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대에 맞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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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Ⅲ]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
⑤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선정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 노사관계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뽑혔는데, 어떤 점에서 위원장을 지목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 나라는 중앙단위로 오면 노사관계가 없다고 한다. 87년 이전에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이었으니 노사관계를 전혀 가질 기회가 없었고 자주적 노사관계를 가질 기회가 있었던 20년 동안은 한쪽은 계속 전투적 조합주의를, 기업은 전근대적 노동철학을 가지고 있거나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노조주의 기업들이다 보니 노사관계가 없었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힘을 몰아주었기 때문에 신화창조가 가능했는데 제2의 경제 도약을 하려면 이제 정부가 아니라 노사 경제주체들이 나서야 가능하다. 중앙단위의 좋은 노사관계를 통해서 각 지역으로, 각 사업장으로 이 모델과 상이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운동도 변해야 하고 사용자도 변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내가 변화를 시키겠다, 사용자들도 거기에 부응해서 변화해라’ 이렇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재계나 학계에서 공감하는 것 같다. 기조를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로 설정하면서 실천하는 부분들, 이런 것들이 노동운동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나를 선택했을 거라고 본다."

 

- 지난해에는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1년 사이에 위원장은 어떤 변화를 가졌는지.


"20년 전에 정치민주화를 위해서 형성되었던 전투적 조합주의가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왔다. 이런 전투적 조합주의도 변해야 하고, 한국노총의 노사협조주의, 막연하게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길들여졌던 어용적 모습의 노사협조주의 이것도 깨야한다.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이 두 그룹이 변해야 새로운 노동운동이 가능하다. 이걸 변화시키자고 했고 그런 부분에서 사회 공헌이나 공적 노동운동을 과감하게 진행했고, 일부 세력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경제 주체 입장에서 외자유치 하러 갔다."


일자리 창출 위해서는 노사 구분 없다

- 위원장의 새로운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150년 전 마르크스 시대의 노사관이나 노동관을 가지고 선진 노동운동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 구시대적 노동운동은 사라졌다. 다만 한국적 특수상황이 정치민주화를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야 하고 그게 사회적 이슈이자 대중의 목표였다 보니 우리가 전투적 조합주의를 선택했던 건데 그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다.


선진노동운동을 하는 나라에서는 다 외자유치 하러 다니고 그렇게 한다. 프랑스만 하더라도 TGV 같은 고속열차를 수주 상담하러 갈 때는 프랑스 노총 위원장이 대통령과 재계와 함께 동행한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사가 구분이 없다."

 

- 하반기에는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한미 FTA 문제 등이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정규직 부분은 지금 1단계로 보호법안을 만든 거다. 이 법 시행 과정에서 노사정 공동 실태조사 특위를 만들어서 문제점이 있으면 2단계로 가고 3단계로 가고 이렇게 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차별시정’이라는 테마로 접근해야 하는데 임금의 유연성 차원으로만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라든가 이마트 등 좋은 방향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기를 바라는데 상당히 우려스러운 점이 엿보인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감시해 나갈 것이다. 자꾸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특고 문제는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원한다면 노동3권이 주어져야 한다. 본인들이 ‘우리는 노동자성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계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노동자성을 강화시키고 회복시켜 나가야 한다.


FTA 부분은  무한경쟁 시대에 개방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무조건 진보진영은 반대해야 한다? 진보가 시장 측면에서는 오히려 수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개방경제 반대는 수구 아닌가?


초기에 FTA 반대 범대위에서 같이 활동했다. 그때부터 한국노총은 ‘졸속협상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사전에 보전 대책을 만들고 서두르지 말라는 거였다. 국가간 협상이 끝났으면 사후라도 보전 대책을 만들라는 거다. 지금 국가간 협정이 체결된 상태에서 무효화시킬 수는 없다. 무책임하게 매일 FTA 반대만 주장하면 손해보고 희생당하는 계층은 누가 챙겨주나?"


진보가 오히려 수구적 행태 보이고 있다

- 노무현 정권이 임기말이다. 지난 4년 반 동안의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을 평가하자면.

 

"사용자들은 분배중심이다, 노동자 중심이다 그러는데 기존 정책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다른 정권이었다 한들 비정규직이 800만, 900만 늘어나는데 손놓고 가만 있을 정권이 어디 있겠는가. 그걸 가지고 친노(親勞)라고 하는데 난 친노라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4년 반 동안 보면 시장 중심이나 민간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크게 실패한 것도 없다. 노동부문에서는 기존의 정권들과 큰 차이가 없다."

 

-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노동운동도 변해야 하겠지만, 사용자들의 변화도 중요하다. 재계에 주문할 것이 있다면.


"우선 나 혼자 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조그만 ‘점빵’일 경우 가능하겠지만 세계적 기업으로 커지고 그러면 혼자 경영 못하는 거다. 그리고 노조를 대등한 입장에서 인정해야 한다. 지금 같이 간다면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절대 못 쫓아가고,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자동차를 죽어도 못 쫓아간다. 파트너로서 노조가 기업 발전의 동반자다."

 

- ‘이용득의 노동운동 철학’은  무엇인가.

 

"시대에 맞는 운동을 하자는 거다. 전 사회가 다 변하는데 노동운동만 안 변하면 도태된다. 노동이 과거처럼 마이너 입장에서 남을 비판하고 욕만 하고 싸움만 하고 떼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