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철’의 비극? 서울9호선 30일부터 파업
‘민자철’의 비극? 서울9호선 30일부터 파업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1.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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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관사 5명 중 1명 이직… “더 못 참아”
다단계 민간위탁, ‘공공의 적’ 돼버렸나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영회사 노동자들이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인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열악한 처우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9호선은 극악의 혼잡도로 개통 초기부터 악명이 높았는데, 노동자들의 근무여건마저 도마에 올랐다.

▲ 서울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위원장 박기범)에 따르면,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열차를 100% 운행하며, 퇴근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운행률 85% 수준을 유지한다. 출퇴근시간대가 아닌 나머지 시간대에는 열차 운행률이 50%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파업은 오는 12월 5일까지 6일 동안 진행된다.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이번 파업은 1차 경고파업이며, 이후에도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2차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27일 오전 4시부터 전 조합원이 노조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등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기관사들은 열차 운행 간격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출발하지 않고 승객이 안전하게 내렸는지 일일이 확인한 후 출발하고 있다. 출근시간대 승객이 몰리면서 오전 9시 46분에 종합운동장을 출발하는 급행열차가 약 30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으로 인력충원을 내세우고 있다. 출퇴근시간대 차내 혼잡도가 최대 190%에 육박할 정도로 승객이 몰리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가 자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관사의 경우 한 달 평균 근무일수는 20.3일로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기관사보다 3~4일 가량 더 일한다. 노조 관계자는 “열차 시각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개화에서 종합운동장까지 하루 평균 3회 왕복하는 동안 1시간 30분밖에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기관사 5명 중 1명이 일을 그만뒀다.

다른 직렬에서도 인원 부족은 심각하다. 특히 1인 근무역의 역무원들은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 25개 역사 중 1인 근무가 상시화 된 곳은 5개 역이다. 노조 관계자는 “휴가자가 발생 여부에 따라 1인 근무역이 많게는 15개 역사까지 늘어나기도 한다”면서 “1인 역의 근무자가 휴가를 가버리면 두세 명이 근무하는 다른 역에서 사람을 끌어온다”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 1단계 구간 중 절반 이상이 ‘나홀로 근무’를 하는 셈이다.

▲ 박기범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노조는 타 철도 운영기관에 비해 서울9호선운영의 근무여건이 열악한 이유로 다단계 민간위탁을 꼽고 있다. 9호선은 개통 시기별로 운영회사가 다르다. 1단계(개화~신논현)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가,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는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가 각각 맡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국내 13개 금융·보험 관련 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9호선 건설사업에 투자하면서 30년간 운영권을 보장받았다. 이 회사는 다시 프랑스계 기업 RDTA(RATP Dev Transdev Asia)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1단계 사업이 민자로 추진된 데다 두 번에 걸쳐 위탁 운영되면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운영권이 만료되는 오는 2039년에는 9호선 전 구간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