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조흥은행지부 하나되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조흥은행지부 하나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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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_덩치 커지는 은행노조
① 통합의 현장을 가다

더 이상 출신을 따지지 않는 조직문화 정착에 힘쓸 것

은행노조가 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경제를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은행 구조조정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제 퇴출과 인수합병의 터널을 지나왔다.

 

은행의 변화는 금융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은행노동조합들도 조직통합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조직통합을 앞두고 있거나 이전에 경험했던 노동조합들의 고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10월 16일, 신한은행 본점 강당에서는 역사적인 ‘조흥ㆍ신한 노동조합 통합 선언식’이 있었다. 2006년 4월 통합 신한은행이 출범한 지 1년 반만의 일이었다. 이날 선언식은 신한은행지부 이건희 위원장, 조흥은행지부 이용규 위원장,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을 비롯해 40여 명의 노조간부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신한은행지부와 조흥은행지부는 내년 1월 공식적인 통합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통합노조의 공식적인 명칭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로 결정됐다. 또한 양 지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말까지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통합노조를 꾸려가고, 각각 1년씩 대표위원장을 번갈아가며 맡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1월이면 1년 8개월에 걸친 ‘한 지붕 두 가족’ 시대를 마감하고 한 가족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양 지부는 TFT를 구성해 통합노조 출범 전까지 승진격차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실무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12월에는 실무작업을 마무리하고 각각 해산 대의원대회를 개최한 후 내년 1월부터 통합노조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조직통합에 이르기까지

조흥은행지부와 신한은행지부의 통합의 역사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된다. 한국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 외환위기는 은행에 강제 퇴출과 인수합병이라는 전례 없던 변화를 요구했다. 당시 동남은행 등 5개 은행이 강제로 퇴출됐고, 부실은행은 매각되거나 합병의 수순을 밟았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BIS비율 8%에 못 미쳤던 조흥은행은 역시 BIS비율 8%에 미치지 못했던 강원, 충북은행과 현대종합금융을 합병함과 동시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가 출자의 형태로 지원했는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이때 취득한 주식을 매각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인수의향이 있는 투자자를 찾게 되었고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작업은 실사를 거쳐 2003년 7월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마무리됐다. 조흥은행지부는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3년 6월 강제합병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여 위원장 등 간부가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1, 2차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조흥은행은 신한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되었다. 신한금융지주회사 편입 이후 조흥은행은 3년간 독자적인 행명으로 독립경영을 유지하다가 2006년 4월 1일 공식적으로 합병하여 신한은행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아직 불편함은 있지만

양 지부가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우선 양 은행의 제도가 달라 이를 통합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양 지부와 신한은행은 임금체계와 승진제도 등 서로 다른 제도를 통합하기 위해 은행의 공식 합병 직전인 2006년 3월부터 제도통합TFT를 구성해 제도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제도통합TFT 활동의 결과 임금제도와 후생복지, 단체협약을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제도적인 틀을 통합한 것은 양 지부가 통합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됐다. 양 지부 사이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 지부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한창 논의 중이다. 양 지부가 통합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합원들 사이에 아직 존재하는 인식 차를 극복하는 것.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문제다.

 

조흥은행지부 김득연 정책국장은 “양 지부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잘 알기에 서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양 집행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단결하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가려는 노력 속에서 지난 10월 16일의 통합선언이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지부 강동한 부위원장도 “서로가 기득권을 고집했다면 통합선언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양 지부 사이의 화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요소 최소화의 계기

아직 양 지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제도는 통합됐지만 그 제도의 적용을 받는 구성원들의 차이는 해소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직급 조정이 그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지부는 인사TFT를 구성해 현재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또 구 조흥은행과 구 신한은행 사이의 조직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조합원들의 정서 차이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동화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양 지부는 내년으로 다가온 조직통합 이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양 지부가 새롭게 추구하는 조직문화는 ‘더 이상 출신을 따지지 않는 조직문화’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 “노조 차원에서는 서로 대등한 통합이라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노동조합부터 조합원들의 출신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국장은 또한 “이번 통합이 단순한 집행부만의 통합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화학적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서로 불신하거나 갈등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두 개의 조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은행의 합병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객관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주체인 조합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통합노조로 출범하는 통합신한은행지부의 내일이 달려 있다.

 

   
ⓒ 박석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