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폐기의 그날까지
무노조 폐기의 그날까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6.15 17:09
  • 수정 2018.06.1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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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속노조 삼성지회 박원우 지회장, 조장희 부지회장

 

박원우 지회장(왼쪽)과 조장희 부지회장(오른쪽)
박원우 지회장(왼쪽)과 조장희 부지회장(오른쪽)

“삼성만의 특수한 조직 정서 이해 필요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가 직접고용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가면서 노동계의 관심이 뜨겁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벽을 뚫었다는 환호는 곧 ‘삼성에서 노조하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삼성에서 노조하기 역사 중 하나인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가 있다. 2011년 삼성노동조합으로 출범, 2013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가 됐다. 박원우 삼성지회 지회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삼성이 더 이상 무노조 경영방침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도록, 삼성에서 노조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당시 노조 설립의 주동자로 지목됐던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노조 설립과 동시에 해고됐다가 지난 2016년 3월 복직했다. 7년째 삼성 내 노조 조직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삼성지회는 현 국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삼성지회 설립 계기는 무엇이며, 설립 과정은 어떠했나?

박원우 2011년 7월 12일 설립했다. 준비기간을 3년 정도 가졌는데, 준비기간 동안 민변 변호사님, 시민단체, 노무사님을 만나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왔다.

조장희 노조 설립의 계기는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대표로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무노조 경영방침인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노사협력기구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회사 입장만 반영되는,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근로자 대표 활동을 통해 깨달았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전에는 회사의 방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2011년 7월에 맞춰 노조 설립을 하게 됐다.

박원우 현재 삼성지회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조장희 부지회장도, 백승진 사무장도 처음부터 노조 설립을 위해 만난 관계는 아니었다. 같은 부서인 데다 근속연수도 비슷했는데, 조장희 부지회장이 노사협의회의 한계점을 이야기해주면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

처음에는 상급단체 없이 노조 활동을 이어나갔는데, 자체적인 문제 해결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가 2013년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경기지부에 들어가게 됐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휴직 중인 것으로 안다. 두 분 모두 에버랜드(삼성물산)에 근무하고 있는데, 삼성지회의 조합원 자격은 어떻게 되는가?

박원우 지금은 상급단체가 있지만, 처음에는 ‘삼성노동조합’으로 출범했다. 노조 가입 자격은 전 삼성 그룹사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까지 다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에서 노조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중에 노조 안에서 지부 형태로 나뉘더라도 노동자들이 가입만 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도 가입대상은 출범 당시와 똑같이 열어두고는 있는데, 최대한 삼성물산 소속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해보자고 방향을 잡았다. 인원은 적은 데다 전임자 인정이 안돼서 시간 나는 대로 조직화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어 최근에는 많이 바쁘다. 삼성 전 사업장의 가입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사업장이랑 가까운 안양, 안성, 가평 등 경기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검찰이 삼성그룹 노조파괴 문서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 또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본사와 직접고용 실무회의에 들어가 있다. 삼성지회에서는 최근 일어난 이 같은 이슈들을 어떻게 보고 있나?

박원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소식은 삼성지회에서도 굉장히 환영하는 소식이다. 같은 삼성그룹 내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직접고용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지회 이름과 사업장은 다르지만 내 일처럼 기뻐했다.

조장희 삼성이 3대 세습을 하면서 무노조 경영방침도 함께 세습을 했는데,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 삼성의 목표였다는 것이 노조파괴 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2013년 S문건 이후 새로운 노조파괴 문건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발표했다.

다만, 2011년부터 노조 활동을 해왔던 우리가 느끼기에, 변화한 모습은 분명 있지만 직접고용 발표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삼성의 노조파괴나 무노조 경영방침이 이번 직접고용 발표 하나로 끝나지 않고 노조파괴 공작들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사과하고, 인정하고, 이후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까지가 진정한 무노조 경영 폐기라고 본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직접고용 발표 이후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폐기했다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직접고용 발표 하나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폐기했다고 볼 수 없다.

박원우 실제로 삼성 관련 이슈들이 터지면서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주변에서 많은 질문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조용한 상황이다. 삼성의 기나긴 무노조 경영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세뇌교육 아닌 세뇌교육을 받아온 노동자들은 작은 거라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찍힌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큰 반응을 안 보이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노조 조직화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고민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조장희 무노조 경영방침을 위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삼성만의 특수한 조직 정서가 있다. 노조를 하면 안 된다는 강한 인식들이 노동자들에게도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노조 조직화가 굉장히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발표 이후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서는 조직화 기회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삼성 노동자들의 인식이나 문화 등을 제대로 이해한 뒤에 조직화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바라는 것처럼 노조 조직화가 바람처럼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 노동자들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노조에 대한 이해를 소통을 통해 바꿔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금속노조 소속 삼성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서비스연맹 소속 삼성에스원노조 4개의 노조가 함께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을 꾸렸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자는 조직화 방법은 현재 직접고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게는 유효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다른 3개 노조는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는 노조 조직화에 성공한 귀중한 사례들이 있다. 다만, 삼성의 조직화에는 적용이 안 될 수 있다는 것.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조직을 시도할 경우, 계열사별 회사의 특징과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특징 등에 대한 정보가 먼저다.

▲ 삼성그룹 4개 노조가 모여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을 조직했다. 대표단은 "이 기회에 삼성그룹과 권력의 정경유착 고리를 반드시 끊어낸다는 심정으로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 삼성그룹 4개 노조가 모여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을 조직했다. 대표단은 "이 기회에 삼성그룹과 권력의 정경유착 고리를 반드시 끊어낸다는 심정으로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의 활동은?

조장희 단계별 목표로는 ▲정경유착 폐기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 쟁취 ▲ILO 핵심 비준 연내 처리 ▲ILO 핵심 비준에 따른 법 개정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확대 ▲삼성그룹 노동자 전략 조직화 사업을 제시했다. 앞에 이야기한 내용들을 금속노조에 전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고, 회의를 통해 주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신규 노조 조직화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도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에 4개 노조가 안정적인 조직화를 위한 도전들과 과제들을 시도해 볼 것이다.

지난 5월 14일,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한 간부가 노조파괴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의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불구속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원우 어떤 이유든 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자체가 지회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문제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금속노조에서 이후 대응을 위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장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안에는 투쟁하다 돌아가신 열사도 계시고, 오랜 투쟁을 해오면서 지치신 분들도 많은데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탄원서 제출 외에도 삼성과의 다른 교류가 있었는지도 추가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포부를 전한다면?

박원우 삼성은 그동안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나. 그런 삼성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조직화 계획을 세워 연대단위와 함께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지금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삼성지회의 힘으로만 투쟁하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을 만든 것이고, 조직화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삼성 관련 현안도 같이 고민하면서 대응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앞으로 삼성에서 왜 노조가 필요한지, 삼성에서 노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무노조 경영방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삼성 노동자들이 삼성에서 노조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