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없는’ 대선?
‘노동이 없는’ 대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3.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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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실마리이자 주요 장치
[커버스토리] 빨라진 대선, 노동을 묻다 ⑤
한국 사회를 뒤덮은 ‘촛불’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두고 외면해 왔던 폐단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각계각층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엇에 힘들어하고 있나? 정치적 국면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때 이른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의 면면이 구석구석 회자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노동’이란 이슈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아 노동은 어떤 의미로 다뤄져야 할 것인가?

한국 사회를 뒤덮은 ‘촛불’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두고 외면해 왔던 폐단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라 정치적 국면도 크게 요동쳤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때 이른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의 면면이 구석구석 회자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노동’이란 이슈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아 노동은 어떤 의미로 다뤄져야 할 것인가?

노동이슈, 구글 검색 수는?

검색엔진의 대명사격인 ‘Google’은 자사의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Google Trend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주요 검색 키워드가 얼마나 사용자들이 찾았는지를 지역별, 시기별로 구분해 빅데이터 지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탄핵’이란 검색어는 2016년 12월 4일에서 12월 10일 사이 최고 수준의 인기 뉴스 검색어라고 볼 수 있는 지수 100에 달한다. 그동안 해당 키워드는 최고 인기도 대비 1% 미만의 검색율이었다. 10월 23일에서 10월 29일 사이에 ‘탄핵’이란 검색어는 지수 27로 급상승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연설과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화제가 되었던 시기다. 이와 같은 추이는 검색어를 ‘촛불’로 바꿔보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탄핵, 촛불, 대선과 같은 검색어의 하위 키워드로 ‘노동’을 설정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요사이 정국에서 노동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지수 10 미만의 추이를 보인다. 탄핵, 촛불, 대선과 같은 인기 검색어에 비해 10%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경제’라는 키워드는 꾸준히 지수 30 이상의 추이를 보인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2월까지는 오히려 탄핵과 같은 키워드보다 높은 검색 선호도를 보인다.

박근혜 정권 노동정책, 돌이켜보면…

단순히 검색 키워드의 활용 빈도를 두고 사회적 관심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직 이른바 대권 주자들이 내부 경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대선 공약을 총망라 해 발표한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요 대선 예비주자들은 이미 노동계와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으며, 일부 ‘노동 공약’의 밑그림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돌이켜 보자면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일자리공약에 공을 들였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는 의미의 ‘늘지오’라는 슬로건 아래 고용율 70% 달성을 목표로 두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노동정책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수감 중이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불법 딱지를 붙였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 붙였으며, 사용자단체가 요구했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완화는 정부 지침으로 처리됐다. 비정규직의 차별과 불안이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사용기간을 늘리고 파견을 확대하는 개악안이 제출됐다. 공공부문을 필두로 ‘성과연봉제’ 역시 강제됐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계로부터 진즉 ‘노동개악’으로 규정됐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던 한국노총도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정권퇴진 투쟁에 나섰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의 내용이 포함된 5대 노동개혁 법안은 노동계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지난해 입법에 실패했다. 또한 여당의 총선 패배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노동개혁 드라이브는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난국 타개를 위한 방법으로 노동개혁 강행을 천명하고 나선 만큼 노동계는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다.

2016년, ‘성과주의’에 대한 물음

특히 2016년은 공공부문을 선도로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성과주의 제도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두 번째 파고가 밀려오는 곳은 금융산업이다. 2016년 한해 지속적으로 논란을 부채질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권에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지난 3월 7일, 금융위가 9개 금융공기업과 ‘성과중심 문화확산 MOU’를 체결하면서부터다.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후 향후 민간 금융사에도 이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최근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에 성과연봉제 관련 공문을 보내고, 2017년 한해는 기관별로 마련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2018년부터는 성과연봉제 보수 체계에 따른 성과급 차등 지급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초 코레일을 비롯한 5개 공공부문 사업장의 경우, 성과연봉제 효력 중지 판결이 나온 바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이에 기반한 퇴출제가 공공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후퇴를 본격적으로 야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에 따라 내부 사업계획의 수립에 있어서도 사회 공공성의 강화를 내세우며 이를 기반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국면에서 공공부문의 주요한 화두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내용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성장과 낮은 고용률 시대에 과연 공공부문은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일자리의 질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논란이다.

하지만 신규 일자리 창출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공공부문 역시 대규모의 비정규직 사용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단지 고용계약의 기한이 없는, 이른바 무기계약직 전환만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오면서, 차별은 오히려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상 초유의 청년실업 시대에, 청년들을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 마련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대 노총, 대선 정국을 논의하다

가능성이 높아진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핵심 쟁점인 정치전략, 대선투쟁 방침을 논의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5개의 수정 동의안이 제출되는 등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 노동진영을 대표로 하는 민중 단일후보 추대, 내년 지방선거 전 진보진영 연합정당 건설 등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3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노총도 지난 2월 23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대선에서 친노동자 정권 수립을 목표로 전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합원 총투표로 지지후보가 결정되면, 정책협약식을 추진하고 당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만들고, 지키고, 대화하고

앞서서 살펴본 한국 사회의 각 세대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오는 대선에서 화두가 될 ‘노동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노동자들의 소득을 지금보다 늘리는 한편,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둘째로 그와 같은 현실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 차원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계층, 계급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이 함께 맞물려 있는 노동이슈의 특성상, 대화와 타협의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갈 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혹자는 최근 정국을 두고 ‘노동이 빠져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후보나 진영을 노동계가 지지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또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노동현안’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는 차원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국정의 운영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큰 그림 안에서, 오로지 노동이슈만이 대선 정국을 온통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닐 것이다. 변화의 실마리이자 주요한 장치로서 노동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현재 대선 예비주자들의 일자리-노동 공약을 보면 크게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중소 영세기업 대책, 노동시간 단축 등의 주제들이 눈에 띈다. 기본소득 공약들도 일자리 위기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의 분노에는 불안한 삶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응집돼 있다. 그것은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내용들은 무르익지 않았다. 지금이 탄핵정국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국민의 ‘삶의 문제’는 차기 대통령과 다음 정부의 색깔과 방향을 가늠하게 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주요 후보들의 일자리-노동정책 공약

문재인 예비후보의 경우 ‘국민성장=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공공부문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13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주 52시간 상한제를 이야기한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비정규직 사용을 규제하고, 최저임금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이재명의 뉴딜성장정책’이라는 기조 아래 기본소득 1백만 원 등의 공약을 말한다. 노동 3권을 신장하며 공무원노조 합법화도 계획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폐지하고 장시간노동은 금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안희정 예비후보는 ‘대화와 타협, 대연정-협치’라는 기조 아래 노동가치 존중, 공정한 시장조성, 부당한 차별금지 등의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안철수 예비후보는 ‘공정-자유-책임’의 기조 아래 4차 산업혁명 지원, 청년창업 지원, 미래일자리특위 설치, 비정규직-중소기업 격차해소 등을 구상하고 있다. 유승민 예비후보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라는 정책 기조로 재벌횡포 규제, 비정규직 차별시정, 생명안전 보호, 영세기업 사회보험료 국가 부담, 육아휴직 3년 등의 공약을 이야기한다. 심상정 후보는 ‘노동개혁을 국정 제1과제’로 놓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 초과이익공유제, 주 40시간 노동 완전정착 등의 공약을 이야기한다.

2017년 대한민국호는 새해벽두부터 격랑 속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로 대변되는 부역자들의 국정농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 손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형국이다.

올 한 해는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가름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고 암초투성이인 험준한 항로에서 방향타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힘을 모아 넘어 서야 할 위기의 상황이 외부로부터 밀어닥칠 때, 정작 내부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한국 사회 변화의 실마리이자 주요 장치로 노동이 자리잡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