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쟁점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쟁점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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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Ⅲ]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 ⑦ 노사관계 현안은 이것이다
현행법이 ‘비정규직 양산할 것’이라는 전망 우세

올해 하반기 노사관계 최대 현안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꼽혔다. <참여와혁신>이 노사관계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현 단계 최대 현안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59명이 비정규직 문제라고 답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학계(30명 중 20명), 재계(30명 중 14명), 민주노총(20명 중 12명), 한국노총(20명 중 13명)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노사관계 로드맵이 54명의 선택으로 최대 현안으로 꼽힌 바 있다.


학계 응답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그 대책이 무엇인가가 노사관계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 ‘올 7월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의 현실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극화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간접고용이 단기적으로는 임금비용 감소 등 기업에 이익일 수 있으나 인적자원개발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성장에 악영향’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체로 비정규직 법안 시행 이후에도 갈등과 차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노동계 응답자들도 ‘비정규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자본측의 악용행태’ ‘비정규직의 지속적 증가, 빈부격차와 빈곤화의 핵심’ ‘미래생활 보장 안 되는 비정규직 급속 증가로 사회양극화 심화’ 등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도 우려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별사업장에서 최대 현안으로 부각, 회사의 대응에 따라 노사관계 이슈화 예상’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의 파급효과 우려, 노동계 조직확대 및 투쟁 강화’ 등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준과 원칙이 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 노사관계 최대 현안은?


산별, 재계는 ‘우려’ 노동계·학계는 ‘기대’

다음으로 많이 꼽힌 것은 역시 산별 노사관계였다. 21명이 최대 현안으로 꼽은 산별 노사관계 문제는 특히 재계에서 많이 우려했다. (학계 5, 재계 10, 민주노총 5, 한국노총 1) 재계 응답자들은 ‘사회협약, 법제도 등 산별 인프라가 부재한 상황, 무능한 공권력, 불법적 노동관행이 맞물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거나 ‘중앙교섭을 관철시키려는 금속노조의 투쟁방침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노사 모두가 산별체제에 대한 사례와 훈련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제기도 있었다.


반면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기대치가 높았다. ‘금속, 보건, 금융노조 등 산별노조의 노사관계와 쟁점, 의제가 앞으로 한국 노사관계 발전의 척도가 될 것’이라거나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결과가 향후 노사관계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가지 핵심적 의제의 무게 때문인지 다른 현안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고용 보장(9),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6), 노사 상급단체의 리더십 부재(2), 임단협(2),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문제(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 학계, 재계, 노동계가 고루 지목한 것은 고용 보장인데 ‘비정규직, 산별교섭 등에서도 결국 고용보장이 핵심’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 ‘경제위기 이후 핵심적 과제로 등장’ 등의 이유를 밝혔다.

 

▲ 노사관계의 주된 의제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은?
 

노사관계 아젠다는 다양

현안 여부와 상관 없이 노사간 주된 의제가 되어야 할 아젠다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비정규직 문제가 첫손에 꼽혔다. 의제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비정규직 문제 처리 19(학계 7, 재계 2, 민주노총 5, 한국노총 5), 사회 양극화 해소 18(학계 7, 재계 1, 민주노총 4, 한국노총 6),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12(학계 2, 재계 10), 제조업 공동화 대책 11(학계 2, 재계 4, 민주노총 4, 한국노총 1), 고용 안정 11(학계 3, 민주노총 3, 한국노총 5), 일자리 창출 10(학계 4, 재계 4, 한국노총 2), 노사정 사회적 대화 활성화 9(학계 2, 재계 3, 민주노총 3, 한국노총 1),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6(학계 2, 재계 3, 민주노총 1), 노동운동 도덕성 제고 2(재계 2), 산업현장 고령화 대책 1(학계 1), 노사 상급단체의 리더십 회복 1(재계 1)의 순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26),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19), 노사정 사회적 대화 활성화(10), 비정규직 법안 처리(10), 일자리 창출(9) 등의 순으로 지목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나 고용 안정에 대해서는 재계의 관심이 떨어지는 반면,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에 큰 관심이 쏠린 부분이 눈에 띈다.


반면 제조업 공동화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그룹에 상관 없이 고른 관심을 보였다. 이 문제와 관련 ‘산별 노사관계에서의 핵심적 의제로 고용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이라거나 ‘노사정이 산업공동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제조업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고용불안 야기, 일자리 창출 실패 등 산업붕괴가 가속화될 것’ 등 제조업 공동화와 고용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견해가 많았다.

 

▲ 산별 문제에 대한 견해는?

 

산별교섭 체계 빨리 갖추는 게 낫다

산별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전체로 볼 때는 ‘가능한 빨리 산별교섭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응답이 56명으로 과반을 넘었지만, 이 응답은 학계 19, 민주노총 17, 한국노총 20으로 재계는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재계는 ‘산별노조보다는 기업별노조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대답한 사람은 22명인데 이중 재계가 18명에 달했고 나머지는 학계 2명, 민주노총 2명이었다.


‘아직까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는 15명(학계 6, 재계 9)이었다.


한편 기타 의견도 7명에 달했는데 ‘산별노조 내부에서도 본조-지부 관계가 산별노조 다운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민주노총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별전환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힘의 낭비 등 소모적인 모습을 지양하고 빠른 시간 내에 노사정이 산별교섭에 대한 사회적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 산별교섭 과정에서의 쟁점은?

 

산별교섭 과정에서의 쟁점에 대해서도 응답자 그룹에 따라 의견이 나뉘었다.


‘대기업의 산별교섭 참여 여부’가 37명(학계 5, 재계 14, 민주노총 11, 한국노총 7)으로 나타나 이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재계와 민주노총의 관심이 높았다. 이는 대기업노조들이 포함된 금속노조 출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단체 구성 문제’라는 응답도 33명(학계 16, 재계 1, 민주노총 5, 한국노총 11)이었는데 학계와 한국노총의 응답비율이 높다.


‘중복교섭 등 교섭 방식’은 19명(학계 6, 재계 11, 민주노총 1, 한국노총 1)이 꼽았는데 역시나 재계의 우려가 컸다. 교섭 의제를 둘러싼 논란은 8명(학계 2, 재계 3, 민주노총 2, 한국노총 1)으로 나타났다.

 

▲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문제에 미치는 영향


비정규 법안은 수정·보완 필요

현행 비정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모두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안이 비정규직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54명(학계 15, 재계 10, 민주노총 19, 한국노총 10)에 달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대답도 21명(학계 3, 재계 18)이었다. 반면 ‘노사간 절충점을 찾은 방안으로 현실적 대안’이라는 응답은 15명(학계 8, 재계 1, 민주노총 1, 한국노총 5)에 그쳤다.

 

▲ 비정규직 법안을 어떻게 할까?

 

이런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는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 우선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 보완 필요’가 36명(학계 13, 재계 14, 한국노총 9)으로 가장 많았고, ‘재개정 필요’가 32명(학계 7, 재계 6, 민주노총 12, 한국노총 7), ‘일단 현행 법안시행을 지켜보고 판단’이 20명(학계 10, 재계 8, 한국노총 2), ‘전면 폐기’가 11명(재계 2, 민주노총 8, 한국노총 1) 등이었다.

 

결국 ‘일부’를 손보자는 의견이 가장 많긴 했지만, 민주노총에서는 ‘많이’ 손보자거나 ‘아예 없애자’는 의견이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