는 14곳으로 31.1%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