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속 끓고 있는 철강 산업
부글부글 속 끓고 있는 철강 산업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4.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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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요가 조강 생산 속도 따라 잡지 못해
국내 철강산업의 문제점, 스스로 살펴 볼 필요도 있어
[cover story]_ 위기의 철강산업(1)국내의 철강산업

ⓒ 참여와혁신 포토DB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성장 동력역할을 해 온 철강산업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 철강산업은 2000년대에 재미를 좀 봤다. 2004년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은 1,062,542천 톤을 기록하며 최초로 연간 조강 생산량 10억 톤을 찍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철강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철강사들이 급증했고 생산량 또한 증가했다. 중국의 철강 생산 증가는 2004년 철강 무관세 협정과 맞물려 국내 철강사들에게 악재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철강산업은 주요국의 제조업 성장 둔화, 철강의 과잉 생산 및 철강 소비의 감소세, 원자재 가격 인하 등의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2014년 전 세계 조강 생산량 절반 넘어서

보통 한 국가의 철강 생산량을 나타낼 때는 조강 생산량으로 표시한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65개국의 총 조강 생산량은 2014년 16억 3천 6백만 톤을 기록했다.

지역별 조강 생산량 순서 별로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이 포함된 C.I.S 지역이 105,089천 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포함된 북아메리카는 121,247천 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28개국이 포함된 유럽연합은 169,243천 톤,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이 포함된 아시아는 1,110,860천 톤을 생산했다. 아시아 지역의 조강 생산량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중 조강 생산 상위 5개 국가들을 살펴보면 중국이 822,700천 톤으로 1위, 일본이 110,665천 톤으로 2위, 미국이 88,347천 톤으로 3위, 인도가 83,208천 톤으로 4위, 그리고 한국이 71,036천 톤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에 조강 생산 8억 2,270만 톤을 기록했다. 2014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조강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2005년 이후 중국 내 철강 과잉 생산 문제가 대두하자, 중국 정부는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철강산업 육성 당시 설립된 철강업체들과 노후화된 설비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철강업체 대형화 추진, 철강 기술 육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철강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그 결과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4년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 이길호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길호 애널리스트는 이어 2014년 3월 600만 톤의 조강능력을 갖춘 하이신철강의 디폴트 선언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중국 내 메이저 철강업체에 해당하는 하이신철강마저도 채무액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재무구조가 더 악화된 중소형 업체에 구조조정이 집중됨에 따라 중국 내 메이저 철강업체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려 가동률 상승으로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 외 철강업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성장 주춤, 철 생산 과잉 문제 대두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으로서 대규모의 장치들을 생산수단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징이 있고, 도로건설이나 각종 건축물의 토대가 되는 철근 생산과 배, 자동차,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을 만드는 철강류 생산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의 역할도 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대규모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건축이나 조선,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기 때문에 철강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의 철강산업 육성 초반에는 제조업 호황기였고, 중국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강 과잉 생산이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주요 선진 제조국가들의 경제가 불황에 들어섰고, 자동차, 조선, 건설 경기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현재, 금융위기로 악화된 미국, 유럽 등의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세계철강협회는 이들 국가에서 철강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이나 중국, 인도의 철강 수요 증가율이 향후 선진국들의 철강 수요 증가세를 앞지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총량을 놓고 봤을 때 수요가 생산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철강협회는 지역별 철강 소비의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한다. 중국은 공공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2013년에는 중국 내 철강 소비가 6.1% 증가했지만, 2014년 들어서는 3.0%로 증가율이 둔화되었고, 2015년에는 2.7%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철강 생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속도 둔화에 따라 전 세계 철강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철이 남아도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이 철 과잉 생산 문제와 더불어 철을 만드는 원료인 철광석이나 원료탄, 철스크랩 가격의 하락세 이다.

한 전기로 사업장 관계자는 고가로 구매한 철스크랩을 사용해 만든 철강제품을 지금 판매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이 흑자를 보고 나가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원료가격 하락문제는 생산단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국내, 중국산 저가 철강재 및 생산량 조정 문제 직면

원료가격 하락문제와 더불어 국내 철강시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중국산 철강재 때문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발표한 철강수입동향 보고에서 ’15년 1월 수입 철강재가 국내 철강시장의 41.4%를 차지하고 밝혔다. 수입은 ’13년 10월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감소하긴 했지만 수입단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국내 시황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주력 수입 품목인 열연강판, 중후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품목들은 전년 대비 감소하였고 봉강, 반제품, 철근, 칼라강판 등은 수입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반덤핑 조사 문제로 인해 H형강 중국산 수입은 감소했다.

또한 2014년 철강 수입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1~11월 국내 수요는 ’13년도 대비 7.7%가 증가하였는데 수입은 17.5%가 증가하였고, 국내 철강 수요에 대비해 수입재의 비중이 3년 만에 40%대로 재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국의 수입재 점유율과 비교해 볼 때 미국이 31.7%, 중국이 2.1%, 일본이 8.3%로 우리나라 철강시장에서 수입재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중국 시장의 내수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철강업체 대형화 및 설비 개선 등을 통해 과잉 생산되고 있는 철강의 상당량이 국내로 흘러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도 증가했지만 국내 조강 생산 역시 ’13년 -4.4%의 성장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건설이나 자동차, 조선업계의 경기 불황으로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강 생산 및 수입되는 철강재 수치가 증가하는 것은 결국 철강제품의 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특히나 예전에는 중국산 철강재는 저가에 품질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국산 철강재에 대한 선호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철강기술의 발전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의 질도 상당 수준 향상되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철강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그리고 철 과잉 생산, 내수 시장의 부진,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지금이라도 철강 관련 사업장들이 모여 국내 조강 생산량 조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 외 철강 산업을 둘러싼 이슈들

고로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일관제철소들의 경우 아직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철스크랩을 이용해 전기로로 철을 만드는 전기로 사업장의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로 사업장에서 민감한 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이다. 전기로 사업장의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5% 이상이다. 그런데 OECD 국가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은 수준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기업에 제공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이야기가 해마다 나오고 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상존해 있다.

그리고 전 세계 철강경기 침제 때문에 보호주의 무역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국내 수출량의 상당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과세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해당 판정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였다. 또한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업계 ’15년도 신년인사회 및 최고경영자 간담회 자리에서 중국산 H형강 반덤핑 조사에 이어 중국 정부의 보론강(합금강의 일종으로 미량의 붕소를 첨가하여 담금질 성질을 향상시킨 강재) 증치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성격의 세금으로 중국정부는 고급강재를 수출할 때 세금을 환급해 준다) 환급 폐지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의 기반 역할을 해 온 철강산업은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예전과는 달라진 위치에 대해 점검해 볼 때가 되었다. 특히나 국내 철강산업은 내수시장만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강 제품의 기술력 강화와 전 세계를 상대한 교역 관계에서 어떻게 우위를 선점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내부적인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살펴봐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