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한 곳도 통합 앞둔 곳도 고민은 현재진행형
통합한 곳도 통합 앞둔 곳도 고민은 현재진행형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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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_덩치 커지는 은행노조
② 통합 사례들

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들의 통합 사례

금융노조 산하의 각 지부들은 1, 2차에 걸친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통합을 경험했다. 각각의 통합 사례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각 지부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읽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지부
우량은행의 합병과 조직통합

KB국민은행은 ‘국내 선도은행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국제경쟁력을 가진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탄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양 은행 노조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국민은행지부와 주택은행지부는 합병에 반대해 파업에 돌입했으나 합병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합병 이후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주택은행의 시스템이 선정되면서 두 노조 간의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은행 합병 이후 3년여 간 국민카드지부까지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생활하다가, 2004년 11월 통합을 발표하고 각 지부위원장들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3년간 집행부를 꾸려왔다. 그리고 2007년 현재 실질적인 통합 지부위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우량은행끼리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효과를 내고자 출범한 KB국민은행이지만 노조가 화학적으로 융합되는 데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시너지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특히 은행 합병 이후 주택은행 식 ‘주주중심 가치’를 국민은행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 출신 구성원들의 불만이 높았고, 이는 아직 치유의 과정에 있다. 조직통합에 따른 화학적 융합이 어느 한 쪽의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에 의해서는 달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KB국민은행지부의 통합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지부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합병과 통합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BIS비율이 8%에 미달했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기로 했다. 양 은행의 합병으로 한빛은행이 탄생했고,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우리은행의 합병 사례는 유일하게 노조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합병이다. 상업은행지부와 한일은행지부는 고용승계와 합병의 자율성 확보를 조건으로 합병에 동의했다. 서로 비슷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노조의 협조 아래 합병이 진행되었기에 통합과정은 다른 은행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상업은행지부와 한일은행지부는 은행 합병 2년만인 2001년 통합노조로 공식 출범했다. 합병 초기부터 양 은행 사이에 인원을 맞추고 승진과 교차발령에 있어서도 반반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었기에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노조통합은 근로조건, 임금체계, 업무시스템 등의 실질적인 통합을 완성하는 의미였고, 서로 다른 정서와 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이었다. 우리은행지부는 조직통합 이후에도 체육대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문화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지부의 사례는 서로 신뢰와 협조에 기반을 둔 조직통합이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통합과정에서 은행 경영진 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실천함으로써 노사관계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하나은행지부
흡수합병에 따른 노조통합

ⓒ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은 2002년 12월 합병은행으로 출범했다. 이후 3년 동안 하나은행 경영진과 서울은행지부의 갈등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은행은 합병했지만 두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태도는 이중적이어서 서울은행 출신 구성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다는 것이 서울은행 출신들의 얘기다. 은행을 물리적으로 합병해 놓았을 뿐 제도의 통합에도 미온적이었다. 임금이 통합된 것이 2005년 1월이고 기타 제도는 2005년 8월이 돼서야 통합에 이를 수 있었다. 제도가 통합되기까지 3년 동안 서울은행지부는 하나은행 경영진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은행 합병의 과정이 실질적인 흡수합병이었기에 서울은행 출신 구성원들의 박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이중적 태도는 서울은행지부를 투쟁으로 내몰았다고 할 수 있다. 노조 간 조직통합의 과정에서도 하나은행지부와 서울은행지부의 현격한 인식 차가 존재했고, 이는 아직까지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채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2006년 공동집행부가 구성됐고 2007년 통합집행부가 출범했다.

 

하나은행 사례는 노조 간의 통합도 경영진을 포함한 3자 사이의 관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어느 한 쪽의 의지만으로는 통합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