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하면 실천하는 민주노총 만들겠다”
“결의하면 실천하는 민주노총 만들겠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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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Ⅲ]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
② 노사관계 영향력 순위 1위 오른 민주노총을 이석행 위원장이 말하다

- 창간 3주년 특집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에서 한국 노사관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단체를 묻는 질문에 민주노총이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 그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장대장정을 통해서 봤을 때 조직력이 복원되는 부분이 확실히 보이고 있고, 또 하나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새싹들이 민주노총을 양분으로 해서 커나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싹이란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내지는 정규직 중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생각보다 깊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 부분들이 한국 노사관계에서 핵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소외된 노동자들이 일반노조나 지역노조를 통해 규합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희망이고, 그것을 전문가들이 감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취임 이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현장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다니면서 느낀 점도 많을텐데.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에서 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만한 생각이었다. 진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주노총 현장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금속, 제조, 서울에 있는 서비스업이 민주노총의 전부로 알았는데 전국 방방곡곡에 우리 조합원들이 없는 데가 없고 열악하고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 조합원들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고 그 곳에서 희망을 꿈꾸고 있더라. 우리 조합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됐다. 민주노총이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내셔널센터로서의 위상 찾겠다

- 민주노총이 대외적으로는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그 영향력에 어울리는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의 비판이 아니라고 본다. 스스로도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이 노사관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거기에 걸맞게 민주노총이 해왔던가 라고 반문을 하면 그러지 못했다. 그 비판을 수용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금까지 민주노총을 너무 몰랐다. 그래서 이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다시 서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본다. 우리 조합원들은 지금 대상화 돼있다. 이렇게 해서는 민주노총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수’들은 위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헐뜯고 비난하고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은 너무 어려워한다. 이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게 하는 운동에 성공을 해야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하려면 민주노총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거기에다가 우리 조합원들을 들어오게 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연맹인지 지역본부인지 구분이 안됐다. 내셔널센터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상층에서 우리 생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통해서 자기 꿈과 뜻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약속 지키고, 재계는 대화 나서라

- 이번 조사에서 리더십 부분에 대한 평가를 보면 청와대를 제외하면 민주노총이 바닥권이다. 그것은 결정한 것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결의는 참 잘하는데 집행은 제로 포인트에 가깝다. 그래서 의결 기구부터 엄격한 규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시간에 회의를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유회되지 않아야 하고, 중앙위원회·대의원대회 등이 바르게 서야 다른 것도 실천할 수 있다.


결의는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 지금 바로 총파업을 선언하지 않는 것 또한 그런 것들을 바로 세워나가기 위한 기본이다. 50만~60만 정도는 참여하게 해놓고 총파업이라고 해야한다. 그간 너무 남발해서 현장은 오히려 무뎌졌다. 주변에서 말리는데 현장대장정을 계속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기풍을 임기 동안에 세워가겠다. 그렇게 돼야 민주노총의 리더십이 바로 선다고 본다."


- 하반기에 보면 비정규직, 특고, 한미 FTA, 대선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있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상반기 동안 정부쪽 하고 대화를 할 만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관료사회는 뚫기 힘들다. 장관하고 한 약속도 밑의 관료들에 의해서 깨지는 게 부지기수다. 대통령하고 만나서 비정규직 법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는데 이틀 만에 시행령을 그냥 발표해 버렸다.


이렇게 되니 대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대화 단절을 무기 삼지는 않겠다. 대화는 하겠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마도 물리력을 모으기 위한 사업으로 집중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합의해도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 사회에 큰 충격을 줘야 민주노총이 뭔가 풀리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이 쌓이게 된다.


특고다 비정규직이다 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꿈이다. 민주노총이 힘을 가져야만 할 수 있다. 그래서 하반기 내내 그런 것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가겠다."

 

- ‘새로운 민주노총’의 상이 만들어질 때라는 생각이 든다. 위원장이 갖고 있는 밑그림은?


"민주노총은 내셔널센터로서 정부 정책의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서 정책 마인드를 갖고 정부의 정책을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망이라든지 국민들의 교육, 주거, 의료문제 속에서 양극화를 해소 하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 정부와 재계 쪽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민주노총이 결의는 잘하고 실천은 잘 못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약속은 잘 하는데 제대로 지키지를 않는다. 공무원연금, 3% 퇴출제, KTX 문제, 비정규직 법, 택시 최저임금, 특고 등 정부와 수차례 약속한 것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정부가 먼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필요하다.


재계는 이러면 안 된다. 민주노총 보고 대화는 안 하고 투쟁만 한다고 비판하더니, 민주노총 위원장이 5대 재벌 만나자고 한지가 언제인가. 재계야 말로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 만나서 노동조합 이야기 하겠나, 삼성전자 노동자 복직시키라고 이야기 하겠나. 진짜 삼성이 갖고 있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민주노총 이름에 걸맞게 한국 경제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 해보자는 거다.

 

그런데 대화를 안 한다. 민주노총은 결의하면 실천하고, 정부는 약속하면 지키고, 재계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