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양보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별합의
정규직 양보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별합의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7.08.02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 대한민국 키워드, 비정규직
⑤-3 보건의료산업노조 이주호 정책실장

9년간 산별활동이 만들어낸 성과

ⓒ 보건의료산업노조

-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은?

"원래 병원측은 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기 싫어서 비정규직을 팔았던 거다. 그래서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임금을 안 올려주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놔두려고 했었는데, 우리가 그러면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풀겠다고 하니까 역으로 당황해 했다. 교섭기조가 바뀌어서 교섭단 회의와 전국지부장회의를 했는데 절대다수의 분위기가 산별노조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것에 동의했다."

 

- 정규직 임금인상 분의 3분의 1정도를 비정규직을 위해 쓰기로 합의했다. 교섭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불만은 없었나?

"산별교섭을 진행하면서 딱히 그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로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고민을 하게 됐다. 산별정신에 입각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첫 번째 사업으로 꼽고 선전활동과 비정규직법안 설명회 등 사전교육을 많이 했던 것도 주효하게 작용해 큰 불만은 없었다. 9년에 걸친 산별활동의 과정 속에서 이뤄진 것이지 특별한 결단을 한 것은 아니다."

 

- 비정규직에 대한 병원 현장에서의 고민은?

"사실 병원 중간관리자들 조차도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2년마다 사람을 교체하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병원업무의 특성상 1~2년 정도 근무하면 이제 일이 손에 좀 잡힐만한데 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병원업무가 연속적이고 숙련이 높아져야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병원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 이번 합의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은?

"조합원들은 조합원이자 동시에 병원 구성원이고 일반 시민이다. 이번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너무 잘 안다. 대체적으로 잘했다는 분위기다. 조합원들 중에는 ‘우리 노조 대단하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이다."

 

- 이번 산별교섭을 평가한다면?

"산별교섭에 대한 성과보다 사후적 성과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교섭에서 합의가 된 상태기 때문에 현장 노사는 어쨌든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병원측이 자료를 다 내놔야 한다. 경영자료에서부터 비정규직 현황과 비용까지. 현장교섭 과정을 통해서 현장 간부들도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고민하게 됐다.


누구나 관념적으로 정규직화나 차별금지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현장에 들어가 보면 복잡한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현장교섭에 가서 보니까 비정규직 고용형태도 다양하고 직종들도 다양하다. 산별이 길을 닦아놓음으로써 그런 현장의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풀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