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벨트 역사 속 빛과 그림자
컨베이어벨트 역사 속 빛과 그림자
  • 박인희 기자
  • 승인 200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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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가다 ⑤ 컨베이어시스템을 말하다
표준화로 작업능력은 상승, 노동의 즐거움은 감소

▲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도살장에서 찾은 컨베이어시스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연 컨베이어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이다. 1903년 무렵 자동차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일반 사람들이 소유할 수 없는 비싼 사치품이었고 장인들의 수공조립품인 자동차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포드는 대량생산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헨리는 어느 날 시카고의 한 도살장에서 컨베이어벨트의 영감을 얻게 되고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는 값싼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조립 순서를 몇 단계로 단순화 하였다. 그리하여 노동자가 작업대로 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작업물이 이동하여 정해진 위치에 있는 작업자에게 흘러가는 컨베이어벨트를 착안하게 된다.


생산방식의 획기적인 전환

1910년 헨리 포드는 4층으로 된 하일랜드 파크공장을 세워 ‘차체 만들기 → 타이어 끼우기, 차체 페인트 작업 → 나머지 모든 부품 조립 → 최종검사 → 출고’ 순으로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작업이 이어지도록 했다. 1913년엔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 완전한 조립라인 구축을 완성해 작업과정에서 자동차는 이동하고 노동자는 작업 위치에 고정되었다.

조립라인을 이용한 생산은 산업생산 방식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고, 생산증대의 효과도 커졌다. 포드사의 생산량은 1910년 1만9000대에서 1913년 24만8천대로 급격히 증가했고 이후에는 포드사가 만든 자동차 대수와 나머지 전체 업체가 만든 대수가 같을 정도였다.

컨베이어벨트에 맞춘 인간의 동작

컨베이어벨트가 활용되려면 작업자 한 사람마다 과업이 구분되는 ‘분업화’와 함께, 복잡한 공정이 표준화·단순화 되어야 했다. 당시 작업 과정을 ‘과학적으로’ 관찰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하는 과학적 관리 기법이 연구되고 있었다.

테일러가 시도한 ‘시간동작 연구(time and motion study)’로 불리는 테일러주의는 ‘집고 들고 걷고 구부리고 맞추는’ 작업 동작을 ‘초시계’로 측정해 반복작업을 표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능력을 향상시켰다. 테일러식 노동분업과 과학적 관리의 원리는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라는 기계적 생산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빛을 발하게 된다.

노동의 즐거움 빼앗은 컨베이어벨트

하지만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컨베이어벨트지만 두뇌가 아닌 손노동만 필요로 하는 단순하고 반복된 작업은 노동자에게 일하는 재미를 앗아가 노동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1935년 선보인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는 컨베이어벨트 공장에서 하루 종일 나사못을 조이는 찰리가 단순작업 결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여버리는 강박관념에 빠져 급기야 정신병원에 가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포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대량생산방식 체계는 대량생산에는 노동자를 기계화, 부품화 시킨다는 문제들이 제기 되었다.

노동의 황폐화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대량생산 체계라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21세기에도 컨베이어벨트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으며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는 한 인간적인 노동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